"Merry Christmas!" 만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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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순증 선교사. 엘리제. 제롬&알나, 로렉스 - 무이자 소액대출로 오픈한 알나사모의 카페테리아에서
어제 14일 토요일에는 이어지는 장례와 이런 저런 손 쓸수 없는 일들로 너무 무기력해져서 아침부터 나갈 생각도 안하고 시무룩하게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그런지 교인들이 맥없이 죽어 나갑니다. 로렉스 목사님 교회의 기둥이던 욥 집사님은 겨우 51세로 2살도 안 된 딸까지 아이가 일곱인데 병원에서 수혈을 잘못해서 신장결석으로 병원갔다가 덜컥 죽어서 나왔습니다. 너무 어이도 없고 화도 나서 장례를 치른 후에 부인을 만나 “병원하고 싸우자”고 했더니 아이티인은 싸워봤자이고 남편이 돌아올 것도 아니라서 포기하겠답니다.
그런데 10시 25분에 필라델피아에 사시는 고등학교 선배 장로님께서 아이티난민들과 성탄의 기쁨을 같이 하시고 싶으시다고 $300을 zelle로 보냈다고 카톡을 보내셨어요.
"아이고! 선배님!
안 그래도
이곳은 상황이 나빠서 교회들마다
굶는 교인들이 많이 생겨서
마음 같아서야
클리닉을 했던 모든 교회들에게
쌀 한포대씩 선물하고 싶은데...
한국이 너무 어려운 시기여서
말도 못 꺼내 보고 끙끙거리고 있 었어요.
아이 일곱인 노동자 아빠의 장례식에서…하나님! 이곳 아이티난민들 어떻게 쌀이라도 좀 주면 좋을텐데요...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당장 결재해 주셨네요. $300이면 23포대의 쌀을 살 수 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선배님! "
하고 보냈더니 이번에는 아내 권사님께서 다시 $300을 말씀도 없이 보내셨어요.
지금 저희는 너무너무 신나서 해뜨기를 고대합니다.
주일이지만 예배마치고 20파운드(9 Kg) 쌀 46포대를 차에 꽉 실을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습니다.
쌀받고 기뻐할 교인들의 얼굴이 스칩니다.
저희의 기본 방침은 명분없는 구제는 가급적 피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산티아고의 아이티인들은 그동안은 배를 곯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경찰에게 까지 체포권을 주어서 밤낮없이 추방을 하는 지금은 가정마다 수입이 완전히 줄어서 목사님들께 먹을게 없다고 연락해 오는 교인들도 갑자기 불어났고 클리닉에 오는 환자들도 의사들에게 ‘이분들은 이렇게 클리닉만 하고 구제는 안하시냐’고 물어옵니다. 저희 클리닉환자들의 특징은 약을 주어도 만약 집에 있는 약이면 다른 사람 주라고 놓고 갑니다. 최근의 뉴스에 의하면 10월과 11월 사이 한달 반 사이에 대통령이 한주에 만명을 추방하라 명령했던 대로 5만 5천명이 추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일주일에 만명을 추방하는 것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아이티인들이 지혜롭게 잘 피해나가니까 지금은 사복경찰이 다닙니다.
왜 체포하느냐고 궁금하실 겁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2013년에 대법원에서 1929년에 부모가 영주권이 없이 태어난 자녀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을 통과했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출생한 아이티를 가 본 적도 없고 크레올도 모르는 2세, 3세 아이티인들도 모두 불법체류자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노동허가를 받을 수 있는 창구도 막혀 있습니다. 비자를 받고 들어온 아이티인들이라도 하더라도 한달에 한번 국경 사무소에 가서 도장을 찍어와야 하는데 사무소를 폐쇄한 상태에서 길에서 도장검사를 하고 도장이 하루라도 안 찍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체포됩니다. 아이티인들은 하루하루를 체포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고 따라서 일자리도 찾기가 힘듭니다. 일하러 가다오다 도망가고 일하다가도 도망가야 합니다. 얼마전에 추방감옥에 갔을 때는 목사님과 사모님이 같이 잡혀왔는데 임신 중의 아내는 울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잘 아는 간수가 나가더니 수프를 사다 주면서 자기가 돌보고 있다고 생색을 냅니다.
지금 저희는 양국 간의 정치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단순하게 예수님이 오신 이 기쁘고 거룩한 계절에 우리 아이티난민들이 배고픈 성탄을 맞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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