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1장 6절 말씀 묵상 [김연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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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제사장 직분은 특권이 아니라 제한이다
본문 : 레 21:6
“그들은 여호와의 화제 곧 그들의 하나님의 음식을 드리는 자인즉 거룩할 것이라.”
율법서의 한 중앙에 위치한 레위기서는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백성을 위한 제사법이 기록된 책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 죄인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사를 통과해야 했고, 이 제사에서 하나님과 죄인 사이의 중보자 역할을 감당하는 제사장의 직분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 제사장의 위치와 책임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사장은 “자기 하나님의 음식을 드리는 자”로 불립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음식이란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셔서 드시는 음식이 아닙니다. 제단 위에 드려지는 화제와 제물을 가리킵니다. 곧 제사장은 하나님께 드려지는 거룩한 예배의 식탁을 맡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서 식탁을 차리는 자, 그것이 제사장의 자리였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식탁을 차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향한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하물며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식탁을 맡은 사람이라면, 그 책임은 얼마나 더 무겁겠습니까?
그러기에 그런 자리에 선 제사장에게 하나님은 더 많은 자유가 아니라 더 깊은 제한을 두셨습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설수록 더 많이 묶이는 것, 이것이 거룩에 부름받은 자의 역설입니다.
그러나 제사장이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거룩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거룩의 원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만 통로였습니다. 하나님의 거룩이 백성 가운데 흐려지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정결하게 지켜야 하는 통로였습니다.
우리는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필터를 사용합니다. 필터는 물을 만들지 않습니다. 다만 불순물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지킬 뿐입니다. 그런데 필터가 오염되면 어떻게 됩니까? 물이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염됩니다. 마셔야 할 물이 해로운 물이 됩니다.
하나님과 죄인 사이에 중보자의 역할로 세워진 제사장이 그러했습니다. 그가 부정해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거룩이 백성에게 흘러가는 통로가 흐려지는 일이었습니다. 제사장의 오염은 제사장 한 사람의 오염이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님의 거룩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레위기를 읽다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전체의 거룩을 말씀하시면서도, 제사장의 위임과 거룩에 대해서는 더욱 강조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제사장의 위임식은 매우 엄중하게 다루어졌고, 제사장의 실패는 즉각적인 심판으로 드러났으며, 제사장의 삶과 제물의 온전함은 반복해서 강조되었습니다.(본문: 레 8–10장, 레 21–22장)
지금도 이 말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더 가까이 섬기라고 부르신 자리가 있습니다. 주의 말씀을 전하고, 예배를 이끌고, 공동체를 섬기는 자리입니다. 부모의 자리, 교사의 자리, 목회자의 자리, 직분자의 자리가 그렇습니다. 그 자리는 누군가에게 신앙의 물을 흘려보내는 통로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언제부터인가 하나님께 더 묶이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 위에 서서 군림하는 자리로 오해될 때가 있습니다. 제한이 아닌 특권의 자리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룩한 하나님의 공동체인 교회가 거룩을 잃고, 공동체가 힘을 잃습니다. 맛을 잃은 소금처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고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레위기의 제사장 규례는 오늘 우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선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님을 더 많이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님께 쓰임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렇습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선다는 것은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 더 깊이 매이는 것입니다. 더 많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내려놓는 것입니다.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 앞에서 더 낮아지는 것입니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벧전 2:9)
그러기에 하나님을 더 가까이 섬기라고 부르심을 받은 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더 제한받고 더 많이 하나님께 매이는 것이 마땅한 본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행여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신다는 이유로, 전능하신 하나님을 조금 더 알고 있다는 이유로, 맡겨진 직분을 자랑거리로 삼고 특권을 누리려는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정결한 통로가 될 수 없습니다. 구약의 제사장들도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부정해질 수 있었고, 그들도 자기 죄를 위해 제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전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거룩을 단 한 번도 흐리지 않으신 완전한 대제사장이십니다. 그분은 거룩한 통로이실 뿐 아니라,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자체이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로 정결한 통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피로 씻김 받고, 그리스도의 은혜로 덮임 받아 다시 하나님의 거룩을 흘려보내는 통로로 세워집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기도는 이것입니다. 오직 성령의 도우심으로 주께 더욱 매인 바 되어, 나는 죽고 주님의 거룩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나의 말과 태도와 섬김을 통해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 받게 하소서. 맡겨진 직분을 특권이 아니라 거룩한 책임으로 감당하게 하소서. 우리 모두가 복음의 맑은 통로로 주께 드려지게 하소서.
주님!
제가 하나님의 거룩을 흐리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저의 말과 태도와 섬김이 주님의 이름을 가리지 않게 하소서. 직분을 특권으로 오해하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께 가까이 설수록 더 깊이 주님께 묶이는 사람 되게 하소서. 완전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저를 다시 정결한 통로로 세워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