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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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11장 16-20절 말씀 묵상 [김연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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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제목 : '잠깐의 성소’ 그리고 ‘영원한 회복'

본문 : 에스겔 11:16–20


16 그런즉 너는 말하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비록 그들을 멀리 이방인 가운데로 쫓아내어 여러 나라에 흩었으나 그들이 도달한 나라들에서 내가 잠깐 그들에게 성소가 되리라 하셨다 하고

17 너는 또 말하기를 주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너희를 만민 가운데에서 모으며 너희를 흩은 여러 나라 가운데에서 모아 내고 이스라엘 땅을 너희에게 주리라 하셨다 하라

18 그들이 그리로 가서 그 가운데의 모든 미운 물건과 모든 가증한 것을 제거하여 버릴지라

19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그 속에 새 영을 주며 그 몸에서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어

20 내 율례를 따르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게 하리니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에스겔 11장은 바벨론 포로기의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이 여전히 자기 백성과 함께하심을 선포하는 말씀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후에도, 하나님은 흩어진 백성을 향해 말씀하십니다.“내가 비록 그들을 멀리 이방인 가운데로 옮기며 여러 나라에 흩었으나, 내가 그들이 이른 나라들에서 잠깐 그들에게 성소가 되리라.” (겔 11:16) 이 말씀은 ‘잠깐’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가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히브리어 ‘מְעַט(meʿaṭ)’는 ‘조금, 잠시 동안, 작은’이라는 뜻으로, 단순히 짧은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소(a little sanctuary)’라는 공간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의 큰 성전이 아닌, 바벨론 이방 땅에서 포로로 잡혀 온 그들과 ‘작은 성소’로 함께 계셨지만, 그 임재의 능력과 위로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의 제약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완전하신 은혜를 드러내는 역설적인 장소였습니다.


‘잠깐의 성소’는 단순히 포로기의 임시 처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내주를 통해 영원한 성소로 완성될 구속사적 예언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고전 3:16). 하나님은 더 이상 돌로 지은 성전에 갇히지 않으시며, 믿는 자의 심령 속에 영원히 거하시는 성소가 되셨습니다. 에스겔 11장의 ‘잠깐의 성소’는 하나님의 임재 방식이 변하는 전환점, 곧 구속사적 변곡점이었습니다. 성전 중심의 공간적 임재에서 성령 중심의 내주적 임재로 옮겨가는 이 시점은 하나님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여시는 장면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잠깐’의 고난을 통해 영원한 임재의 길을 여셨습니다. 고난의 시기는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라, 더 깊은 임재를 향한 준비의 과정이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한 마음을 주고 새 영을 너희 속에 두며, 너희 육신에서 돌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리라.” (겔 11:19) 이 말씀은 ‘잠깐의 성소’ 이후 하나님이 준비하신 본질적 회복의 약속입니다. 하나님은 흩어진 백성의 심령에 새 영을 부으심으로, 장소적 성전이 아닌 관계적 성전을 세우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무너지고, 사회는 불안하며, 심지어 교회마저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신앙은 있으나 교회 나가기를 거부하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 속에서 많은 성도들이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공동체에서 흩어져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우리는 ‘잠깐의 성소’의 의미를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제도와 장소에 머무르지 않으시며, 관계와 순종 속에서 우리를 만나십니다. 예루살렘의 큰 성전이 무너졌을 때도 하나님은 바벨론 포로들과 함께 ‘작은 성소’로 임하셨듯이, 오늘도 흩어진 우리의 자리에서 하나님은 여전히 ‘내 안에 계신 성소’로 임재하십니다. 그분의 임재는 건물에 있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순종 안에 있습니다.


오늘의 신앙 위기는 어쩌면 하나님께서 제도적 신앙을 흔들어 본질적 신앙으로 돌아오게 하시는 ‘잠깐의 성소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간은 하나님이 주의 백성들을 새롭게 빚으시는 은혜의 전환점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멀리 계신 분이 아닙니다. 잠깐의 고난 속에서도, 이방의 땅에서도, 그분은 여전히 ‘작은 성소’로 이스라엘과 함께하셨습니다. 이처럼 그분의 임재는 장소와 제도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성령을 통해 우리의 심령 속 깊숙이 들어오십니다. ‘잠깐의 성소’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더 깊은 임재로 들어오시는 시작입니다. 흩어지고 무너진 오늘의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다시 우리의 성소가 되심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그분의 말씀을 의지하여 잠잠히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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