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전도서 1장 2절, 12장 13-14절, 고린도전서 15장 58절 말씀 묵상 [김연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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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헛됨을 지나 영원함으로

본문 : 전도서 1:2, 12:13–14 / 고린도전서 15:58


2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13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14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

58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전도서의 전도자는 자신을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전 1:1)으로 소개합니다.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를 다 경험한 솔로몬을 떠올리게 합니다. 성경은 그 복의 근원이 그가 하나님께 간구하여 받은 지혜, 즉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마음에 있었다고 말씀합니다(왕상 3:9–13). 그러나 전도자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그 지혜로 인한 부귀영화를 다 누린 풍성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


여기서 "헛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헤벨은 숨이나 입김, 연기처럼 금세 사라져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뜻합니다. 참 흥미로운 사실은 창세기 4장에 나오는 아벨의 이름이 바로 이 헤벨이라는 것입니다. 아벨은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제사를 드리지만, 형 가인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그의 생애는 입김처럼 짧게 끝납니다. 의인의 생명조차 붙잡을 수 없이 사라지고, 순간적으로는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 이것이 타락 이후 해 아래 세상의 모습이며, 오늘도 우리 곁에서 반복되는 인생의 실상입니다.


또한 전도자는 마음을 다하여 지혜를 써서 하늘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연구하여 살핀 내용들을 가감 없이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즉 타락한 본성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인생의 모든 수고와 성취가 이와 같이 덧없다는 것입니다. 유한한 피조물인 사람이 이 땅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 곧 지혜와 쾌락, 재물과 수고는 결국 바람을 잡는 것처럼 허무하게 사라집니다(전 2:11). 그러면서 동시에 하늘 위에서 영원히 계시며 이 땅의 모든 일들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처럼 전도서는 우리로 하여금 시간과 역사의 주권자가 하나님이심을 기억하게 하며, 인생이 피할 수 없는 노년과 죽음 이후에 반드시 하나님 앞에 서게 됨을 상기시킵니다(전 12:7, 14).


전도자는 사람이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수고하고 애쓰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전 3:11).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두셨습니다. 그러기에 사람은 유한한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크게 이루어도, 영원을 향한 그 빈자리는 해 아래의 것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나는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 중심을 살피시는 하나님 앞에서 숨김없이 내 속마음을 드러내며 관찰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 없는 모든 인생이 본질적으로 헛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허무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소망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인생 각자에게 작은 분복을 주셨습니다. 곧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평범한 일상의 삶이 사실은 하나님의 선물임을 말씀합니다(전 2:24). 겉으로 보기에는 인생이 허무로 가득 차 있는 듯하지만, 그 속에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혜와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먹는 한 끼, 가족과 나누는 대화,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 수고가 바로 하나님께서 나누어 주신 분복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로 이 은혜를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인생의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통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발견하며, 하나님으로 인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 이것이 참된 지혜의 삶입니다.


전도자는 또 인생의 모든 때가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선포합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 우리는 때로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하나님은 모든 일을 주권적으로 다스리시며 때를 따라 아름답게 이루어 가십니다. 겉으로 보면 우리의 삶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울고 웃고, 일어나고 자는 단순한 반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하나님의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내가 주인이 되어 끌고 가는 무의미한 삶이 아니라, 주권자 되신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의미 있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전도서는 결론을 분명히 내립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인생의 목적은 성공이나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며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본분이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이어서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전 12:14)고 말씀합니다. 하나님 앞에 서는 그날을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우리 가운데 이 본분을 온전히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복음이 있습니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은 해 아래의 것으로 채워지지 않지만,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해 아래로 오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헛된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을 온전히 경외하시고 아버지의 뜻에 끝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우리가 다 지키지 못한 사람의 본분을 그리스도께서 이루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받아야 할 심판을 십자가에서 대신 짊어지시고 죽으셨으며,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에 두신 영원을 향한 갈망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헤벨처럼 흩어지던 인생이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에 잇대어진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부활의 장 마지막에서 이렇게 선포합니다.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전 15:58). 전도서가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전 1:3)라고 물었다면, 복음은 주 안에서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 3장에서 타락한 인간에게 죄의 결과물로 주어진 것이 땀 흘리는 고된 수고와 헛됨이었다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수고는 헛됨이 아닌 하나님께 기억되는 의미와 상급이라는 것입니다. 즉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해서 인생의 수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고는 여전합니다. 변한 것은 단지 수고의 자리입니다.


따라서 참된 지혜의 삶은 무슨 거창한 업적이나 많은 지식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하나님께서 주신 분복을 깨닫고, 그로 인해 여호와를 즐거워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을 나누는 삶이야말로 지혜로운 삶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세상 풍파 다 경험한 노년에 이르러서야 여호와 하나님을 인정하고 경외함을 배우려 하기보다는, 본격적인 인생의 시작인 청년의 때에 창조주를 기억하고(전 12:1)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것이 인생을 바르게 사는 지혜의 길이며, 헛된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참된 복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이미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이 길을 걷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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