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민수기 1장 53절, 베드로전서 2장 9절, 히브리서 13장 13절 말씀 묵상 [김연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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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산다는 것 -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신앙의 방파제] 로 세우셨습니다 

본문 : 민수기 1:53, 베드로전서 2:9, 히브리서 13:13


하나님의 은혜로 출애굽한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습니다.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


이 언약 이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하나님께서 함께 거하시는 언약 공동체’로 세우셨습니다. 민수기 1장과 2장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성막을 공동체의 중심에 두시고, 그 주위에 열두 지파를 동서남북으로 배치하게 하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 가운데 거하시며 함께하신다는 언약의 표였습니다.


그러나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죄인인 백성 가운데 거하신다는 것은 큰 은혜인 동시에 매우 두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알지 못한 채 함부로 하나님께 나아간다면 하나님의 진노가 임할 수 있었고, 반대로 백성의 죄와 연약함을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아갈 중보자가 없다면 하나님과 백성의 교제는 이어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레위지파를 따로 구별하셨습니다. 대제사장과 제사장을 세우시고, 성막과 예배를 맡기시며 이스라엘에게 이에 따른 법도와 율례를 가르치도록 하셨습니다. 즉 그들은 단순히 성막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활을 하는, 하나님을 알고 백성을 아는 「중보자」였습니다. 그리고 중보자의 역활을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레위인은 증거의 성막 사방에 진을 쳐서 이스라엘 자손의 회중에게 진노가 임하지 않게 할 것이라 레위인은 증거의 성막에 대한 책임을 지킬지니라 하셨음이라”(민수기 1:53)


즉 중보자의 역할은 하나님을 알고 백성을 알아, 언약 공동체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지 않도록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 서는 책임을 맡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생각하면 한 가지가 떠오르는 형상이 있습니다. 바로 「방파제」입니다. 방파제는 바다의 파도를 없애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파도가 먼저 부딪히는 자리에 서서 그 충격을 받아 내고, 그 뒤에 있는 항구와 마을을 보호하는 구조물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는 언제나 죄와 유혹, 고난과 시험이라는 파도가 밀려옵니다. 가정에도, 교회에도, 자녀들에게도, 우리 사회와 민족에도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거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하나님께서 레위인을 세우신 이유가 바로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백성의 연약함 사이에 서서 공동체를 지키도록 하기 위함이었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를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르신 것은, 참된 방파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중보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공동체를 지키는 사명을 맡기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공동체를 구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을 전하며 공동체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민수기 16장은 그 모습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고라의 반역 이후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자 아론은 향로를 들고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섰습니다. 그러나 재앙을 멈추게 한 것은 아론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제사장의 중보 사역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장차 우리를 위해 완전한 속죄를 이루실 참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러기에 제사장으로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하나님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 6:5)고 명하셨고, 예수님께서도 이것을 가장 큰 계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제사장은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의 죄와 연약함을 알기에 정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돕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 22:39)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사명을 완전하게 이루실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십니다. 

예수님은 참 하나님이시며 동시에 참 인간이십니다. 하나님을 완전히 아시고 우리의 연약함도 친히 경험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완전하게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은 방파제가 필요하다고 말씀만 하신 분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친히 「참된 방파제」가 되셨습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죄의 심판을 먼저 대신 담당하시고 하나님과 우리를 화목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향하여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벧전 2:9)

즉,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공동체의 문제를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서서 기도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품으며, 진리를 붙들고 죄인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삶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는 신명기 6장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명기 6:6-7)


그렇습니다. 신앙의 전승은 단순한 종교 교육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의 방파제를 세우는 일」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부모를 통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녀가 세워지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다음 세대가 세워집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신명기 6장에서 말씀하신 언약의 계승이며, 「왕 같은 제사장」의 사명입니다.


오늘 붙드는 한 말씀, 오늘 드리는 한 번의 기도, 오늘의 작은 순종과 용서와 섬김이 차곡차곡 쌓여 다음 세대를 지키는 믿음의 방파제가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열매를 다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르십니다. 하나님 나라에서 우리가 남기는 가장 큰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믿음입니다. 참된 방파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공동체를 위해 중보하고, 다음 세대에게 말씀을 전하여 믿음의 방파제를 세워 가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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