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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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 고개를 들어! 공만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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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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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상을 보니 아이 둘이 시합을 합니다. 바닥에 일렬로 놓여 있는 컵을 빨리 수거하는 게임입니다. 출발점 뒤에 놓인 큰 바구니에 모든 종이컵을 빨리 담아야 승리합니다. 바닥에는 20개 정도의 컵이 두 줄로 나란히 서 있습니다. 참가하는 두 아이의 신체 조건은 비슷해 보입니다. 게임이 시작되자 한 아이는 출발점 가까이에서부터, 다른 아이는 맨 끝에 있는 컵부터 하나씩 바구니에 담습니다. 한 번에 컵 한 개씩 담아야 하기 때문에 먼 쪽부터 담는 아이는 앞에서부터 담는 아이보다 많이 뒤처집니다. 출발선 쪽부터 컵을 바구니에 담는 아이는 순조로워 보입니다. 승패는 이미 결정 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가 교차될 때부터 이게 뭐라고 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먼 쪽부터 컵을 담은 아이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손놀림이 처음보다 더 빨라졌습니다. 반면 출발선 쪽부터 컵을 담기 시작한 아이의 얼굴에는 조바심이 역력합니다. 마음이 급하니 스텝도 꼬여 보입니다. 그래도 가까운 쪽부터 컵을 담은 아이가 여전히 앞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결과는 먼 곳에서부터 컵을 모은 아이가 이겼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결과였습니다. 승패를 떠나서 우리는 쉬운 것부터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한 경우, 나중에 어려운 것이 남아 있으면 포기합니다. 반면 처음에 어렵더라도,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다 보면 결과물을 얻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게임처럼 말입니다.


저는 주중 아침에 하루 이틀 나가 조기 축구를 합니다. 후배 목사님의 소개로 작년 3월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1년이 되었습니다. 안 하던 운동을 다시 하려니 지난 1년 동안 소소하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날고 뛰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겠지만, 저도 나름대로 화려한 골목 축구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욕 목사님들의 축구 실력은 다릅니다. 매년 봄에 열리는 미동부 5개 주(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메릴랜드, 버지니아) 목사회 체육대회에서 축구 우승은 늘 뉴욕 목사회가 차지합니다. 하지만 무림의 고수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 우리 팀이 매번 상대하는 평신도 축구팀이 있는데 실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선수 출신도 있는 듯합니다. 목사 팀이 항상 밀립니다. 10번 경기하면 겨우 한 번 이길까 말까입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제가 일을 냈습니다.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했습니다. 제 포지션은 우측 풀백 수비수라 공격할 기회가 적습니다. 그런데 우측으로 돌파하면서 우리 팀에게 공을 센터링하려 했는데, 공이 잘못 맞아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축하해 주던 어느 목사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목사님, 1년 전 처음 뛸 때보다 몸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저는 쑥스러워서 "몸무게는 똑같아요."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리 팀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 따라 다니기에 급급했고, 어쩌다 공이 내게 오면 공에만 집중하느라 패스해야 할 팀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조급해지고 패스 미스가 잦았습니다. 그때마다 축구회 단장 김인식 목사님이 한마디 해주셨습니다. "박 목사님, 공을 잡고 고개를 들어요. 이 연습을 계속해야 해." 아직도 실수가 많지만, 의식적으로 공을 잡으면 고개를 들려고 합니다. 지금 잡고 있는 공만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야 우리 팀을 보고, 우리 팀을 보고 패스를 하면 또다시 받으러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누가 압니까? 50대 김민재 선수 같은 대형 수비수가 나올지. "박 목사, 고개를 들어라. 공만 보지 말자."


우리 교회는 ‘작은 교회’입니다. 몇 달 전에 제 입으로 ‘개척교회’라는 말보다 ‘작은 교회’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해 놓고, 습관적으로 다시 ‘개척교회’라고 말했나 봅니다. 교인이 진지하게 제안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개척교회’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서 우리 교회에 안 오려고 해요. ‘작은 교회’로 불러주세요." 말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행동이 됩니다. 영국의 소설가 찰스 리드(Charles Reade)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얻고, 습관을 심으면 성격을 얻으며, 성격을 심으면 운명을 얻는다.” (Sow an act, and you reap a habit; sow a habit, and you reap a character; sow a character, and you reap a destiny.) 아무리 작은 말이나 지나치기 쉬운 행동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훈련하고 연습하며 갈고닦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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