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체중계 위에 당당히 올라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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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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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록슬러 효과(Troxler effect)는 가운데 있는 점을 한동안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원래 보이던 주변의 선이나 그림이 서서히 흐려지거나 사라져 보이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우리 눈은 한 곳을 고정해 본다 해도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이 작은 떨림 덕분에 화면을 생생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미세한 움직임에도 새 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면 뇌가 “주변에는 변화가 없구나” 하고 판단해서, 배경색으로 그 부분을 메워 버립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있는데도 없다고 느끼는 착시가 생기는 것이죠. 이것이 트록슬러 효과입니다. 예시를 보면, 가운데 작은 점을 둘러싼 동그라미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중앙 점만 계속 보면 주변 원이 희미해지거나 아예 사라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착시’일 뿐입니다. 임시적인 현상이고, 일종의 자기 망각입니다. 실제로 그 원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또렷하게 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가 지워버리고 싶어서, 거추장스러워서 뇌가 잠깐 무시해 준 것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요즘 저는 건강을 생각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조기축구를 하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니 몸이 훌쩍 불어 있더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작은 제 잘못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욕실에 있는 눈금 체중계를 너무 믿고 있었던 겁니다. 가끔 올라가 보면 늘 비슷한 숫자가 나와서 “아, 아직 괜찮네” 하고 크게 위기의식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조금 더 정확한 체중을 알고싶어 디지털 체중계를 아마존에서 저렴한 걸로 하나 샀습니다. 포장지를 연 후 건전지를 넣고 시범 삼아 조심스럽게 새 체중계 위에 제 몸을 실었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아,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지!” 싶어 얼른 최대한 가볍게 입고 다시 체중계를 밟았습니다. 그런데도 숫자는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그제야 욕실에 있던 눈금 체중계와의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머리가 뜨끔했습니다.
사실 눈금 체중계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 눈금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슬쩍 트릭을 썼기 때문입니다. 발바닥 어디에 힘을 주느냐에 따라 바늘이 다르게 움직이거든요. 바늘이 저를 속인 게 아니라, 제가 제 자신을 속인 것입니다. 양발을 고르게 딛고 정직하게 서면 숫자가 분명 더 나왔을 텐데, 저는 조금이라도 덜 나오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숫자가 적게 나오는 쪽이 “내가 제대로 선 거야”라고 스스로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저 스스로 시각적 착시를 강요한 셈입니다.
우리 신앙도 이럴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내가 원하는 상황, 내가 편한 기준, 내가 바라는 쪽으로 몸을 싣고 있지는 않나요? 실제로는 영적으로 ‘비만’인데, 체중계 눈금을 슬쩍 손봐서 “나는 잘 믿고 있어”, “내가 보기엔 괜찮아”, “나니까 이 정도 하는 거지”, “예전에 받았던 은혜가 있는데…” 하며 스스로 안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좀 더 냉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이 있습니다.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분명한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데도, 그 말씀에 순종할 용기는 없으면서, 바리새인처럼 겉모습만 신앙인으로 보이게 하려는 태도가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 겉치장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 보기 좋았더라”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약 1:22)
말씀이 거울입니다. 진리의 말씀이 있으니 그 말씀을 거울 삼아 나를 보아야 하고, 내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아야 합니다. 말씀이 들어오면 헛된 것, 착시 같은 것, 내가 조작해 놓은 눈금들을 하나씩 걷어 내 주실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정확한 체중계 위에 정직하게 올라가듯 하나님 앞에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주님 오실 때에 내 모습을 온전히 보여 드릴 준비, 지금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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