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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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기 싫으면 다른 사람도 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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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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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지난달, 교인들과 함께 필드트립으로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Independence Hall)’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헌법이 처음 논의되고 채택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사실 이번 필드트립의 원래 목적지는 ‘성막체험 박물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실수로 박물관의 휴관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급히 목적지를 필라델피아 역사 탐방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명분도 있었습니다. 곧 7월이기도 하니 독립기념일과 연관된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제 실수를 그럴듯하게 포장했지요.


     그런데 급조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민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었지만, 뉴욕과 가까운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은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이라는 말에 제 어깨가 으쓱해져 미리 예습해둔 얄팍한 미국 역사를 열심히 설명해드렸습니다. 1776년, 미국이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민주공화정을 시작할 무렵, 대부분의 서구 열강은 여전히 왕정 중심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이 의회 중심의 입헌군주제를 도입하거나 시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왕이 절대 권한을 가진 전제군주제가 주류였습니다. 심지어 프랑스혁명조차 미국의 독립선언보다 13년이나 뒤에 일어났습니다. 미국은 왕이나 귀족이 아닌 시민이 주권을 가진 공화정을 수립했고, 삼권분립을 통해 최초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제도화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위대한 미국 만세를 외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적·종교적 영향과 더불어, 대륙 내에서 자치 생활에 익숙했던 초기 정착민들에게 더 이상 절대왕정 체제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립전쟁 과정에서 대륙군, 영국군, 동맹군을 포함해 약 5만 여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민주공화정을 얻기 위해 많은 생명이 피를 흘리고 희생했습니다. 결국 공화정이 승리했습니다. 그것은 피로 쟁취한 결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피와 땀 위에 서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안함은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이는 사회만이 아니라 가정도,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이 돌아가는 것도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희생 덕분입니다.


       교회는 어떤가요? 지금 우리가 교회에 만족하며 “이 교회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이면에는 수많은 헌신과 봉사의 손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점심 식사 한 끼조차 누군가의 자발적인 헌신과 수고 덕분에 기쁨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이 교회는 사랑이 없네.” “이 교회는 뭐가 부족하네.” 그러나 어느 교회든 쉽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그날 기분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유흥 오락실이 아닙니다. 오늘 내가 교회에서 기분 좋은 일을 경험했다면, 그 일은 분명 누군가가 마음을 다해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로 인해 내가 오늘 행복했다면, 그분에게 뜨거운 감사의 말을 전합시다. 교회 문을 들어설 때, 계단을 따라 예배당으로 올라갈 때, 예배실 의자에 앉을 때, 그리고 반주에 맞춰 찬양할 때, 우리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내가 받을 만해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헌신한 누군가의 땀과 눈물 덕분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기억합시다. 내가 그 십자가를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 피흘리심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감사 대신 불평이 나온다면, 지금이라도 두 손을 넓게 펴고 우리의 입술을 쳐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흘리신 피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희생과 땀을 가볍게 여기지 맙시다. 내가 얻을 이익만 계산하지 맙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은 법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직접 나설 수는 없더라도, 감사의 말만큼은 잊지 맙시다. 교회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희생과 땀으로 세워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당신의 헌신과 땀을 하나님은 반드시 기억하시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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