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df44233f6607ac58261e6fee311a6b91_1738781940_2221.jpg
 

사랑은 멀리 있지 않아요

작성자 정보

  • 박영관 목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지난 월요일 늦은 시간, 카톡으로 문자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뉴저지에서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세탁소의 사장님 권사님께서 소천하셨다는 부고였습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 마음에 면도칼이 스치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습니다. 화요일 저녁, 뉴저지 외곽의 한 작은 미국 교회에서 장례예배가 있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길이 막혀 2시간 반 동안 차 안에서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습니다. 도착하니 설교 시간이었습니다. 설교자는 고인의 동생 목사님이셨고, 형을 ‘정 많은 사람’이라고 회고하셨습니다.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알던 권사님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권사님은 제 수업 시간을 배려해 일하는 스케줄을 조정해 주셨고, 세탁소에는 매일 WQXR 클래식 채널이 흘러나왔습니다. 낡은 소니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선율은 세탁소 구석구석을 감쌌습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면, 권사님과 같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맞잡고 환호했습니다. 다른 주의 교회로 사역지가 결정되었을 때, 따뜻하게 보내주셨고, 뜻하지 않게 그 교회를 갈 수 없게 되어 갈 곳이 없던 저를 다시 받아주셨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절, 저는 그 세탁소에 있었습니다. 권사님은 마치 아버지처럼, 삼촌처럼 저를 사랑해주시고 배려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베드로는, 이전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사랑의 고백을 다시 하게 됩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것들보다 더?” (요한복음 21:15, 새한글성경) 예수님의 세 번의 질문 앞에서 베드로는 피하지 않고, 세 번 모두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어느 주일 오후 집에서 밥을 먹다 이 말씀이 문득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주님이 제게 묻는 것 같아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목이 메여 밥을 삼키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맹세하며 주님을 모른다 부인했던 베드로는 이제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수줍지만 분명히 고백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사랑은 어쩌면 ‘나’를 먼저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교회는 이게 가능해야 합니다. 상대를 용납하는 데서부터 말입니다. 지난 주일, 점심 친교 후 성경공부가 시작되기 직전이었습니다. 한 성도님이 “한때 나이트클럽에서 스텝 좀 밟았다”고 간증(?)하자, 너도 그랬냐 나도 그랬다며 방언 터지듯 고백들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장난삼아 살짝 몸을 흔들며 스텝을 밟아 보였습니다. 교인들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당황한 분도 있었겠고, ‘거룩’을 중시하는 성도들은 시험에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짝 내려놓고 나니 저도 편하고, 교인들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나를 조금 내려놓으면 서로 편해집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용납하면, 더 편해집니다. 


     교회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내 마음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음 맞는 사람만 모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내가 도망치든지, 아니면 부딪치든지. 그래서 교회 생활이 어렵습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초대교회를 떠올려야 합니다. 교회는 성령세례 이후, 성령충만한 성도들을 통해 세워졌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하면, 나를 조금 더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사랑할 수 있고, 용납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성도들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터 위에 세워졌습니다. 주춧돌은 그리스도 예수님 자신이십니다. 그분 안에서 건물 전체가 함께 어우러져서 주님 안에서 성전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에베소서 2:20-21, 새한글성경) 


     오늘은 교우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땀 흘리며, 주 안에서 하나 된 교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4 / 1 페이지
번호
제 목
이름



최신글 모음


새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