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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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중에라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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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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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주일입니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예루살렘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길에 깔고, 손에 들고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구원할 메시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제자들은 예수님을 배신하고, 환호하던 군중들은 돌변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으셨습니다.


3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학부 시절, 서울의 한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로 섬기던 때였습니다. 교사들과 함께 사순절을 준비하며, 종려주일에 간단한 성극을 하자는 의견에 뜻을 모았습니다. 종려주일 예배 후, 교회 건물 바깥 계단에서 중등부 학생들과 교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은 ‘빌라도의 법정’이었습니다. 저는 빌라도 역을 맡았습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무스탕 겨울 자켓을 입고, 얼굴에는 가짜 수염을 붙였으며, 시커먼 망토를 어깨에 두르는 등 최대한 거만하고 안하무인한 모습으로 분장했습니다. 제 옆에는 창을 든 로마 병사 두 명이 총독을 호위하며 죄인인 예수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반면 예수님 역을 맡은 선생님은 인상이 참 온화했고, 헐벗은 차림에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는 피가 흐른 자국까지 그려져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예수님 같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연극이라 많이 떨렸지만, 최선을 다해 빌라도를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하고 묻자, 예수님은 "그렇다"고만 하셨고 다른 질문에는 침묵하셨습니다. 이어지는 제 대사는 군중을 향해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 그러자 군중 역을 맡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크게 외쳤습니다. "바라바를 달라!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라!"


빌라도 역을 맡은 저의 마지막 대사는 예수를 외면한 채 그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주는 것이었습니다. 로마 병사들은 채찍질하며 예수님의 어깨에 십자가를 짊어지웠습니다. 그 순간, 여선생님들이 대본에도 없었는데 "주여!" 하며 실제로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던 아이들도 따라서 울었습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성극이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제 눈앞에 생생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눈으로 본 제자들은 그 장면을 잊을 수 있었을까요? 매일같이 그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고, 아무 죄 없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일을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제자들은 끊임없이 질문했을 것입니다. "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셔야 했는가?" 아무 죄도 없으시고, 세상을 바꿀 능력도 있으셨을 텐데, 왜 그렇게 무력하게 죽으셔야 했을까? 이런 질문은 초대 교회에서도 계속 제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답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었습니다.


우리도 질문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굳이 고난을 당하셔야만 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의 저자 몰트만 교수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이유가 전통적인 속죄론을 넘어선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자기 비움과 고난 속에서의 하나님의 연대"가 드러난다고 강조합니다. 몰트만 교수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고난을 당하신 사건이 십자가라고 주장합니다. 성자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버림받음을 경험하시고, 성부 하나님은 아들을 버리심으로써 고통을 겪으십니다. 몰트만 교수는 하나님의 고난으로 십자가를 바라봄으로써, 인간의 고난을 멀리서 바라보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고난에 직접 참여하시는 하나님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십자가는 천시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희망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처럼 고통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종려주일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결코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힘내세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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