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에 충실한 주님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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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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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과거의 좋은 추억을 먹고 삽니다. 요즘은 ChatGPT에서 만들어 주는 ‘지브리 스타일’ 그림이 유행입니다. 사진을 올리고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라고 명령하면,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려준 듯한 내 그림이 몇 분 만에 완성됩니다. 어릴 때 보았던 미래소년 코난이나 빨간머리 앤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한국에 있는 처제에게 작년 가족여행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서 보내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귀여운 만화 느낌이 싫지 않다고 했지만, 실제 모습과 차이가 크다 보니 SNS 프로필 사진으로 써도 될지 고민하더군요. 그래도 AI 덕분에 어릴 적 즐겨 보던 만화 세계에 들어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사진 하나와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나를 미래소년 코난의 친구로, 빨간머리 앤의 이웃으로 바꾸는 AI 기술이 신기했습니다.
요즘 저도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교인 중에 부인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영어권 성도님이 계십니다. 그분을 위해 설교 원고를 ChatGPT로 영어 번역해 드립니다. 설교는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그분은 번역된 원고를 읽으며 귀로 설교를 들으면서 열심히 예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어를 완전히 모르시는 분은 아니어서 따라오시는 모습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쓰럽습니다. 우리 예배가 이중언어 예배는 아니지만, 궁여지책으로라도 함께 예배드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통역 AI 앱이나 프로그램이 더 발전하면, 훨씬 더 쉽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성경박물관(Museum of the Bible)에 가면, 가상현실(VR)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할 수 있습니다. VR 장치를 쓰고 고개를 돌리면 이스라엘 곳곳을 3D 입체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좌우를 둘러보며 실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갈릴리 호수를 생생하게 바라보고,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요단강가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가지 않았지만, 다녀온 듯한 체험이 가능해졌습니다.
AI 기술이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 수 없습니다. 과연 실제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솔직히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성도들이 예배당에 모이지 못했던 시절, 영상예배라는 대안이 있었습니다. 불완전하지만 울음을 달래기 위해 물리는 노리개처럼, 일정 부분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지진이나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머무는 임시 주거시설처럼, 영상예배는 임시 피난처였습니다. 재해가 끝나면 임시 거처를 떠나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듯, 우리는 현실을 직면해야 합니다.
과거의 추억 속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가상현실은 결국 가짜 현실입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 본질은 아닙니다. 우리의 본분은 영과 진리로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이며, 잃어버린 영혼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돕는 것입니다. 성령 충만하여 땅끝까지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우리가 할일입니다. 사순절의 4분의 3 지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 시기를 지나며 다시금 다짐합니다. 본분에 충실한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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