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목사

df44233f6607ac58261e6fee311a6b91_1738781940_2221.jpg
 

당신의 ‘종말 시계’는 어디쯤 와 있습니까?

작성자 정보

  • 박영관 목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지난 1월 28일 ‘과학 및 안전 위원회’(the Science and Security Board)는 ‘핵 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를 통해 2025년 ‘종말 시계’(Doomsday Clock) 시침을 자정에 1초 더 가깝게 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종말 시계’상으로 자정까지 90초에서 1초 당겨진 89초가 남은 셈입니다. ‘종말 시계’는 노벨 수상자 13명의 핵물리학자들이 주도하여 만든 상징적인 시계인데,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핵전쟁, 기후 변화, 생물학적 위협 등의 요소를 계산하여 경종을 울리는 알람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위협 요소에 따라 자정까지의 시간이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1953년 소련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던 당시 ‘종말 시계’는 자정에 2분 더 앞당겨졌고, 1991년 소련 해체 때에는 냉전 종식으로 핵 위험이 줄어들어 자정까지 17분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계속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갈등, 북한의 핵 개발,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심지어 AI 발전으로 인한 가짜 뉴스의 확산 등 세계적인 위협으로 인해 ‘종말 시계’가 자정까지 89초 남았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내 삶의 ‘종말 시계’가 있다면 자정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았을까? 사도 바울의 경우, 전도하고 선교하면서 받았던 위협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고후 12:10)라고 밝힙니다. 더 구체적으로 바울을 위협했던 것들은 바울을 죽이려 하던 자들,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 맞은 매질들, 선교 여행 중에 만난 강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의 위험, 이방인의 위험, 시내의 위험, 광야의 위험, 바다의 위험, 거짓 형제의 위험, 잠도 못 자고, 목마르고, 굶고, 헐벗었던 경험들일 것입니다(고후 11:24-27). 사실 사도 바울은 이 모든 위험과 위협을 무릅쓰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전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저 역시 목회 길에서 겪었던 위험과 위협이 왜 없었겠습니까? 전도사 때부터 세어 보면 30년 세월입니다. 목회 길을 가면서 중도 포기하게끔 저를 굴복시키고 좌절시키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며칠 전에 딸아이와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아이 책을 몇 권 빌리고, 도서관에 없는 책은 따로 주문했습니다. 도서관 사서가 우리가 낸 주문서를 조회할 때, 옆에 비치된 ‘무료 영어 클래스’ 정보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일단 들고 왔습니다. 차 안에서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영어 클래스 들을 거야?” “아니, 한번 보는 거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알아보는 거야. 시간이 맞으면 들을 수도 있고.” “그러면 아빠는 어느 정도야? 여기 Beginner 레벨하고 Intermediate 레벨이 있어.” “너만큼은 아니어도, 초급은 아니지 않을까? 이래 봬도 아빠, 미국에서 영어로 학교 졸업한 사람이야. 아빠 무시하지 마.” 여기까지는 순조로운 대화였습니다. “그럼 아빠, 왜 그렇게 많이 공부했어? 지금 우리 교회는 렌트해서 있는 교회잖아.” “그러게, 아빠는 왜 이렇게 공부를 많이 했을까? 지금 렌트해서 목회하는 교회 목사인데 말이야.” 웃으면서 아이의 질문을 회피했습니다.


딸아이의 마지막 질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목사가 되려고 신학 공부를 하고, 더 좋은 목사가 되겠다고 가능하지 않은 형편에 공부하러 미국까지 왔습니다. 학위를 끝내려고 아내는 네일 가게에서, 교회 피아노 반주로 남편을 뒷바라지했고, 저 역시 공부를 하러 왔는지 세탁소에 일하러 왔는지 모르는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공부를 마쳤고, 목회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유학을 왔지만 지나고 나니 인간의 무모한 욕심이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없이는 모든 것이 불가능했음을 고백합니다.


공부와 목회를 꺾는 외부의 위험과 위협이 많았습니다. 가장으로서의 무게, 교회 성장에 대한 부담,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 설교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 건강의 위협, 재정의 위협, 관계가 끊어질 위협 등이 제 목회적 ‘종말 시계’를 자정에 가깝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릎 꿇고 기도할 때마다 ‘종말 시계’의 시침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신앙생활하려는데 신앙을 넘어뜨리는 위험과 위협들이 ‘종말 시계’를 자정으로 몰고 갑니다. 목사한테 실망하고, 성도들에게 상처받으면 신앙이 바로 서지 못하고 자정으로 시침이 줄어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먼저 큰 위험과 위협을 경험했고 극복한 사도 바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약하심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나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 계시니 우리도 그 안에서 약하나 너희에게 대하여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와 함께 살리라.”(고후 13:4) 어떤 위험과 위협도 그리스도와 우리를 멀어지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약하게 하는 큰 위험과 위협이 있을지라도, 십자가에서 내려 부활 승리하게 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면 ‘종말 시계’의 시침이 자정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지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2 / 1 페이지
번호
제 목
이름



최신글 모음


새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