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 주님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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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관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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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와서 처음 산 자동차는 Dodge Intrepid였습니다. 2005년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학부 기숙사 주차장에서 차 앞 유리에 붙어 있던 중고차 세일 표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For Sale, year 1995, 70,000 mile, $2,000.” 비록 차 지붕의 페인트가 절반 정도 벗겨진 낡아 보이는 차였지만, 10년 된 중고차치고는 마일리지도 적고 가격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수중에 있던 돈을 탈탈 털어 거금 2천 불짜리 차를 손에 넣었습니다. 중고차였지만 실내도 넓고 탈 만했습니다. 그런데 인수한 지 한 달이 되기 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더니, 거의 매달 자동차 수리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 고치면 몇백 불이 우습게 나가곤 했습니다. 급기야 어느 주일 아침, 교회 가던 길에 차가 퍼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고속도로에 들어가기 전 로컬 도로여서 큰일은 면했습니다.
그렇지만 탈도 많던 그 중고차가 있었기에 공부도 하고, 생활도 하고, 사역도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계기판에 노란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언젠가 차가 설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계기판 노란불만 보면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경고등이 있었기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 조기축구로 한참 운동장을 뛰던 중에 축구화 밑창이 마치 “난 여기까지야, 더는 못 뛰겠다”라고 말하듯이 터져 버렸습니다. 축구화가 오래되어 바닥이 갈라진 것이죠. 20년 전 드류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저희와 함께 뛰던 한인 집사님 한 분이 안 신는 축구화가 있다며 선물로 주신 것이었습니다. 이제 수명을 다해 보내주려 하니, 왠지 미안하고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동고동락했던 '윌슨' 배구공을, 섬을 탈출한 뒤 망망대해에서 떠나보내며 오열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유학 와서 동고동락했던 ‘전우’를 떠나 보내는 마음이랄까요.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나 함께할 줄 알았습니다. 자주 신지는 않았지만 늘 운동 가방에 들어 있던 축구화였습니다. 10년 넘게 축구를 쉬다가 작년부터 다시 시작할 때도, 축구화는 고민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늘 가방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서, 어디서든 갑자기 공을 찬다고 해도 축구화만 꺼내 신으면 곧바로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일부터 대강절이 시작됩니다. 교회 나이는 갓 두 살을 넘었지만, 11월에 창립했기에 벌써 세 번째 대강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강절은 아기 예수님 오신 성탄절을 준비하는 절기이면서 동시에, 다시 오실 재림의 주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오고 있다’(coming)는 뜻의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해, 영어로 대강절을 Advent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의 초림은 이미 이루어진 사건이지만,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에게 ‘깨어 있다’와 ‘준비하다’라는 두 단어가 절실합니다. 이번 대강절에 함께 읽을 묵상집(J. D. 그리어, 《예수를 기다리며》)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붙잡을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은 수세기 전 어둠을 마주했던 그 백성들에게 하셨던 말씀을 우리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계신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성탄절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풍요로운 때나 위기의 때나 상관없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한 아기의 탄생이라고 말씀하신다.” (p.24)
이미 2천 년 전에 태어나신 메시아이시기에,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왜 깨어 있어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오실 주님”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언제 오실지 모를 주님을 기다리려면 깨어 있어야 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하려면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준비의 첫 단추는 이미 오셨던 주님에 대한 확신일 것입니다. 한 번 오셨다는 확신과 다시 오실 것에 대한 기대, 이 둘이 이번 대강절 기간 내내 우리가 깨어서 준비할 마음의 자세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서 오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