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

eca2efab30f2f9e7c565dac93d5f612b_1738365298_4106.jpg
 

상한 갈대

작성자 정보

  • 김희건 목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제자들을 대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은 극심한 고통 속에 사는 분들이 있다. 오래 전 뉴욕 장신대에서는 카나다에서 와서 수업을 듣는 분이 있었는데, 수업 중 몸이 너무 아파서 누워서 들었던 분이었다. 정말 성실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던 분인데 안타깝게 암으로 세상을 떠나갔다. 종종 그분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성실한 학생을 부르신 뜻은 어디 있을까?
그 보다 조금 전에도 다른 신학교에서30대의 여학생으로 교통 사고로 허리의 고통으로 몹시 힘들어 하는 학생이 있었다.몇 차례 허리 수술을 했어도 낫지 않고, 통중울 지니고 살아야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차라리 생명을 거두워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했다. 학교를 떠나고 소식이 끊어졌는데, 그가 내 생일 선물로 준 Money tree를 볼 때마다 그 학생이 생각난다. 고통이 무엇인지 경험했던 사람으로 고통 속에 사는 분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저며오는 것 같다.
옛날 고교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버스 안에 서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아팠다. 마치 뺀치로 살을 집는 것 같았다. 과로 탓으로 알았지만, 얼마 후 내 몸에 TB가 엄청 진행된 것을 알았다. 그때 마음 속에 항상 머물렀던 말씀이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신다"는 말씀이었다.
소망 중에 의지했던 말씀인데, 수 십년이 지나 돌아 보니, 과연 하나님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고, 이날까지 보존시켜 주셨다. 그 힘든 시절에 한 가지 소망과 목표는 신학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에 관한 학문을 배우고, 하나님을 위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그 길을 좇아갔다. 하나님은 몸을 회복시켜 주셨고, 공부할 기회, 사역할 기회를 주셔서, 이날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제자들 중에는 삶의 소망을 잃고 있다가 하나님을 위해 살 마음으로 신학교에 들어온 분들이 있다. 수업 중 보는 그 얼굴은 환한 보름 달처럼 빛난 것을 볼 수 있다. 강의를 들을 때는 신앙 고백이 다시 살아나고 삶의 소망을 가졌다가, 다시 삶의 현장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은 무에서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창조는 무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이해하는 일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무란 무의미, 무가치를 의미한다. 하나님은 무가치한 자를 불러, 존귀한 사역을 맡기고 존귀한 사람으로 창조하신다. 그 창조의 능력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의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의 작음과 무가치함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이 항상 그 작음을 아는 사람을 부르는 까닭이 거기 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도 그 작음에 대한 고백이다. 그 고백은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 사울 왕처럼 처음에 겸손했다가 나중에 교만해지면 버림을 받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의 겸손을 잃어 버리고, 자기를 자랑하고 자기 성취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곧 넘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우리의 작음과 무가치함을 항상 의식하고 고백함으로 하나님의 "계속적 창조"의 수단으로 쓰임을 받게 된다. 하나님 안에서 자랑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알아야 하고, 겸손이 은혜의 시작인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루 하루 그의 붙드시는 손이 없으면, 어느 순간 우리는 무의 존재로 떨어질 수도 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그 신실하심과 인자하심으로 상한 갈대와 같은 인간을 오늘까지 붙들어 주셨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 / 3 페이지
번호
제 목
이름



최신글 모음


새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