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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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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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건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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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1월 초, 나는 그때 출석하던 서대문 순복음 교회에서 철야 기도를 했다. 이틀 밤을 교회에서 밤새 머물러 있었다. 무엇을 위해 기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교 합격을 위해 기도하진 않았다. 마음이 항상 눌려 지내서 평강을 구하지 않았을까, 싶다. 고 3때 발병한 TB 를 위해 한 주먹씩 먹는 약이 우울증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1월의 추위에 겨우 교복만을 입고 밤샘을 하고 있었다. 이틀 밤인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내 위로 누군가 외투를 덮어 주는 것을 알았다. 어둠 속에 보이는 분은 30대 초반의 갸름한 얼굴을 가진 여자분이었다. 외투는 가난한 분들이 입는 외투였다. 외투를 걸쳐 주고 그분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밤에 철야 기도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다.
나는 그 외투를 의식하면서 마리아를 생각했다. 따뜻한 손길의 어느 젊은 여자분의 마음이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그 이틀 철야 기도 중에 무슨 응답을 받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잠든 시간 꿈을 꾸었는데, 나는 철로에 쓰러져 있었고, 멀리 기적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는데, 철로 가 어린이 세명이 있다가 나를 옮겨준 꿈을 꾸었다. 그 한 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또렷기 기억되고 있다.
50년도 지난 지금 그때 어둠 속에 어렴풋이 보였던 그 여자분의 얼굴이 생각난다. 지금 이 세상에 있는지, 아니면 주님 품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마, 장차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면 그분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의 눈에는 학생이 무슨 사연으로 밤을 세고 기도했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아무 응답없이 새벽 시간 교회를 나올 때 조금은 허탈한 기분으로 집으로 갔다.
먼 신앙의 여정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참 먼 길을 돌아왔다. 그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 살아왔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내 길을 가기 전에 나의 길을 먼저 예비하시고 나로 지나가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 특히 미국에 와서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면 정말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로 열려진 여정이었다. 목회와 신학 공부, 목회와 신학 교육, 참 보람된 삶의 길을 걸어왔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알게 모르게 여러분들의 기도의 도움 속에 살아왔다. 혹, 그날 밤 외투를 걸쳐 준 분도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부목사로 있던 교회의 경계호 권사님은 항상 내가 신학교에서 주의 종들을 가르치기를 위해 기도한 것을 알았다. 새벽 기도 후에 바로 내 앞에서 기도하는 기도가 귀에 들려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 권사님은 내가 신학교에서 가르치기를 위해 기도하셨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교회 목회 보다는 가르치는 것이 내게 어울렸는지를 나보다 먼저 생각하신 것 같다.
이분들은 언젠가 다시 만나 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 헛되지 않은 것은 그 기도가 하늘에 상달되고 하늘의 역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기도의 중보로 여기까지 온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 기도가 헛되지 않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인해 하늘의 하나님에게 감사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정한 날이 이르기 전에 하나님 책에 기록되었다는 다윗의 고백이 종종 생각난다. 우리는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 속에서 존귀하고 복된 길을 걸어간다는 사실을 인해 이 땅에서와 장차 들어갈 나라에서 영원히 감사하며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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