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

플라타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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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건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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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나스 나무에는 특별한 추억이 서려있다. 옛날 동숭동 문리대 앞을 지날 때 학교 앞 개천을 따라 플라타나스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그 기둥은 알록달록 예비군 군복을 닮았다. 문리대 시절 그 거리를 내내 걸어 다녔다. 그 개천을 우리는 세느 강이라고 불렀다.
문리대 생활은 공부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일년 일년이 날아가듯이 지나갔다. 많은 날들이 데모와 휴교로 점철되어 정작 공부에 전념할 날들은 몹시 제한되었다. 그 까닭에 학교에서 축제 행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졸업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어느 아가씨와 잠깐 가까왔다가 기독교 단체의 영향으로 모든 것을 비워야했다.
그 단체눈 몹시 금욕적이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간섭했기 때문에 연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정상적인 학교 행사, 영어 드라마 공연도 세속적인 것이라 해서 출연을 금지해야 했다. 그 분위기에서 몇몇 여자분들은 독신의 길로 들어 서기도 했다. 지도하는 분들은 자기 좋아하는 여성들과 결혼했다.
종교 단체가 내부적으로 결속되면 폐쇠적인 sect가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신령한 단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어느 단체든 자유가 제한받는 단체는 비기독교적이 된다. 세상과의 단절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기독교를 빙자한 이단의 길로 나아기기 쉽다. 학창 시절 그런 단체에 속해 보냈던 것이 나중 교회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경험이 되었다. 기독교는 항상 세상에 열려진, 그러면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오늘은 마라톤 모임에서 바베큐 하는날인지라, 여러 회원들이 음식을 해왔다. 풍성한 스테이크가 남아 돌아간다. 마라톤 모임이 모이는 허드슨 강변에는 수십 미터 아름드리 플라타나스 나무들이 여기 저기 서 있어 오래 전 대학사절을 떠올리게 한다. 일생 중 가장 자유롭고, 속으로 외로왔고, 그러면서 그리워지는 날들이다. 여기 저기 서있는 플라타나스 나무들이 과거의 추억 속으로 나를 끌어 들인다. 그날들은 나의 삶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의미있고, 가장 빨리 지나간 4년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 성경을 붙들고 살았던 경험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초석이 되지 않았나, 반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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