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34)

조경현 0 2019.08.16 21:32

사진(아트 뮤지움 입구 사자상)

 

시카고 아트 뮤지움 

 

시카고에는 수 많은 뮤지움(museum)이 있다. 역사, 문화, 예술, 과학, 그리고 자연사 등.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모든 곳을 다 방문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그 가운데 아트뮤지움은 지인이 꼭 한 번은 방문하라고 권했기에 어느 날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날씨가 참 화창한 가을 날 이었던 것 같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하얗다. 미시간 호수는 푸르고 해 맑게 평온 하였다. 다운타운은 내가 사는 곳에서 버스로 가면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사실, 미국은 자동차가 없으면 살기 힘든 나라이다. 마켓을 가더라도 걸어서는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니까. 해서 대부분 집에 자동차 2,3대는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자동차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그만큼 교통이 편리한 곳에 산다는 것이다. 단, Suburb(도심에서 좀 떨어진 근교)는 대중교통이 없어 불편하므로 나는 잘 가지 않는다. 

주일이 지난 월요일로 기억된다. 오전에 버스를 타고 조금은 흥분된 기분으로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내가 방문하고자 하는 아트 뮤지움은 밀레니움 팍(Millennium park) 부근에 있다. 월요일이지만, 유명한 관광지라 외국에서 혹은 타 주에서 구경 온 사람들로 분빈다. 이곳을 입장하려면 먼저 티켓을 끊어야 한다. 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니 벌써 내 차례다. 이곳에 오기 전에 학생 신분이면 얼마만큼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내가 먼저 직원에게 물었다. “저는 학생인데 할인 받을 수 있나요?” 직원은 유쾌하게 “Sure!”라고 하며 ID을 보여 달라고 한다. 보내 주니 아마도 절반 정도 할인(12불)을 받은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날짜만 잘 잡으면 공짜 티켓도 있다는 후문을 들었는데, 이것은 잘 모른다.  

티켓을 내밀고 입장하는데, 할인도 받았으니 기분도 좋았다. 뮤지움 내부는 지하로부터 3층까지 있었다. 그 규모는 엄청 넓었다. 그리고 대부분 공간은 다양한 장르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일단 지하로부터 구경하기로 하고 내려가니 미니에춰(Miniature)라는 멋진 전시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미국의 역사적인 가옥 건축물을 전시.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 구경을 다 마치고 1층 안으로 깊이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시아 관련 전시장도 있어 이곳 저곳 구경을 하였으나 아쉬운 것은 중국과 일본 작품이 대부분. 한국 작품은 별로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한국의 문화관련 직원들이 이곳을 방문하였으면 좋겠다). 

여기서 나는 조국(homeland),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한국적인 미술 작품이 그리도 없단 말인가. 아니면 이 박물관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인가.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다. 아무튼 이곳에 우리의 작품들이 많이 전시될 날을 기대해 본다. 

뮤지움 이곳 저곳을 둘러 보니 배꼽 시계가 또 울린다. 점심시간이다. 저쪽에 안내하는 분이 있었는데, 일본인. 그녀의 안내를 받아 식당을 찾았으나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딱히 없었다. 다시 2층으로 갔다. 그곳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 이었기에 패스. 그곳에서 내 기억에 남는 것은 카톨릭의 미술 작품들이었다. 이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끔직한 작품들이 많다. 여인들의 알몸 사진으로부터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그린 미술품들. 이것도 패스. 

이제 이곳을 나와야 할 시간.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났다. 사실 입장 전에는 뭔가 기대를 하고 드 갔지만, 막상 관람하니 내겐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어쩌면 돈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 시카고에서 유명하다는 뮤지움을 방문했다는 것은 내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시카고에는 여러 유명한 역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도 있지만 이미 뉴욕을 여행할 때 미국의 박물관은 거의 경험했기에 가고 싶은 마음을 별로 없다. 내가 사는 곳에도 과학 박물관이 있지만, 입구까지만 가고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 안까지는 드 가지 않을 듯 싶다. 

박물관은 역사와 관련된 곳이다. 현재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야 한다. 그곳에 가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정체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기 전에 반드시 사전 공부를 해야 하리라. 공부의 내용은 먼저,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역사는 쉬운 말로 말하면 현재와 과거의 대화다(History is a dialogue between past and present). 과거는 침묵하고 있기에 현재인 내가 과거에게 계속 물어야 한다. 왜? 무슨 일이? 어떻게? 등의 질문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배움(learning)의 목적은 어떤 실리적인 목적이 아니라 정신적이며 인문적인 배움이어야 한다. 인간이 행복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 나의 생각으로는 인간의 존재는 물질적인 배경에서 살아가지만, 실은 영적이며, 정신적이며, 그리고 의미론적인 삶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행복은 아는 만큼, 배우는 만큼, 경험한 만큼 그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게다. 아트 뮤지움은 내게 바로 그런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오면 그때에는 차분하게 구경 해야지.

 

# 뮤지움, 밀레니움 팍, 조국,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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