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나에게 왜 이런 마음을 심어 주신 것일까. 스스로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키가 작은 것도 단점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혹시 저 사람이 잘 먹고 고생을 좀 덜하면 키도 더 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그 당시에 이미 선을 여러 번 봤었는데 하나님이 정해주신 배우자라는 감동이 오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김태훈 씨를 만나고 나서도 그 사람이 정해진 배우자라는 큰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신앙적인 열정이 뜨겁게 느껴졌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예수님을 그렇게 열심히 사랑하는 사람이면 된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지만 자신이 없었다. 며칠 후 그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다니는 교회에 주일 날 한 번 방문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 사람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과 친하게 지내는 교우들에게 그를 선보인 후 저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교회를 다녀간 후 목사님을 위시해서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이 그를 칭찬하기보다는 좀더 시간을 두고 더 잘 알게 된 후에 모든 것을 결정하라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더욱이 웃겼던 것은 처음에 우리의 중매를 주선했던 여자 집사님조차도 뭐가 자신이 없었던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아이까지 딸려 있는 사람이니까 후회할 일들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니까 내 주위의 사람들은 중매를 섰던 아줌마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그와의 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결혼 문제를 두고 목사님과 상담을 했는데 "결혼은 절대로 동정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기도한 후에 하나님이 정해 주신 배필이며,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올 때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씀하시며 서두르지 말라고 몇 번을 권유하셨다. 그런데 그를 만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그 사람은 자기가 기도를 해 보니 우리 둘의 결혼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결혼이라는 확신이 왔다고 하면서 기왕에 결혼할 것이라면 빨리 서둘러 결혼하자고 다그쳐왔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만나기 전에 생각했던 생각들이 다 사라져 버리고, 단지 그가 하는 말들만이 마음속에 남았다. 상담 목사님의 말도, 교회 식구들의 권유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한 느낌으로 처음 만난 지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반대했던 결혼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그 사람이 하나님 앞에 쓰임을 받을 귀한 주의 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의 입으로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주의 종으로 쓰임받는 것이 남은 여생의 소원이라고…. 나는 더 이상 바라고 싶은 것이 없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 우리는 곧바로 맨해튼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기도원으로 올라갔다. 하나님 앞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또한 앞으로의 결혼생활과 가정의 모든 일들을 하나님에게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아내와 함께 기도를 드리는데 성령의 뜨거운 불이 임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결혼을 기뻐해 주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도하고, 찬송하고, 예배드리고, 또다시 방언으로 기도하고…. 그렇게 하기를 몇 시간. 시계를 보니까 어느덧 새벽 2시였다. 배가 많이 고팠다. 우리는 그 시간에 기도원에서 내려와서 플러싱에 있는 24시간 오픈 설렁탕집에서 국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이번 결혼이 호적상 네 번째 결혼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을 초청해서 정식으로 결혼 예식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혼식을 올리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명을 바쳐서라도 이 결혼만큼은 하 나님 앞에 가는 날까지 절대로 깨지지 않게 하겠다고….
아내와 지난 18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면 결코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정을 지키고 결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나 나나 결혼하면서 마음판에 새겼던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절대로 이혼만은 할 수 없다는 오기에 가까운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김경애 사모의 간증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의 마음은 왠지 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편으로는 결혼 서약을 하기 전에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 달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있는 나 자신이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목사님 앞에 서서 결혼 예식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꿈 속인지 현실인지 아리송해지기도 했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고 있는데 어느덧 주례 목사님이 혼인서약을 물어오셨다.
"신부 김경애 양은 신랑 김태훈 군을 하나님 앞과 모든 증인 앞에서 그대의 남편으로 삼아 광야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 남자를 사랑하고 존중히 여기며 위로하고 순복하여 진실한 아내로 일정한 부부의 대의와 정조를 굳게 지킬 것을 서약하십니까?"
"예."
아, 이제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섰구나. 하나님 앞에 혼인 서약까지 했으니 이제와서 무슨 말을 더 하리. 나는 이제 모든 상황을 하나님이 정해 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이자고 다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이 마음에 걸림돌처럼 박혀 있었지만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자.'
결혼식 전에 신혼여행에 대해서 물었더니 애까지 딸린 사람이 무슨 신혼여행을 따로 가겠냐면서 출근도 계속해야 되니 나중에 기회를 봐서 좋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물론 좀 섭섭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결혼식을 마치고 기도원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 기도원으로 올라가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혼식 날 만큼은 평생에 기억될만큼 좀 낭만적인 뭔가가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결혼식 뒤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기도원에 올라가서 기도를 하는데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남편의 목소리가 그렇게 천둥소리처럼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통성기도를 어떻게 그렇게 우렁차게 하는지 옆에 앉아서 함께 기도하면서 나는 귀가 다 얼얼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