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기도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민경수 목사 0 2020.09.22 08:19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본문: 시편 90:9-12

 

시간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어떠합니까? 어떨 때는 지루하고, 어떨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 그때 그때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다르지요?

이처럼 시간의 경과를 보는 관점은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로 결정됩니다. 너무 태평하게 살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초조하게 살거나 ...

그러나 시계의 째깍째깍 시간 가는 소리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흘러 갑니다.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일식간에 (한 호흡)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본문 9-10절).

하나님이 명령하시는대로 때가 되면 우리는 돌아가야 됩니다 (90:3). 

 

이 음성을 들을 때 우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감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에게 허무와 절망만이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의 종말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오히려 인생을 더욱 지혜롭고 알차게 살 수 있게 됩니다. 

본문 12절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할렐루야! 그러면 우리는 우리 날수를 계산함을 통해 어떻게 지혜롭게 살 수 있게 될까요?

 

1.현재를 살게 됩니다

우리들의 생각 속에서 과거나 미래와 관계된 것을 다 뺀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을까요? 틀림없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란 시간이 과연 존재하나요? 정말로 존재하는 것은 현재뿐입니다. 현재가 지나가면 과거가 되는 것이고, 현재를 좀 기다리면 미래가 되는 것 뿐입니다. 그러면, 언제 우리가 현재의 실체 속에 들어가 현재라는 시간을 가질까요? 

현재에 주목하는 때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무엇을 주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받으십시오. 

 

솔로몬은 “해아래 모든 것이 헛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전 1:2-3; 2:11). 인생허무와 인생무상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인생중 오직 즐거움을 누리는 것만은 의미가 있다 합니다 (3:22; 8:15). 즐거움은 하나님의 선물이라 합니다 (5:18-20).

현재를 즐기시길 축원합니다. 현재의 일상적 삶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사시길 축원합니다 (사례: 로렌스형제-생활 영성의 진수《하나님의 임재 연습》). 

교회 와서 예배시간에 임하는 하나님의 임재와 터치를 경험하십시오. 친교시간에 나누는 성도간의 사랑을 느끼십시오.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심령의 즐거움을 현재 이 시간, 이 현장에서 즐기시길 축원합니다. 

 

2.우리 날 계수하는 지혜를 갖게 되면, 죽음을 내쫒게 됨은 물론 나아가 영원을 향한 갈망이 있게 됩니다

죽음이란 무서운 현실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죽음은 현재의 실체이며 지금의 일부입니다. 다윗은 사울왕이 자신을 집요하게 죽이려 할 때, 요나단에게 고백했습니다. 

(삼상 20:3) “... 나와 사망의 사이는 한걸음 뿐이니라” (... There is only a step between me and death)

이 후, 다윗은 사울왕의 추격을 피해 피신한 유다 광야에서 영원을 보았습니다 (시 63:1). 이 외에도 다윗의 시편 많은 곳에서 영원을 간구하는 표현을 보게 됩니다 (61:4; 62:5-6 등). 

우리에게 종말의 시간이 있음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이 세상 너머를 향하여 눈을 들게 됩니다. 한시적 세상의 지평을 넘어 광대무변한 영원을 보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시한부 인생을 살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인생무상을 느끼게 되는 이유입니다. 

자신의 무능함과 죄인됨을 깨닫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이유입니다. 

남은 생을 의미있게 축복받으며 살아가곤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 날 계수하는 지혜를 가짐으로써 죽음을 넘어 영원을 갈망하시며 사시기를 축원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두 개의 헬라어,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이해했습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객관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의미화된 시간을 뜻합니다. 크로노스는 시간의 경과나 과정을 나타내는 수평적인 (horizontal) 혹은 직선적인 (linear) 시간의 개념을 지닌 말입니다. 이에 비해 카이로스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때나 기회 (chance/moment/opportunity)를 나타내는 것으로,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나타내는 수직적(vertical)인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카이로스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카이로스를 붙잡기 위해 크로노스를 과감히 투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촌음을 아끼는 자입니다. 주의 뜻을 분별하는 자입니다. 성령님의 충만함을 받는 자입니다(엡5:15-18).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기회로 여겨 의미 있는 시간을 창출해 내는 자입니다. 크로노스를 카이로스적 시간으로 승화시켜 위대한 가치를 실현하고 존재감을 얻는 자입니다.

한마디로 간략히 말하면, 신앙생활을 최우선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육체의 시간을 천상의 영원한 시간으로 바꾸어 천국혼인잔치에 입을 세마포 예복을 준비하는 신앙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일반적인 크로노스의 시간을 뚫고 와서 특별한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비록 3년의 짧은 공생애였지만 주님은 다 이루셨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합니다. 카이로스적 삶이 없는 인생은 무상하며 주름살만 더해갈 뿐입니다.

단순한 앞날(tomorrow or future)은 우리를 결코 구원해 주지도 못하고 우리의 갈망을 채워주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망의 닻을 훨씬 멀리, 아득한 영원(eternity) 속으로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시간의 끝을 인정하며 우리의 날을 계수할 때, 우리는 진실로 현재를 살면서 영생을 향해 가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성도들은 “이미”와 “아직”이라는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서 최종완성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 (=죽으심과 부활하심, 승천하심과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아 “이미”(already) 하나님의 나라(다스림)는 이 땅에 진군했고 모든 영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구원과 하나님의 나라는 “아직”(not yet) 완성을 이루지는 않았습니다. 곧 있을 예수님의 재림(파루시아)으로 말미암아 최종적인 인류의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이룰 것입니다 (참고: 오스카 쿨만 “이미, 그러나 아직 already, not yet”).

 

우리의 흘러가는 이 세상의 시간을 하나님과 함께 하는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바꾸시며 사시길 축원합니다. 그리하여 이 죽음의 세상에서도 영생을 맛보고 살며, 육신 장막을 벗은 후에는 영원한 천국에서 영원토록 사시길 축원합니다.  

인생의 날은 참으로 짧습니다. 쏜살같이 날아가는 이 시간을 지각하십시다! 우리 날 계수하는 지혜의 마음을 얻읍시다. 그리하여 지금 주어진 현재를 즐겁게 알차게 살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을 사는 영생의 삶을 사시길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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