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아내에게 복종하라

한준희 목사 2 2017.05.10 20:19

나는 전통적 가부장제도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사람이다

나의 아버지는 늘 양반은 4대문 밖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고지식한 생각 때문에 남자로  태어난 나는 당연히 4대문 안에서 사는 것을 거부감 없이 여기면서 살아왔다. 그뿐 아니라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아서 부엌에도 들어가 본적이 별로 없었다. 어쩌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부엌에 들러 갔다는 것을 아버지가 알면 난리가 났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하고도 신혼 초에 부엌에 들어간다거나 설거지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늘 어색하게 여겨졌고 웬만하면 부엌에는 잘 안 들어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여기곤 하였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아내의 말이 거슬릴 때면 여자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핀잔을 주기 일쑤였고 나의 직장일이나 내 일에 간섭하는 일을 별로 용납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 후 목사가 되어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어쩔 수없이 부엌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은 아내가 직장을 다니면서부터이다. 애들을 학교에서 픽업하는 일부터 간식먹이기, 저녁 준비하기 때로는 반찬이나 찌개를 만드는 일 등 부엌살림을 맡아서 할 수밖에 없는 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내에게 한 가지 허락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목회에 대한 간섭이었다.

 

목회를 하는데 이래라 저래라 한다거나 설교가 어떻다는 둥 하는 말은 절대 용납을 못해 주었고 그 외에도 교회 운영에 대한 것, 교인들에 대한 말만 하면 나는 여자가 나선다고 늘 화를 내고 큰소리로 아내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리곤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성도들이 한사람 두사람 떠나면서 교회가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놓이게 되었고 나도 어떤 대책도 없이 막연하게 하나님만 바라보고 지내는 방법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느 날 가장 믿었던 교인이 떠나면서 떠나야 할 핑계를 우리부부 때문이라고 한마디하고 교회를 떠난 것이었다. 나는 그 성도를 그렇게 믿고 사랑하고 아껴 주었는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배신감도 생기고 분노가 솟아나기도 하였다.

 

그날 저녁, 부엌에서 아내가 울고 있었다. 왜 우느냐고 했더니 그 성도가 떠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고 하면서 당신 목사 맞어! 라는 말로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즉시 화를 내면서 떠날 사람 떠나라고 해! 나가게 놔 두라고,소리를 쳤다.

그때 아내가 하는 말이 떠나는 그 성도를 위해 당신이 밤새워 기도한번 해 보았냐고...

평상시 감히 교인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던 아내의 말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고 내 방에 들어와 분노를 삭이고 있는데 계속 아내의 말이 내 귀에서 떠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당신 목사 맞어! 떠나는 성도를 위해 밤새워 기도한번 해 보았냐고.. 끊임없이 내 귀에 이 소리가 떠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잠자리에 누었는데도 같은 소리가 들리고, 새벽기도 때에도, 운전을 할 때에도 내 귀에서 떠나지 않는 그 소리 당신 목사 맞어!순간 나의 머리에 스치는 소리가 있었다, 하나님의 소리다. 하나님의 음성이다. 그렇게 믿어지는 순간 나는 그날 교회에 가서 밤새도록 하나님께 엎드려 울고 또 울면서 회개하였다, 하나님께서 깨닫지 못한 나에게 아내를 통해 내가 영혼 사랑하는 마음이 내 마음에 없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아내의 말이라면 무조건 하나님의 소리로 받기로 하였다. 아내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이다. 그런 결심으로 아내를 대하였다. 기도하러 가자고 하면 가고, 신문 보지 말라고 하면 안보고, 시장 가자고 하면 하던 일도 중단하고 따라가고,,, 지금까지 나는 아내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이다,

친구 목사님들과 모임이 있을 때에도 아내가 오라하면 만사 제쳐놓고 아내에게로 간다. 그러면서 우리 가정은 변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그렇게 행복해 하는 것 아닌가, 아내가 행복해 하니까 나도 행복하다.

 

나는 아내의 말에 복종하면서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는 신조가 생겨났다. 아내의 말 속에 느껴지는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어쩌면 교회 부흥의 관건은 아내의 말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님을 나는 확신한다.

하나님의 소리를 들으려면 기도하는 아내의 말에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 그런 자의 남편의 마음은 그를 믿나니 산업이 핍절치 아니하겠으며 그런 자는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치 아니하느니라 (잠언 31 : 1-12)

Comments

김동욱 2017.05.10 20:20
목사님, 앞으로는 제 이야기가 아닌 목사님의 이야기를 써 주세요^^
lake 2017.05.18 00:14
목사님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려고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7 [한준희] 경품 추첨 속에 숨어 있는 비밀 한준희 목사 2023.01.13
256 [한준희] 고블린 모드에 물든 목사들 한준희 목사 2022.12.29
255 [한준희] 무엇을 위한 교계 단체인가? 한준희 목사 2022.12.10
254 [한준희] 총체적 부실, 불법 운영을 한 교협 한준희 목사 2022.11.23
253 [한준희] 혼란을 자초한 뉴욕교협 한준희 목사 2022.10.25
252 [한준희] 올바른 한표가 교계를 변화시킨다. 한준희 목사 2022.09.16
251 [한준희] 범람하는 하나님 말씀 한준희 목사 2022.07.21
250 [한준희] 조직 속에 숨어 있는 영적 실체 한준희 목사 2022.06.20
249 [한준희] 강철 부대(2) 한준희 목사 2022.04.18
248 [한준희] 본능인가, 욕정인가?? 한준희 목사 2022.03.22
247 [한준희] 져주고도 이기는 방법 한준희 목사 2022.02.28
246 [한준희] 무조건 내편이야! 한준희 목사 2022.01.31
245 [조정칠] 조정칠 牧事 『위딤』 99별 완성 조정칠 목사 2022.01.23
244 [한준희] 외면적인 목회, 내면적인 목회 한준희 목사 2022.01.05
243 [한준희] 6이야! 아니야, 9야! 한준희 목사 2021.12.09
242 [한준희] 예수님, 뉴욕에 오시다. 한준희 목사 2021.12.04
241 [한준희] 뉴욕에 한인 기독교 회관 있다면, 한준희 목사 2021.11.24
240 [한준희] 분노는 목사의 치명적 올무 한준희 목사 2021.11.05
239 [한준희] 목사들이 보여 준 방관자 효과 한준희 목사 2021.10.19
238 [한준희] 올바른 선거는 할 수 없는 걸까? 한준희 목사 2021.10.11

 


Category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