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중국에서 온 블로그 독자

백의흠 목사 0 2017.03.03 12:08

오늘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낯선 젋은 부부가 와서 예배를 드렸다.

최집사님이 대표 기도를 드리는 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나서 기도 중이지만 혹시 누가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예배 드리러 오는 사람들은 이미 다 왔다.

교인이 적기 때문에 오늘은 누가 올 지, 이미 다 알고 있다.

혹시 장기 결석을 하고 있는 교인들이 올 수도 있지만, 내가 매일 기도를 드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우리 교회에 새로 오는 사람들도 드물고 간혹 손님들이 많이 오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올 것 같지가 않은 주일이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니 젊은 부부가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내 머릿속이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유학 온 신학생 부부인가?' '전의 내 칼럼을 보았던 교회를 옮기는 가족인가?'

가끔 교회를 옮기는 가족들이 우리 교회를 방문한다.

수년간 여기 필라델피아 신문에 목양 칼럼을 써 왔기 때문에 칼럼을 보고 혹시 교회를 옮길까?하고 shopping하러 오는 것이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쳐서 1회 탐방으로 끝나지만. 

우리 교회가 웨스터 민스터 신학교에서 가깝기 때문에 유학은 신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우리 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내 머리에는 식은 땀이 나려고 한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내가 설교를 하지 않는 날이다.

작년부터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계시는 이목사님이 두달에 한번 설교를 하신다.

바로 그 날이다.

'우리 교회에 나오려면 내 설교를 들어야 하는데'

'지난 주 설교는 내가 생각해도 은혜가 넘쳤는데 지난 주간에나 참석하시지'

아주 교만하고 신실하지 못한 형편없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그래도 감사 해야지.

찾기도 힘든 동네 깊숙히 박혀 있는 작은 우리 교회에 낯선 부부가 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분명히 오늘 예배들 드리고 작은 우리 교회를 보고 실망해서 다시는 안 올텐데, 그래도 우선 한마디 해야지.

헌금 기도를 하고 광고를 하면서 지난 주에 한국에서 최광열 목사님이 보내신 '나비 통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열악한 가운데 사명 때문에 복음의 사역을 감당하는 목사님들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우리 교회가 그 선교 사역에 같이 동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사실이고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지만, 속이 들여다 보인다.

예배를 마치기 전 이목사님에게 축도도 부탁하는데 이 목사님이 축도를 하시기 전, 낯선 사람을 의식하셔서 한 말씀을 하신다.

나를 높이며 칭찬하시는 말씀.

사실, 나는 이 칭찬 듣기에 전혀 감당치 못한 사람이고 목사이다.

예배를 마치고 젊은 부부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니까 기꺼이 응하면서 

"목사님! 중국에서 목사님, 블러그를 보고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출장 왔다가 찾아 왔습니다. 사모님도 뵙고 싶었습니다"

"작년 8월에 우연히 목사님 블러그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전부 다 읽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깜짝 놀랐다.

'내 블러그도 다 읽는 사람들이 있구나!'

가끔 내 블러그의 유입 경로나 조회 목록을 보면 다른 것을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의 제목이나 내용의 단어가 일치해서 내 블로그에 들어 왔다가 그것만 확인하고 떠나 버린다.

내 생각에는 그 페이지도 다 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내 블로그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최형제, 진자매 부부다.

중국에서 아내와 함께 독일 계통의 IT 회사에 다니는데 2주 전에 New Jersey로 출장을 왔다고 한다.

남편은 3월 중에 귀국하고 아내는 4월 초에 귀국한다고 한다.

주거지에서 우리 교회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인데도 우리 교회를 찾아 왔다.

최 형제도 PK다

최 형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신학을 공부해서 최 형제가 아버지에게 "목사가 되려면 일찍 하시지, 누구 고생 시키려고 이제 하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런 최 형제가 너무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다.

부부가 신앙이 확고하고 하나님을 위한 사명도 뚜렷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부부다.

아내가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출장왔다가 서로 알게 되고 결혼하고 두 분이 베이징에서 같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 때문에 예수님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복을 받았다고 한다.

자랑스럽고 행복한 부부다.

더구나 신랑과 아내 두 부부가 너무 착하고 잘 생겼다.

식사와 대화를 마치고 내가 필라델피아 구경을 좀 했냐?고 물어 보니,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필라델피아 시내의 Penn's Landing과 박물관을 구경을 권하고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부부가 기꺼이 승락을 한다.

나는 필라델피아로 안권사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오니, 아내가 집 청소를 하고 있었다.

바쁘고 힘든 우리는 손님이 오는 날이 대청소하는 날이다.

주일날 장을 보지 않고 shopping도 안 하는 우리 집이지만, 손님에게 저녁 접대를 하기 위해 스테이크를 사러 costco에 갔는데 웬 사람이 그리 많은 지.

사람들이 shopping을 주일 날 다 하는 모양이다.

주일날 돈을 다 써버려서 우리 가게가 월요일에 장사가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항상 많고 싱싱하던 스테이크가 오늘은 많지도 않고 싱싱하지도 않고 그리고 가격은 그리 많아 올랐는 지.

아내가 스테이크가 싱싱하지 않다고 부페에 가자고 했다.

집에 와서 최 형제에게 전화를 해서 Easton Buffet를 가르쳐 주며 그곳에서 5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부페에 가니, 그 곳에도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 지.

완전 꽉 차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진 자매는 여기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는다.

우리도 기분이 좋다.

거의 두시간을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다시 우리 집으로 와서 2시간의 대화가 또 이어졌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전혀 낯설지가 않는다.

아내가 말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오래 전부터 아는 사람들 같으네. 내가 당신 처음 만났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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