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한준희] 베풀고 빰 맞는 이상한 법칙

한준희 목사 0 2018.05.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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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고 빰 맞는 이상한 법칙

 

78개월을 섬겼던 먼저 교회에서 갑자기 지금의 교회로 왔다.

그동안 무척이나 친하게 지냈던 집사님들, 권사님들, 장로님...

애정을 쏱았던 사랑했던 청년들..

모두가 그리울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나를 잊은 것 같다.

잊혀졌다는 것, 그것은 나의 영향력이 소멸되었다는 것...

그것이 무척이나 견디기 힘들다, 뭔가 서럽다,

지금까지의 내 노력과 열정이 거부당한 것같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같은 생각이 네 뒷목의 근육으로 뭉친다,

 

얼마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후배의 글인데, 읽고 깊은 공감을 가지게 되었다.

 

개척 초기, 유달리 김치를 맛있게 담겼던 사모의 손맛이 성도들을 끌게 만들었다.

이 김치 너무 맛있어요말하는 성도마다 김치를 담궈 한병씩 나누어 주곤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김치뿐 만아니라 점심 때 먹는 반찬을 보고 맛있다고 하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이제는 그 반찬을 만들어 성도들에게 주는 것이 상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반찬을 만들어 성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때로는 김밥을 만들어 근처에 일하고 있는 성도들에게도 가져다주기도 하였고, 어떤 땐 먼 롱아일랜드까지 육개장을 만들어 주곤 하였다. 그것이 성도들을 교회에 정착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하였고 또 반찬을 만드는 경비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반찬을 준비한다는 것이 사모로써는 감담하기가 만만치 않은 노동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늘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개척 초기를 보냈다. 그후로도 10여년을 주일 예베 후 점심 준비는 당연히 사모의 담당이었고 힘겨움은 나날이 더해만 갔다.

 

그런 친절과 베품은 우리 사역에 큰 역할을 하였지만 그것이 결국 교회를 지탱해주는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새월을 보낸 후에야 깨달았다. 아무리 베풀고 정성을 다해도 성도들의 감정에 조금만 흠집이 생겨도 별소리를 다 한다, “언제 우리가 김치달라고 했나?” 교회가 시험에 들어 불평불만이 난무할 때는 10년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이다, 그 친절, 그 공로가 쓰라린 상처로 돌아온다.

 

물론 어떤 댓가를 바라고 정성껏 베푼 것은 아니였지만 되돌아오는 섭섭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쓰라림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서두에 후배가 쓴 글이 공감이 간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정성을 다해 헌신해 주었고, 또 함께 해 주었는데 떠나는 그 순간부터 기억에서 사라지는 이 베풀고 뺨 맞는 법칙이라 할까, 아니 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모두 그렇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멘다리즈(Monica Amendariz) 연구팀에 의하면 사람은 자신이 받은 친절보다 자신이 베푼 친절35배나 기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듯이 사람은

내가 그렇게 정성을 다해 베풀어 주었는데 그걸 배신해...”그 사고에 빠지기 쉽고 또 그것으로 인해 쉽게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다수 상대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것에 대해 기억을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 수고와 공로를 깨닫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섭섭하게 여길 일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나도 상대방이 베푼 친절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도 상대방이 준 정성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예수님께서도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셨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했을 뿐 아니라 12제자와 함께 지내면서 가르치고 보여주고 베풀어 주셨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때는 그 고침받은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고, 죽었다 살아난 나사로와 야이로의 딸은 어디로 갔을까, 또 제자들은 어디로 가버리고 말았던가, 이것이 다 인간이 지닌 죄성이고 모순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주고 뺨 맞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인간이 다 그렇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 있는 막달라 마리아가 있고, 끝까지 따라가는 요한이 있지 않았던가,

우리에게도 그 많은 수고와 정성에 뿌려진 씨앗이 언젠가는 싹이 나오고, 열매가 맺어지는 이 놀라운 하나님이 법칙을 오늘도 기다리고 기다려본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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