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이철수] 새끼줄 인생

이철수 목사 0 2019.03.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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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새끼줄 인생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경주의 최씨 부자 댁은 "인근 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에 따라 아주 착하게 살아온 가문이라고 한다. 다음의 이야기는 선친께 직접 들은 것인데 역시 착한 부자에 관한 것이다.

 

어느 고을에 최씨 만큼 착하신 거부가 살고 있었는데 한가지 불행은 슬하에 자식이 없는 것이었다. 별별 방침을 다 동원해도 없는 자식은 없는 자식이었다. 할 수 없이 두 명의 남자 아이를 입양했다. 인근 동네에서 조실부모한 불쌍한 아이 두 명을 데려다가 자식을 삼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고대광실에서 잘 자라 주었다. 비록 조실부모한 불행은 있지만 부자집에선 귀히 대접해 주었던 것이다. 이 아이들이 마침내 독립할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내일이면 아이들이 집을 떠나 독립하게 되는 날, 길러주신 아버지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이제부터 독립하여 잘 살라"는 덕담을 한 후, "내일 새벽까지 새끼를 꼬라"고 말했다. 옛 노래에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별들이 있는 곳을" 어쩌고 하는 그 새끼줄이었다. 큰 아이는 할 일도 많았지만, 열심히 새끼를 꼬았다. 그가 밤새 엄청난 새끼를 꼰 사이, 둘째 아이는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하랴, 이삿짐 꾸리랴, 새끼는 겨우 한 발 정도 꼬아 놓았다.

 

날이 훤히 밝자, 아버지가 아이들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너희들 저 광을 열고 어제 꼰 새끼줄로 묶어 낼 만큼 양식을 가져 가거라!" 큰 아들은 소달구지에 바리바리 싣고 가고, 둘째는 겨우 고추장 항아리 하나를 달랑 들고 갔다. 길러 주신 고마움을 알았다면, 그 분의 마지막 말씀도 경청했어야 되지 않았을까? 

 

나도 이제 휘어진 인생을 살고 있다. 밤새 꼬아놓은 큰 아들의 새끼줄이 생각나곤 한다. 만복의 근원이신 우리 하나님의 곡간은 얼마나 클까? 나는 얼마 만큼 새끼줄을 꼬아놓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가 믿음으로 행한 만큼 갚아주시는 나라라고 하지 않는가? (이 말은 절대로 행함이 있어야 구원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내 의지의 행함이 먼저가 아니고, 믿음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나의 믿음의 새끼줄은 예수께 닿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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