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한준희 목사 1 2017.08.15 22:11
하나님! 도움은 못 줄망정 방해는 놓지 말아주세요
40여년전 영화 포세이도 어드벤쳐의 마지막 주인공이 외쳤던 말이다. 
뒤집혀진 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마지막 배 밑 출구를 찾아왔건만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이었다. 끊혀진 길 건너편에 닫혀진 문을 여는 것만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방법은 오직 하나, 주인공이 몸을 날려 문으로 뛰어들어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고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떨어져버린다. 그 때 외친 말이 이 말이다. “하나님!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방해는 놓지 말아주세요”  이 외침이 영화에서만 외침이 아니였다. 나에게도 비슷한 외침을 내뱉은 적이 있었다.

10여년전 교회가 어려워지기 시작할 때다, 이상하게도 교인들이 4가정이나 한국으로 역이민을 간 것이었다. 게다가 장로 피택에 불만을 품고 교회를 떠난 집사가 있는가 하면, 교인들간에 돈 거래를 하면서 서로 원수가 되어 양쪽이 다 교회를 등지기도 하고,,,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면서 교인 절반이상이 교회를 떠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쨌든 교인들이 떨어져 나가니까 제일 먼저 찾아오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교회 렌트비가 매달 밀리면서 어려움이 오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때그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교회는 운영을 해 나갔지만 목회자 사례비는 거의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면서 목사의 가정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회 주방에 가스가 안 들어온다는 집사님의 말에 모두가 내려가 확인을 해 보았으나 별 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가스가 안 들어오는 것이었다. 며칠 후 콘에디슨에 전화를 하여 이유를 알아본 결과 그동안 몇 차례나 가스 인스팩션을 받으라는 경고장을 보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어 가스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결론은 인스팩션을 받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경고장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콘에디슨에서 경고장을 보냈다면 우편물이 계속 분실되고 있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인스팩션, 이게 또 수월한 게 아니였다. 지하 주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가스시설은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다 철거하고 원래 위치로 해 놓고 인스팩션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돈이 몇만불이나 든다. 기가막힐 일이다, 돈 100불이 없는 어려움에 처한 교회에 몇만불을 들여 가스 공사를 한다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래서 결국 그해 겨울, 히팅을 작동시키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지냈다. 성도들이 속내복을 단단히 끼어 입고 교회를 와야 했고, 그러는 와중에 또 몇 성도가 교회를 떠났다.

교회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가 계속되었고 경제적 어려움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길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시에서 티켓 한장을 받았다. 교회건물에 CO가 없이 교회를 운영하였기에 벌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 고의로 시에다 고발을 한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돈을 낼 수도 없고 낼 힘도 없었다. 그때 외친 말이 바로 이 말이다.
“하나님!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방해는 놓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나는 손을 놓아버렸다. 교회를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교회에서 사용했던 성물들 단 1불도 받지 않고 필요한 교회에 다 헌납해 버렸다, 긴 장의자
테이블, 의자, 중,소형강대상, 주방용품, 벽걸이에어컨, 복사기 등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렀다,
과연 하나님은 내 목회에 방해를 놓으셨는가? 그게 아니였다, 
그 목회는 내 목회가 아니였다. 바로 예수님의 목회였다. 예수님께서 내가 가야할 목회의 마지막 길을 딱아 놓으시고 죽으신 것이었음을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목회는 예수님의 죽으심을 밑거름으로 나의 죽음의 현장이다. 결단코 내가 죽었음이 믿어지지 않으면 목회의 길은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방해를 놓는 하나님으로 밖에 여기지를 못한다,
목사가 죽어야 교회는 길이 보인다,  

10년,20년을 목회해도 성도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불평도 해보았다.
뭘 해야 목회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해서 온갖 성경공부는 다 시도해 보았다. 
선교도 가고, 바자회도 하고, 온갖 행사도 해 보았다. 그때마다 하나님 도와주십시오,
그것만이 유일한 출구였다, 그래서 죽어라 기도했다, 
그러나 목사가 깨어져서 죽어지지 않는 한 결과는 목사의 우월감과 영웅심만 키워줄 뿐이다,

목사는 깨어지고 죽어져서 질그릇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꺼내 놓지 못하면 목회는 항상 내가 스스로 하는 목회지 하나님의 목회가 아님을 2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배 밑 문을 열고 이 길이 생명의 길이라고 외치고 죽는 영화의 주인공이 유달리 생각나는 하루다.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럽지 아니하고 오직 전과 같이 이제도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히 되게 하려 하나니(빌1:20)” 

Comments

김동욱 2017.08.15 22:16
귀한 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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