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김영봉 목사님의 ‘설교자의 일주일’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설교학의 어떤 학문적인 내용이나 설교에 있어서의 특별한 스킬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설교와 설교자의 삶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수사학’에서 말한 세가지 영역에 따르고 있는데, 그것은 ‘에토스’ 파토스’ 그리고‘로고스’입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사람의 말이 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이 세가지 영역이 다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에토스’는 그 사람의 인격과 성품을 의미하고, ‘파토스’는 감정 혹은 정서를 가리키고 있으며, ‘로고스’는 논리나 말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로 연설이나 설교를 이야기할 때 이 로고스만을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저자인 김영봉 목사님은 이 세가지가 다 중요한데, 무엇보다 말하는 사람의 에토스, 즉 인격과 삶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짧지만 상당히 깊은 울림이 있는 한 부분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은 저자의 아버지께서 아들인 목사에게 쓰는 당부의 글입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평신도로서 교회를 섬기셨는데,때때로 목회자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매사에 목회자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믿는 분이신데 반해서, 아버지는 목회자가 옳지 않을 때는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고 믿는 분이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아들이 첫 담임목회를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그동안 아버지가 교회생활을 하시면서 목사가 이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점들이 있었을 텐데, 그것은 저에게 적어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렸더니, 아버지가 일주일 동안 고민하시면서 적어 주신 내용이 바로 다음의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한 평범한 아버지가 아들 목회자에게 쓰는 지극히 개인적인 당부라기 보다는 모든 목회자들에 대한 평신도들의 기대가 이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 이 공간에 나눕니다. 저 자신이 제일 먼저 이렇게 살아갈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부의 말
1. 왕으로 군림하지 말고 종으로 봉사하라
2. 영광은 주님께 명예는 성도들께 모두 돌리라
3. 사람 앞에서 남의 말은 장점만 찾아 하라
4. 내 뜻이나 계획도 성도들의 뜻으로 만들어졌을 때 행하라
5. 교회의 법과 질서도 민족의 윤리와 도덕과 예절의 터 위에서 지키라
6. 많이 배우고 듣고 행하되 입으로 가르치려고는 하지 말라
7. 생각하여 하지 말고 성령받고 영감으로 설교하라
8. 대접받고 인정받을수록 두려워하고 낮아지라
9. 공사를 분명히 하고 시종을 명확히 하라
10. 재물과 명예보다 체면을 더 중시하라
11. 들리는 말보다 들리지 않는 말을 들을 줄 알라
12. 언제까지나 처음 갔을 때의 마음과 태도로 살라
1990. 7. 28 아버지 김정섭, 어머니 홍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