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변장된 축복

백의흠 목사 0 2017.03.12 20:02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인 Christopher Reeve의 미망인 Dana Reeve가 지난 6일 지병인 폐암으로 사망했다. 매스컴마다 톱 뉴스로 그녀와 그녀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데이나는 1995년 낙마사고로 척추를 다쳐 몸이 마비된 남편을 9년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남편처럼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데니나는 2004년 남편 사망 후 크리스토퍼 리브 마비재단회장직을 이어 받아 신체장애자들을 위한 사업에 헌신해 왔다.

 

  영화 수퍼맨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 리브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그는 승마를 즐기다가 말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그의 몸은 마치 무중력상태에 떠 있는 우주인처럼 힘을 잃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건장한 근육질의 사내가 하루 아침에 목뼈 골절로 인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침대에 누워 자살을 궁리하는 리브의 뺨에 한 여인이 입술을 맞추며 속삭였다. “당신은 여전히 제 사랑하는 남편입니다. 그 사랑은 조금도 변함이 없어요그의 아름다운 아내 다나의 속삭임이었다. 리브는 아내의 위로에 힘을 얻어 열심히 재활훈련에 나섰다. 그리고 팔다리를 조금씩 움직 일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그 이후로 그는 장애인들에게 불굴의 희망을 심어 주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사람과 사랑에 대해 정말 무관심한 그였다. 그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내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의 길은 신비하다. 그런데 그것이 신비한 것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미래는 종잡을 수가 없다. 행복한 순간이 계속되는 것 같은데 갑자기 불행이 닥쳐 오고 불행과 고통이 연속된 삶 같은데 그 고통을 이겨내고 승리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살던 크리스토퍼에게 이런 불행이 생길 것을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인간사가 다 그러하다.

 

  Hopkins수녀원이란 시 가운데 이런 글이 있다. “나는 가고 싶어요/ 봄이 사라지지 않은 곳으로/ 무서운 우박이 날지 않으며/ 몇 송이의 백합화가 피어나는/ 들판으로 가고 싶어요

 

  우리 인간은 누구나 이런 유혹을 받는다. 고통이 우리 앞에 있을 때 영원히 상춘(常春)이 깃드는 백합화 핀 들판으로 가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인생을 바다로 비유를 한다. 바다는 고요하고 평화롭다가도 한번 폭풍우가 닥치면 거잡을 수 없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바다로 나가는 것은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인생 바다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유리같이 맑은 바닷길을 순풍에 돛을 달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혹시 언제 폭풍이 불어 닥쳐서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불안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과거로부터 이 고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 쳤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종교도 이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들었고 종교마다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추구한다.

 

  이슬람교에서는 고난을 알라신이 정해진 철저한 운명론으로 말한다. “한번 네가 고난을 당하면 빠져 나오지 못하므로 굴복하는 것만이 너의 의무이다. 신이 너를 그렇게 만들어 주셨으니 불평하지 말고 그대로 받으라는 숙명론을 가르친다. 힌두교에서는 갈마리라고 하는 교리를 사용하여 전생의 죄 값대로 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교리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열반의 교리를 가르친다. ‘열반촛불을 끄듯이 꺼진다는 뜻으로 욕망을 완전히 종식시키면 인간의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고 한다. 현대의 에피큐로스 학파에서는 향락주의로 고난을 처리한다. “현재의 고통을 잊을 수만 잇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망각해 버리자 술을 마시든지, 쾌락에 빠지든지, 무엇을 하든지 잊어 버리고 넘기면 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이다그러나 기독교는 고난을 피하는 샛길로도, 행복을 위한 도피처로도 보고 있지 않는다. 오히려 고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고난을 통하여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데 의미를 둔다.

 

  고난은 변장하고 찾아오는 하나님의 축복이다. 겉으로는 고난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축복을 안고 오는 변장된 축복이다. 고난은 나를 성숙하게 한다. 징키스칸은 역경을 만나면 역경아,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준비되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고난은 고통스럽지만 고난 후에는 훌쩍 커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 주위의 나무들은 벌거숭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꽃도 잃고 열매도 다 빼앗긴 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실패하였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이 다만 겨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무들이 결국은 다시 싹이 나고 울창한 숲을 이룰 것을 알기 때문이다. 벤쟈민 프랭클린은 추위가 심할수록 오는 봄의 나뭇잎은 한층 푸르다고 했다.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면 오늘의 고난쯤이랴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 비바람의 구름 뒤에 태양은 언제나 빛나고 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그 다음에 오는 승리와 평안의 기쁨은 더 크다. 푸른 잎과 달디 단 풍성한 열매는 믿음으로 오늘의 추위를 견뎌내는 나에게만 주어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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