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인생 폐업

백의흠 목사 0 2017.01.17 05:06

언젠가 어떤 목사님이 자기 교회 집사님에 대하여 쓴 "폐업 예배"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교회에는 김 아무개 집사와 장 아무개 집사 부부가 있다. 이들은 권모술수와 아부와 아첨과 눈속임이 득실거리는 세상 속에서도 매우 성실하게 살고 있는 분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당히 같은 행동을 취하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체질적으로 그런 분들이 아니다. 당연히 예수 믿는 사람이 그래야 한다. 적은 소득이라도 의롭게 벌어야지 불의한 소득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는다.
...

십 몇 년 전 이들은 가구공장을 경영하다 화재를 당했다. 그간 만들어 놓은 농들이 다 타고, 월급 줄 돈도 다 타고, 심지어는 부인 얼굴까지 탔다. 화재사고 전부터 우리교회에서는 그들이 경영하는 공장을 찾아가 전도를 했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우리의 전도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병실에도 계속됐다. 전도라기보다는 그냥 병문안을 자주 갔다. 

 

얼마동안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그 분이 교회에 처음 나왔다. 나는 흰 붕대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눈과 코와 입만 열어 놓은 상태로 다니는 동안 그의 얼굴을 온전히 보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분일까. 화재 사고 전에 나는 그들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붕대 풀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큰 화재사고를 당하고도 그 자리에 다시 공장을 세우고 재기를 꿈꾸는 이들 부부를 보고 박수를 보냈다. 속히 일어서기를 기도했다. 늘 마음 속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그 후 지금까지 가구공장을 경영했는데 기대만큼 매출기록을 올리지 못하고 결국 지난 여름 '성림공예가구'라는 간판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많은 아쉬움과 애환이 담겨있는 공장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아 보여서 전업키로 한 것이다. 욕심 같아서는 가구사업 잘해서 돈 많이 벌어 가지고 좋은 일도 하고 교회 건축헌금도 수 억 원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부부. 그래도 이들은 낙심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여전히 또 다른 일을 해서 하나님의 축복으로 큰 부자가 되리라 믿는 것 같았다.

십 수 년 이런 저런 사연이 얽힌 가구공장을 정리하는 김 집사, 그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그러나 주님 안에 소망이 있다. 불가능은 없다. 생각지 못한 크고 비밀한 길로 우리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이제 그 가구공장을 정리하면서 기계, 자재, 트럭 등 300평 공장 전체를 매각했으니 거기를 떠나기 전 예배를 한 번 드려 달라고 한다. 믿는 사람들이 기도로 시작했으면 기도로 마쳐야 한다. 개업예배가 있으면 마땅히 폐업예배를 드림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 예배를 '폐업예배'라고 이름을 붙였다.
 

오늘이 2016년의 마지막 날이다. 몇 시간만 지나면 금년도 폐업이 된다. 폐업을 할 때마다 모든 일에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은 폐업이 되면 다시 되돌이킬 수 없고 사업은 잘되면 폐업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폐업은 개업으로 이어진다. 시간에는 끝이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고 인생은 우리의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는 마지막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때로는 실패가 있지만 실패는 결코 끝이 아니다. 실패와 좌절에도 낙심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은 새로운 길을 주시고 축복하신다. 하나님은 끝이 없으신 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 많은 폐업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그 폐업이 영광된 졸업이냐? 부끄러운 마지막이냐?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이다. 그런데 그 폐업 때마다 또 다시 개업을 할 수 있고 실패를 딪고서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 있어서 결코 개업을 할 수 없는 중요한 폐업이 있다. 그것은 인생 폐업이다. 이 폐업은 세상에 산 사람에게는 누구나 찾아 오는 피할 수 없는 폐업이다.
 

우리 모두는 조만간 인생의 폐업을 할 것이다. 이 폐업은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때에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 온다. 그래서 무섭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이 단지 폐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폐업에 따른 결산을 하게 된다. 이 결산은 더 무섭다. 이 결산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결정되어 어떤 사람은 생명을 얻어 영원토록 즐거움을 누리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형벌을 받아 영원한 고통을 당한다. 세상의 폐업은 개업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인생의 폐업은 이 땅에서 영원한 폐업이고 천국에서의 새로운 개업으로 시작된다. 이제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나에게 남아 있는 폐업의 날들을 세어 보는 지혜를 가져 보자. 그리고 그 남은 날들을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나에게 남겨둔 그 인생의 폐업 때까지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들을 감당해 보자. 2017년이 새로운 개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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