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의 주보는 다른 교회와는 너무 다르다. 볼품도 없고 엉성하다. 사실 주보를 볼 때마다 나도 불만이다. 내가 재주가 없고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르지 못하기 때문에 주보에서 부터 개척교회의 티를 내고 있다. 교회가 재정의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 있어서 교회 주보를 좀 더 세련되고 멋있게 up-grade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주보에 돈을 많이 투자하거나 과시용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많은 교회들이 주보를 전도용으로 쓰고 있는데 주보가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우리 교회도 전도용이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교인들이 보고, 읽고 무엇인가를 알 수 있으면 만족한다. 그래서 나는 주보에 잡다한 것을 나열하거나 멋을 내지 않고 있다. 어쩌면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형식적인 것에 얶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원래 우리교회 주보의 1면은 없었고 그 곳에 예배순서가 있었다. 그런데 처음 주보를 만들던 집사님이 1면을 만들어서 그냥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회 주보의 특징은 절반을 차지하는 목양 칼럼에 있다.
원래 목양 칼럼은 목회 칼람이라는 명칭으로 우리 엘림 교회가 이 곳에 입당할 때부터 시작되어 한주간도 거르지 않았다. 오늘로서 305호째가 된다. 나는 원래 글쓰는 재주가 없다. 학교 다닐 때도 글짓기 시간이 제일 싫었고 창작 글을 쓰려면 죽었다 깨어도 못하는 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생각과 사상을 글에 옮기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해서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창작글은 못 써도, 있던 사건이나 사실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능력은 있었는데 군대 갔다 오면서부터 나의 느낌이나 감정을 글에 조금씩 가미시키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매주 설교를 써야 한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의 신앙과 신학, 그리고 내가 아는 지식과 사상을 바탕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 느낌을 가미시켜 글을 남기기 시작하였다. 미국에 와서 한국에 비해 너무나 열악한 교회 환경에 부닥치면서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하여 가지고 있는 학식과 지식이 사장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사상을 개발시킬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교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려 주기 위해 계속해서 목양칼럼을 썼다. 이 칼럼속에는 나의 신앙, 신학, 사상, 목회관, 관심사, 생각 그리고 잡다한 신변잡기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때로는 세상과 사회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성경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비판, 권면, 바램, 내가 하고 싶은 말 등이 다 들어 있다.
처음에 칼럼을 매주 쓴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설교를 쓰는 것보다 더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설교는 참고할 재료라도 있지만 칼럼은 순전히 나의 머릿속에서 나와야 하는 창작물이기에 더욱 힘들었다. 주일이 지나면 그때부터 머리를 싸매고 씨름하여 일주일의 산고 끝에 겨우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칼럼을 완성 시키지 못하면 마치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처럼 마음이 무겁고 다른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부담감이 사라졌다. 아직까지도 칼럼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제는 토요일에 써도 할 수 있다는 여유감이 생겼다.
이 칼럼이 교인들에 얼마나 읽히고 영향을 주었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목양 칼럼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의 바른 신앙과 생활의 자세를 갖는 사람이 나온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까지는 딱딱한 글이 많았고 논리에 맞추어 글을 썼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나의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우리 교인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 생활속의 간증이나 기도 응답의 사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역사하시는 손길들을 다루었으면 한다. 6년을 같이 지내며 서로를 알아 왔지만 아직 마음을 서로 터 놓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이 칼럼을 통하여 '저, 이런 목사입니다'라는 모습을 들추어 내려고 한다. 이 목양 칼럼은 목사인 내가 쓰지만 우리 교인들이 나누고 싶은 글이 있다면 언제들이 올려 같이 나누려고 한다. 우리 엘림 교회는 백목사만의 교회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교회이다. 우리 모두는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목자장으로 모신 양일 뿐이다. 처음 엘림 교회를 시작하면서 내가 드린 기도가 이 시간에 생각이 난다. "엘림 교회의 담임목사는 우리 예수님이고 저는 영원한 부목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