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내년 가을에 나랑 같이 가자"

백의흠 목사 0 2017.06.06 20:44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라 아들과 함께 shopping도 하고 쉬라고 가게에 나 혼자 나갔다.

몇 달 전부터 아내가 이번 생일은 쉬겠다고 하고 나도 쉬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오늘은 아내가 쉬는 날이다.

지금까지 생일날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더구나 생일날 내가 특별한 이벤트도, 선물도 없기 때문에 나는 빨리 이 날이 지나 갔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가게에 안 나가는 것으로 모든 생일 선물을 대신하였다.

아내는 쉬면서 아들과 함께 아울렛에 가서 shopping 할 생각을 하니 이번에는 꽃 타령도, 남편에 대한 원망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 혼자 가게를 보낼때는 마치 한국에서 예린이 초등학교 보낼 때의 학부모 모습으로 준비물을 챙기고 조심하라고 조바심을 나타낸다.

이제는 나 혼자 가게에 나가도 전처럼 크게 걱정 되지는 않는다.

내가 조금 익숙해 지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렇게 바쁜 날도 아니고, Kristal과 Grilly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

그런데 오늘 가게에서 하루 종일 힘들다.

장사를 하는데는 하나도 힘들지 않은데, 아내가 가게에 없다는 자체가 불안하고 힘들다.

힘든 것도 없고 힘들 상황도 아닌데도 힘도 없고 너무 힘들다.

이제는 아내 없이는 못 사는 정도가 아니라 잠시도 견디기 힘들다.

팔불출이 아니라 바보가 된 모양이다.

시간을 보면서 이제 몇 시간 남았네 라고 세니까 Grilly가 한 시간마다 얼마 남았다고 말을 하면서 웃는다.

가게를 마치고 집에 오니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맞이 하면서 "일 하느라고 수고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돈 쓰고 싶은 대로 마음대도 돈 써서 고맙다"고 한다.

이번에는 아내가 무엇을 하는 지 물어 보지도, 간섭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그렇다고 막 쓰지는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원래는 다음 주일 밤에 아내와 예린이가 한국 가는 비행기표를 3월 초에 끊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힘들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취소해 버렸다.

만약 아내가 한국 가면 어떨가?

내가 견디기는 하겠지만 힘들겠지.

저녁을 먹으면서 아내가 가을에 한국 가겠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내가 "금년에 가지 말고 내년 가을에 나랑 같이 가자"라고 또 꼬셨다.

아내는 매번 속는 것 같은 것을 알면서도 내 말을 잘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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