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한준희] 아기 돌봄 같은 목회

한준희 목사 0 2019.03.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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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기 돌봄 같은 목회

 

군에서 제대하고 얻은 직장은 어린 아기들을 입양시키는 모 아동복지회였다.

어린 애들을 해외에 입양시키는 일은, 해외에서 양자를 입양시킬 부모가 직접 우리 복지회에 와서 애들을 입양해 자기 나라로 데려가는 일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람을 통해 애들을 해외로 보내는 일도 많이 있었다.

당시 미국비자받기가 수월치 못했던 때라 입양 부서에서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몇사람이 자주 미국을 드나들면서 애들을 미국으로 입양시키고 돌아오곤 하는 일이 많았었다.

 

한번은 우리 직원이 가야할 미국 출장을 모 목사님을 대신 보낸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 목사님이 미국을 꼭 가야하는데 비자받기가 어렵다고 우리 복지회를 통해 비자를 받도록 주선해 달라고 윗분에게 청탁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3명의 애들을 미국에 입양시키는 일을 이 목사님에게 위탁하는 조건으로 비자 신청을 해서 바자를 받게 되었고 그분은 애 3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게 된 것이었다.

 

그 후에 미국에 3명을 애들을 데리고 다녀왔던 이야기를 우리 사무실에서 하였는데 그 이야기를 내가 듣고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이 목사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3명의 애들은 이제 10개월된 애 1, 아직도 기저귀도 못땐 2살된 애, 그리고 3살난 애 이렇게 3명을 데리고 김포공항을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출발과 동시에 애들을 돌보는 일은 시작되었는데 비행기를 타자마자 애들이 울어 대는데 3명이 교대로 쉬지 않고 울어댔다는 것이다,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한 아이 우유먹이면 한 아이 기저귀 갈아줘야 하고, 이 애 치다꺼리하면 저 애 징징대로 두 아이를 양팔에 안고 단 1분을 쉴 사이 없이 돌봐야 하는 그 돌봄이 20시간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도 먹을 시간이 없어 입에 쑤셔 넣을 정도로 지냈다는 것이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 목사님은 거의 초죽음 상태에서 애들의 돌봄이 멈추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자 입양할 부모가 나와 있었고 각각 양부모가 될 분들에게 애들을 인계하고 간단한 서류에 싸인을 받고 그리고 자유할 수 있었다는 한다.

 

그렇게 애들을 인계하고 양부모 품에 안겨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린 두 아이야 아직 뭘 몰라 뒤도 안돌아 봤다고 하지만 3살된 놈은 손이라도 한번 흔들어 줄줄 알았는데 그렇게 냉정하게 떠나가 버린 섭섭함이라 할까 아니면 그래도 20시간 넘게 애들을 돌보면서 정이 들었다고나 할까, 가슴속에 뭔가 흐느끼는 그 눈물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왜 오랜 세월동안 내 마음 속에서 자리잡고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목회가 이와 비슷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목회의 년수가 깊어지면서 정말 목회는 애들 돌보는 일과 거의 흡사하다고 느껴진다.

나이가 많은 성도나 적은 성도나 일반이고, 신앙의 년수가 오래된 성도나 짧은 성도나 일반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사랑하고 돌보았는데 어느날 뭐에 삐졌는지 교회를 등지고 만다, 아니 다른 교회로 가버린다, 이 성도 비위맞추면 저 성도 삐지고 저 성도 다독거려주면 이 성도 삐치고, 도무지 쉴틈이 없다, 목회가 일이 많아서 지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 뒤치다꺼리 하면서 지친다. 때로는 충고도 해보고, 호되게 매 몰아쳐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몰라라 해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징징대는 불만 섞인 울음소리는 여지없이 애들 돌봄과 다를 바 하나도 없다.

 

목회를 하면서 그래도 기대하는 성도가 있다, 순종도 잘하고, 헌금도 많이 하고, 정말 기대할 만한 성도가 가끔씩 보인다, 그래서 좀 안심하고 소홀히 대하면 여지없다. 공격의 마수를 들어내면 목회자는 속수무책이다. 그 성도에게 꼼짝없이 당한다.

어린애들에게 무슨 기대를 할까, 그렇게 20시간 넘게 돌보아도 떠날 땐 손 한번 안 흔들고 떠나는 게 애들이다.

목회란 그 어떤 댓가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애들 돌보듯 잘 돌보아주고 그 부모에게 인계하듯 그리스도에게 인계만 하면 된다, 그 인도자가 목사이다.

 

목회는 목사가 성도들을 양육시키는 것이 아니다, 주인이신 예수님께 데려다 주는 것이 목회의 전부다, 그리스도에게 인계만 시켜놓으면 양육은 주께서 하신다, 그게 목회라고 말하고 싶다.

힘들고, 피곤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그 애들 때문에 미국에 온 목사같이 목사는 그 속썩이는 성도들을 잘 인도한 것 때문에 천국에 상급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본다.

 

이같이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하려 함이라(3:24) 

 

ⓒ 복음뉴스(BogEu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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