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칼럼

 

신학교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

김동욱 0 2017.01.17 00:28

[필자 주] 주제 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갖 신대원 과정을 졸업한 사람이 무슨 조언을 하겠다고 나서느냐고 핀잔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신 분들의 조언보다 뉴욕의 한인 교단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에서 공부한 사람의 조언이나 충고가, 이곳에서 공부하는 신학생들에게는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글은, 신학을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앞에서 특강을 한다고 생각하고,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슴 속에, 머리 속에, 더 깊이 각인될 것 같아서이다.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아무리 피곤해도, 수면 시간을 줄이고 또 줄여서 공부하십시오! 뉴욕 일원의 교단 신학교들의 수업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여러분 각자가 기를 쓰고, 죽어라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학교에서 시키는 것만, 교수님들께서 하라고 하시는 것만 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주경야독하는 학생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시는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공부를 요구하지 못하십니다. 수업 시간이 많지 않고, 공부를 시키는 양도 많지 않으니,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것으로, 교수님들께서 부과해 주시는 리포트 작성으로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실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신학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성경을 많이 읽으십시오! 목회자의 가장 큰 임무는 설교를 하는 것입니다. 설교는 성경을 풀어 전하는 것입니다. 신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학문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성경을 제대로 잘 풀어 전하는 데 필요한 소양과 지식을 갖추게 하는 것들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는다면, 주된 목적을 상실한 채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목적을 잃은 공부는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학 관련)공부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하여 성경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종일 직장에서 근무를 해야 하고, 집안 일도 도와야 하고, 교회 봉사도 해야 하고... 대부분의 신학생들이 그렇게 합니다. 저 만큼 바쁜 생활을 하는 신학생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맨 마지막에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야? 그런 일들을 맨 처음에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시면, 성경을 읽을 수 없습니다. 왠 줄 아십니까? 리포트 작성을 마치고 나면, 피곤하기도 하고, 잠을 자야 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현실과의 타협이 시작됩니다. 이 타협은 늘 현실 쪽으로 마음이 끌려 갑니다. 그래! 오늘은 자고 성경은 내일 읽자! 이런 타협이 매일 되풀이 됩니다. 

성경을 먼저 읽으십시오! 그리고 리포트를 작성하십시오! 리포트를 제 때에 제출하지 못하면 성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쉽게 다음 날로 미루어지는 성경 읽기와는 달리, 리포트 작성은 눈을 비벼 가면서도, 때로는 꼬박 밤을 새워서라도 마치게 됩니다. 그렇게 하시면, 비록 피곤하기는 하고, 수면 시간이 줄어들기는 해도, 두 가지 모두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에 반드시 두 시간 이상은 성경을 읽는다" 는 원칙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서 오늘 1시간 밖에 읽지 못했으면, 내일 3시간을 읽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열 네 시간 이상은 성경을 읽습니다. 이렇게 물으실 분이 계실 것입니다. 리포트 작성에 시간에 쫓기거나, 리포트 제출 시한을 어긴 적은 없었느냐구요. 없었습니다. 항상은 아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리포트를 맨 처음에 제출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불필요한 곳에 쓰는 시간을 최소화 하십시오! 제가 마지막 본 드라마가 "선덕여왕" 입니다. 그 후로는 단 1분도 드라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곁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곁눈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유튜브도 보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에 접속하는 것은 생명나무교회의 주일 설교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와 조정칠 목사님의 설교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뿐입니다. 여러 목사님께서 카톡을 이용하여, 저에게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셨습니다. “좋은 동영상이니 꼭 보시라”고… “감동적인 이야기니 꼭 보시라!”고… 죄송하지만, 단 한 편도 보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을 위하여,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교수님들께서 보시기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이 되십시오! 이것 저것 알려 주시라고 부탁도 드리십시오! 여러분을 향한 교수님들의 관심 처럼 큰 보탬은 없습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기쁘게 도와 주십시다. 좋은 책도 추천해 주시고, 학습의 방향도 안내해 주십니다. 제가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아시게 된 교수님들께서는, 방학이 시작되면, 방학 동안에 읽어두면 좋을 책들을 소개해 주시곤 하셨습니다. 제가 부탁을 드리지 않았는데도, 이메일로 카톡으로 “김 전도사님, 이번 방학 동안에는 이러이러한 책들을 구입하셔서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좋은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것은 큰 복입니다. 읽고나면 시간 낭비했다는 느낌이 드는 책들을 읽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습니까? 교수님들께서 추천해 주시는 책들은 절대로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합니다.

설교 원고에 대한 가르침을 주실 수 있는 목사님들이 계셔야 합니다. 여러분께서 출석하고 계시는 교회의 목사님이셔도 좋고, 여러분을 개인적으로 아껴주시는 목사님이셔도 좋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설교를 하고나면, 그 원고를 다섯 분께 이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네 분은 목사님이셨고, 한 분은 국문학박사였습니다. 네 분의 목사님께서는 설교자로서, 목회자로서 조언을 해 주셨고, 국문학을 전공한 제 후배는 항암 치료를 받는 극심한 고통 가운데 있으면서도 제 설교 원고의 문장 구성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조정칠 목사님, 신준희 목사님, 정영민 목사님, 길재호 목사님의 가르침과 황선희 박사의 조언이, 제 설교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전 5시에 기상하여 자정에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에도, 일주일에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성경도 읽어야 하고, 교재도 공부해야 하고, 부교재도 읽어야 하고, 교회 일도 해야 하고, 맡고 있는 사역에 관련되는 일도 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다 하면서 짬을 내어 (다른)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다녔던 등산도 포기하고, 만남도 자제하고, 오직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습니다.

적당히 공부해서는… 신학교 졸업장은 손에 쥘 수 있고, 목사로 안수를 받을 수는 있겠으나, 설교자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좋은 설교자가 못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설교자가 되지도 못할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설교를 못하는 목사라면, 그게 어디 목사이겠습니까? 스스로가 알아서,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하십시오! 수시로 교수님들을 귀찮게 하십시오! 좋은 책을 추천받아 읽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책들은, 읽고나면, 시간만 낭비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교회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계에 사건이 생길 때마다, "부실 신학교 때문" 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은 ATS에 속해 있지 않은 모든 교단 신학교들은 부실 신학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부실 신학교에서 문제 목사들을 배출해 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견해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를 지키기 위한 자기 보호 본능의 발로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교회에 문제를 만들어 온 많은 목사들은, 번지르한 학력의 소유자들입니다. 대단한 학교를 졸업한 목사들이 사고를 쳐 왔습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한인이민교회들에서도,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 목사들은 모두 상당한 학력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이곳의 교단 신학교 출신자들을 향하여, 학문적인 소양이 부족하여 설교 능력이 떨어진다고 질책을 한다면, 100%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런 질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목회자의 품성은 지식과는 무관합니다. 목회자의 인품은 학식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근거가 전혀 없는 억지 주장을 펼쳐, 미국내에 세워진 한인 교단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은 제발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제 자랑을 하나 하면서, 이번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우회장 정용문 전도사님과 함께 정익수 총장님을 뵈었습니다. 제가 먼저 총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총장실을 나와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강의실로 향하는 제 뒷모습을 바라보시며, 총장님께서 “저 분은 아무 것도 시킬 게 없어! 아무 말 안 해도, 자기가 다 알아서 해!” 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정용문 전도사님께서 저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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