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칼럼

유감(遺憾) 셋

김동욱 0 2017.01.17 00:40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뉴욕의 두 목회자 가정에 경사가 있는 것 같다. A 목회자 가정에는 5월 말 쯤에, B 목회자 가정에는 7월 말 쯤에 혼인 예식이 있다는 광고가 실려 있다. 


A 목회자 가정에서는, 플러싱에 있는 교회의 예배당에서 혼례식을 거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교회는 A 목회자가 시무하고 있는 교회가 아니다. 신랑 가정이 그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지, 아니면 예식 장소로 그 교회를 빌려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혼인 예식 초대 광고를 보고,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신부를 소개하는 초대장의 문구 "아무개, 아무개의 삼녀 아무개 양" 은 거의 대부분의 청첩장에 쓰이는 표현이기에, 특별히 언급해야 할 필요도, 칭찬을 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헌데, 그 표현에 내 마음이 흡족했던 까닭은 B 목회자 가정의 혼인 예식 초대 광고의 표현 때문이었다. 
"아무개 목사, 아모개 사모의 차남 아무개 군" B 목회자 가정의 혼인 예식 장소는 고급스러운 장소로 보였다. 초청장에 인쇄되어 있는 문구로 보아, 이 혼인 예식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광고를 해서는 안되는(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혼주들이 선정한 초청 대상자들에게 초청장을 우송하여, 참석하겠다고 통고한 하객들만 참석할 수 있는 혼인 예식으로 보였다. 그런 혼인 예식의 광고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매체에 한 까닭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B 목회자는 얼마 전에 있었던 다른 자녀의 결혼식 초대장에도 적절치 못한 표현을 사용하여 지탄을 받았었다. 결혼식에 초대하는 청첩장에 쓰는 혼주의 바른 표현은, 혼주가 어떤 직위에 있건 그 직위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현직 대통령이 큰아들을 장가보내는 경우에도 "아무개, 아무개의 장남 아무개"로 쓴다. "아무개 대통령, 아무개 영부인의 장남 아무개 군"이라고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청첩장을 인쇄하는 인쇄소에서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혼주 이름 다음에 "목사" "사모"라는 감투(?)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인쇄소에서 얼마나 깔깔대고 웃었을까? 그 인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키득거렸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국에 명절이 되면, 추석이나 설이 되면, 귀향 전쟁이 난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차량 행렬이 고속 도로를 메운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데, 열 시간이 훨씬 더 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게 고향을 다녀왔노라고 고생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마치 무용담을 자랑하듯이 "갓길을 주행하여" 고향에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다. 갓길을 주행하는 것은 불법인데, 불법을 저지른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말라는 짓을 해놓곤, 그것을 자랑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교회에도 있다. 목회자들 중에도 있다. 갖고 싶어도, 하고 싶어도, 규칙을 어기면서 가져서는 안되고, 규칙을 어기면서 해서는 안된다. 규칙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회에 많은 부조리가 행해지고 있는 이유는, 작은 규칙을 지키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규칙은 어떠한 것이라도 지켜야 한다. 한밤중에 자동차를 운전해 가다가 "STOP" 싸인이 나오면, 경찰이 있건 없건, 감시 카메라가 있건 없건, 보는 사람이 있건 없건, 멈추어 서야 한다. 헌데, 많은 운전자들이 감시자나 감시 장비가 없으면,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그래서는 안된다.

얼마 전에, 제보를 하나 받았다. 제보의 내용은 상당히 구체성을 띄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비추어 보아, 제보의 내용에 신빙성도 있어 보였다.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제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가 답이었다.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글을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제보(?)를 내 컴퓨터에서 지워버렸다. 자기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못하(않)는 제보를 어떻게 취급한다는 말인가? 제보를 할 때는 반드시 제보자의 신원과 연락처를 밝혀야 한다. 제보자의 신원이 해당 제보 내용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하고, 끌어내리기도 한다. 연락처를 알아야, 필요한 경우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보충 취재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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