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칼럼

"하나님의 뜻" 찾기 (1)

김동욱 0 2017.01.17 00:39

오늘(5월 20일)이 내가 24년 동안 근무해 왔던 직장에서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내 삶의 근거지가 사라졌다. 실업자가 되었다. 벌어 놓은 돈이 없으니, 당장 먹고 살아가야 할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근무해 왔던 회사는 Costume Jewelry를 수입하여 판매한다. 남미와 중미에서 오는 바이어들이 주된 고객들이었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연간 매출액이 1,000만 불이 넘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를 우리라고 해서 피할 수는 없었다. 매출액이 급격히 떨어졌다. 3년 전, 내가 신학대학원 과정의 1/3을 마쳤을 때, 모두의 생존을 위하여 고강도의 구조 조정을 단행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받던 급여의 64%가 삭감되었다. 쉽게 말해서, $ 1,000 이었던 나의 주급이 $ 360 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살을 깎듯이 경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회사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조정칠 목사님께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회사를 계속해서 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셨던 때가 그때였다.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계속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강도사 고시를 통과하고, 목사 고시를 거쳐, 지난 4월 12일에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 뉴욕노회에서 목사로 안수를 받았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근무를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목사로 안수를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참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내가 기도한 것을 훨씬 뛰어 넘게 응답해 주셨는데, 막상 회사를 그만두게 되니 걱정이 밀려 온다. 연약한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이제 어떻게 먹고 살지? 많은 걱정들 가운데서, 같이 떠 오르는 생각이 있다. 이제 세상 일은 그만 하고 목회에 전념하라고, 전임 목회자의 길을 걷게 하시려고, 회사를 그만 두게 하셨나? 

생활에 대한 염려와 함께, 내가 협력목사로 봉직하고 있는 생명나무교회에 대한 걱정도 같이 밀려 온다. 회사에서 받는 주급으로, 넉넉하지는 못해도 생활을 할 수는 있었다. 회사에서 지급 받는 돈으로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생명나무교회에서 아무런 사례비를 받지 않고 사역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사역자가 무급으로 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생명나무교회를, 길재호 목사님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다. 헌데…  앞으로 어떻게 한다? 

5월 16일(월요일) 오전에, “5월 20일까지만 근무를 하기로” 아우(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오너이다. 내가 회사에 나와 놀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몸이 불편한 맏형의 생활을 24년 동안이나 책임져 온 고마운 아우이다)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앞으로의 진로에 관하여 생각을 해 보았다. 

첫째 방안, 다른 직장을 구해서 생명나무교회를 계속하여 자비량으로 섬긴다. 
둘째 방안, 생명나무교회가 지향점을 변경하여 사역자들에게 생활비를 지급 한다. 
셋째 방안, 내가 생활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교회로 사역지를 옮긴다. 

첫째 방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수 있다. 내 직장이 변경되는 것 외에 지금과 달라질 것이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 

둘째 방안은 현실화될 수가 없다. 생명나무교회의 정체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제로이다. 아예 고려할 수도 없는 방안이다. (내가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실험 교회' 그만 하시지 그러세요?" 생명나무교회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언이다. 무급 사역을 포기하고, 여느 교회들처럼 유급 사역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생명나무교회의 방향성을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는, 우리 교회 구성원들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지금처럼 쭈욱 가기를 원한다. 모두가 무급으로 사역을 감당하고, 그렇게 해서 절약되는 헌금으로 선교와 구제를 하자는 것이, 생명나무교회 교우들 모두의 생각이다.) 

셋째 방안은, 포기할 수도, 환영할 수도 없는, 내가 엄청 고민을 해야 하는 방안이다. 현재, 생명나무교회의 등록 교인은 길재호 대표목사님, 조경윤 협력목사님, 나(협력목사)를 포함하여 8명이다. 길재호 목사님께서는 주로 한국에 체재하셔야 하는 형편이다. 내가 떠나면, 조경윤 목사님을 포함하여 5명이 남는다. 그동안 내가 맡아서 해 왔던 일들은 다른 분들이 맡아 하시더라도(하실 수 있는 일도 있고, 하실 수 없는 일들도 있다), 5명이 교회를 지켜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명나무교회를 떠나면, 생명나무교회가 와해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목사가 교회를 망가뜨리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내가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길재호 목사님과 함께 생명나무교회를 시작했던 나에게는 생명나무교회에 누가 되는 행동은 어떠한 것이라도 해서는 안된다.

수요일(18일) 새벽이었다. 자꾸만 흘러 내리는 콧물을 훌쩍거리며(나는 알러지가 아주 심하다), 직선 도로가 나오길 기다리며(콧물을 닦아야 하는데, 한 손이 불편하여 한 손으로 운전을 하는 나는, 직선 도로에서 잠깐 핸들에서 손을 떼고 휴지를 집어 콧물을 닦아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여 교회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교회 개척” 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그때까지(이틀 동안이었지만),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교회 개척? 내가 생명나무교회를 떠나야 하는 데?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 데?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나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기를 되풀이 한다. 목사는 설교를 해야 하는데, 네가 다른 교회의 부교역자로 가면, 설교를 할 수가 있겠니? 하나님께서 너를 목사를 만드신 것은 ‘선포’ 를 위해서지 ‘일’을 위해서는 아니쟎아? 네가 교회를 개척하면, 동참할 교인들이 있겠니? 네가 마음껏 설교를 하려면, 네가 교회를 개척하는 수 밖에 없잖아? 안 그래? 교회를 개척하면 마음껏 설교를 할 수 있다고?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운영을 위하여(교회를 지탱하기 위하여), 설교를 듣는 회중들이 원하는(회중들이 듣기 좋아하는) 설교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무런 제약 없이 설교를 할 수 있는 교회는 생명나무교회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 언론에 뛰어드는 것은 어떻니? 사장을 맡아 달라고, 수 년 동안 너에게 계속해서 부탁을 하는 곳도 있잖니? 둘이서 새로운 기독 언론사를 만들자고 제안한 사람도 있잖니? 기독 언론이라면 네가 잘 할 수 있잖니? 예전에, 내가 집사였을 때는, 기독 언론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런데,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하고 나서, 그 관심이 사라졌다. 사라졌다기 보다는 줄어들었다. 큰 관심이 없다. 해외 선교에는 두려움이 크다. 먹는 것 때문이다. 나는 음식을 많이 가린다. 아예 입에 대지 않는(못하는) 음식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지금껏 바나나를 먹어보지 않았다. 감(홍시, 곶감을 불문하고)을 먹어본 적도 없다. 콩밥을 안먹는다. 김치찌개는 좋아하지만, 된장찌개는 싫어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체질까지도 바꾸어 쓰시는 것을 믿는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다.

혼란스럽다. 어느 길을 가야 하나? 아니, 어느 길을 가라고 하시나?

기도를 시작했다. “하나님의 뜻 찾기” 기도를…

하나님! 제가 계속해서 자비량으로 목회를 하길 원하십니까? 그러시다면, 하나님께서 제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마련해 주셔야 합니다. 제 생활 대책을 마련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서야, 제가 생명나무교회에서 사역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제가 이제 세상에서 주는 녹이 아닌, 교회에서 주는 녹으로 생활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러시다면, 저에게 사역할 수 있는 교회를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하나님! 제가 설교 사역을 감당하길 원하십니까? 다른 목사님들의 사역을 돕기를 원하십니까? 전자라면, 제가 교회를 개척하거나 설교 목사가 필요한 사역지를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후자라면,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목사님이 계셔야 합니다.
하나님!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엉뚱한 길을 가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저를 위하여 예비해 놓으신 길을 갈 수 있도록, 제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저를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뜻 찾기”에서 오판하지 않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아멘!

[필자 주] 이 글을 읽으신 독자들께서도 같이 기도하여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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