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구약 인용과 해석 살피기"
정준모 목사(콜로라도 말씀제일교회, Ph. D & D.Miss)
I. 서 론: 예수님 성경해석의 현대적 의의 연구 필요성
해석학(hermeneutics)이란 성경학자들이 성경의 의미를 설명하는 일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기술적 용어이다. 이 학문적 특수한 용어는 '설명하다, 해석하다 혹은 번역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헬라어 동사 허메뉴인(hermeneuein)에서 비롯하였다. 누가는 이 동사를 사용해서 예수께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에게 성경이 자신에게 관한 이야기를 한 바를 '설명했다'고 말하고 있다(눅24:27). 이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자신에 관한 구약의 성경을 친히 인용하고 해석하고 계신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엠마오 도상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부활하심을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누가복음 24:27에서 "모세와 및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게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 한 것처럼 구약의 내용이 자신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석해 주셨다. 그리고 예수께서 이처럼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제자들의 어두운 눈이 열리고 마음이 뜨거워 졌던 것이다(눅24:32).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첫째로, 성경에는 우리가 이해하기가 어렵고 낯선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과 둘째로,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인도해 주는 성경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가복음에서 뿐 만 아니라 모든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친히 제자들을 위해서 성경해석자가 되어 주셨고, 성경해석의 본을 보여 주셨다.
이처럼 기독교의 성경해석은 자연스럽게 예수와 함께 시작되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성경해석은 정통 유대교의 성경해석과 충돌을 피할 수 없었고, 그 갈등은 점점 깊어져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게 했다. 그 이후 사도들 역시 예수님의 성경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오늘날에도 성 경해석의 올바른 지침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선, 정통 유대교의 성경해석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서 비롯된 예수님의 성경해석의 특징을 규정하고, '예수님의 구약인용과 해석'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성경해석학적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예수님의 구약 인용과 해석'의 특징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권위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구약을 인용하고 자신에게 적용하셨다. 복음서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는 구약의 13책에서 36개의 다른 구절들을 인용하셨다. 뿐만 아니라 암시, 요약, 특정 단어사용 등의 다양한 형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구약을 인 용하고 해석하기도 하셨다.
이에 대해 오늘날 많은 현대 역사 비평가들은 예수님께서도 당시 1세기 유대주의 해석자들의 해석 방법을 추구하였다고 단정 지음으로 예수의 구약인용과 해석에 새로운 의의를 두지 않고 폄하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시 유대주의 해석자들과는 달리 구약을 자신에게 적용하여 구약이 자신에 관한 예언을 하고 있으며, 이미 자신을 통해 성취되었고, 앞으로 성취될 것을 구약 성경을 인용하고 해석하셨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그 가르치시는 것이 권위 있는 자와 같고 그들의 서기관들과 같지 아니함일러라'(마7:28-29)고 말하였다.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당 시 유대주의자들의 성경해석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권위가 있었기에, 현대 비평가들의 주장처럼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의 구약 인용과 해석'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음을 주지(周知)해야 한다.
구약과 신약의 사이에는 불연속성 존재한다. 그러나 더 많은 연속성이 있음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구약은 예언이고 신약의 그 예언의 성취이다. 특별히 메시야 관점과 구속사 관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구약의 약속들이 신약에서 성취되고 있다는 것이 구약의 모형들이 신약에서 대형(antitype) 속에서 그들의 성취가 발견된다. 즉 하나님의 왕국, 언약, 그리고 구속같은 구약의 주제들은 비록 극적인 변형을 겪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약으로 이어져 나간다.
1. 정통 유대교적 해석과의 유사점
예수님의 구약인용과 해석은 당시의 유대교적 구약이해와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1세기 유대주의 해석자들은 (1) 성경의 신적 영감을 믿었다. (2) 그들은 토라(The Torah) 가 인류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전체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3) 유대주의 해석자들은 본문에 문자적 의미와 함축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4) 유대주의 해석자들은 모든 해석의 목적이 하나님의 말씀을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예수께서도 이러한 유대주의 해석자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예수께서 "다윗이 성령에 감동하여 친히 말하되"(막 12:36)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성경이 하 나님의 영감으로 된 것임을 강조하셨고, 구약과 율법 제도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중하 셨고,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요 14:21)라고 말씀하심으로 하나 님의 말씀을 삶에 적용해야 함을 말씀하셨다.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는 사람들의 삶의 정황 가운데에 그들이 친숙한 방식으로 말씀하시 는 것을 선택하셨다. 당시 유대주의 해석방법인 문자적 해석방법(Literal interpretation), 미드라쉬 해석방법(Midrashic interpretation), 페쉐 해석방법(Pesher interpretation), 풍유적 해석방법(Allegorical interpretation)을 예수께서도 사용하셨다.
이러한 면을 들어 예수님이 사용하신 해석법에는 새로운 것이 없어 복음의 능력을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성경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당시의 친숙한 방식을 예수님께서 사용함으로 오히려 복음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는 사실이다.
2. 정통 유대교적 해석과의 차이점
예수님은 그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성경을 해석한다고 하면서 자기 자신의 전통으로 성경을 대신할 때 이들의 방법을 비난하셨다. 예수님은 한 유대 사람이며, 그의 사명은 본래 자기 백성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의 사명이 저들의 사고방식을 따라 표현되기는 했어도, 유 대교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더욱 확실한 계시의 말씀과 그렇지 않은 말씀 사이를 구별해 놓 으시기를 추호도 주저하시지 않았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에서 "...라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말을 통해 기존의 정통 유대교적 해석과는 다른 독자적인 계시와 교훈을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말씀을 사용함으로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예수 님의 구약 율법에 대한 이해가 다름을 구별하셨다. 이러한 구약의 인용과 해석은 당시 사 람들에게는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해석이었다.
특히 예수님의 예언 성취구절과 관련된 자기중심적인 성경해석은 당시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도, 사용할 수 도 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직접 구약의 메시야 예언구절을 인용하고 해석하여 자신이 메시야이심을 말씀하셨다. 더불어 메사야가 고난 받아야 함을 말씀하실 때 율법학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저들은 이사야서 53장이 민족만이 아 니라 개인에게도 관련되는 의미가 있음을 믿지 못하였다. 실제로 이사야서 53장에 관한 유 대적 해석은 고난과 거절을 말하는 이 구절을 메시야 예언으로 결코 해석하지 않았다.
누가복음 4:18-19절에서는 예수께서 회당에 들어가서 이사야서를 직접 인용하시고 해석하셨다. 그리고 "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21절)"고 말씀하셨다. 이를 들 은 사람들은 은혜로운 말에 놀랐지만 곧 이어지는 예수님의 엘리야와 엘리사의 구약인용과 해석(눅4:22-27)을 듣고는 회당에 있는 자들이 화가 나서 예수를 동네 밖으로 쫓아내고 낭떠러지로 가서 밀쳐 떨어뜨리고자 했다. 이런 예수의 구약인용과 해석은 당시 해석학자 들이 인정할 수가 없었다.
3. 구약성경에 대한 이중적 관계
예수님께서는 당시 유대주의 해석학자와 유사하게 구약성경을 인용하고 해석하셨다. 하지만 때로는 정통적 유대주의 해석과는 달리 독창적이고 이질적이기도 하였고, 이러한 해석 은 기존 해석의 고정화된 틀을 깨어버렸다. 그래서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과 예수의 구약 율법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예수님는 마태복음 5:17-20에서 언급한 것처럼 구약 율법의 영원한 가치를 끊임없이 강조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당시 예수님의 율법의 해석은 마치 율법을 폐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말씀은 '예수가 율법을 어겼다'고 오해하고 그를 처형했던 유대인들의 과오를 밝히 드러낸 다. 그리고 율법의 일점일획도, 계명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도 지키도록 가르치셨음을 알 수 있다.
바울 역시 율법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로마서에서 바울은 '율법이 없으면 죄가 죽은 것 (롬7:8)'이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율법은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한 것'이다(롬7: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13:10)'이다. 예수께서는 사 랑이 결핍된 단순한 율법주의를 경멸하셨을 뿐이지 율법을 폐하려 오신 것이 아니라 사랑 으로 율법을 완전하게 하려고 오신 것이다. 이처럼 예수님는 주저하지 않고 성경을 비판하며 또 하나님의 말씀을 그 자체의 최선의 말씀과 관련시켜 해석하는 구약성경에 대한 이중적 관계를 유지하였다.
III. '예수의 구약 인용과 해석'의 현대적 의의
1. 올바른 성경 해석의 필요성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단순히 읽기만 해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로인해 오늘도 예수 당시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잘못이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사랑이 결핍된 단순한 율법주의와 잘못된 성경해석을 통한 이단의 발생, 성경해석능력의 상실로 인한 적용의 부재 등, 수많은 문제들이 교회 안과 밖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 황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지금까지 해석학에 의지하지 않고도 성경을 읽고 해석하지 않았 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예수님의 교훈 중에는 성경해석의 필요를 말하는 내용이 많이 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잘못된 구약 해석을 교정하시면서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가 성령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므로 오해함이 아니냐"(막12:24)라고 사두개인들의 잘못된 성경 해석을 견책 하고 계시는 예수의 태도에서 바른 성경의 해석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예수님의 성경에 대한 이러한 태도와 자신이 성경을 해석한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성경 해석의 필요성을 인출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여전히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게으르고, 부정확 하고, 비정통적이며,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님의 구약 인용과 해 석을 통해 우리는 성경을 체계적이고도 주의 깊게 해석할 필요를 깨닫고 올바른 성경해석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2.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의 필요성
요한복음 5:39에서 예수님는 유대인들에게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 하는 것이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구약의 모든 말씀이 바로 자신을 가리킨다고 말씀하신다. 구약은 앞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증거하고 있었지만, 당시 유대주의 해석학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예수께서는 구약을 자신을 중심으로 해석해야 함 을 거듭 강조하셨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을 해석할 때 모든 계시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과 연결되어 나아간 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