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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할 수 없고, 보정만 가능한 영상 - 김동욱 목사

김동욱 0 2020.05.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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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 모두는 아닐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나의 생활도 COVID-19 확산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주일 동안에 서너 차례 왕래했던 뉴욕에 가 본지가 두 달도 더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갔었던 세탁소에 가 본지도 두 달이 더 됐다. 그런가 하면, 외식이 대부분이었던 끼니를 거의 대부분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온라인 예배 영상 편집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내가 출석하고 있는 뉴저지 새언약교회(담임 김종국 목사)는 주일에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를 금요일 오후에 녹화를 해서 편집을 한다. 녹화를 하다보면 종종 NG가 난다. 회중이 아닌 카메라를 바라보고 하는 찬양(설교, 축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같은 순서에서 4차례나 NG가 났다. 순서 담당자가 더 잘 하려고 몇 차례씩 반복하여 하는 경우도 있다.

 

몇 주 전, 녹화한 영상을 편집하는데 - 나로서는 -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서 토요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었다. 편집 삼매경에 빠져 있던 어느 날, '편집불가 영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할 수 없는 영상, 편집이 허용되지 않는 영상, 자르기도, 붙이기도, 삭제도 할 수 없고, 외모 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촬영되고 있는 영상의 피사체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였다.

 

내가 하나님의 카메라 앞에 서 있다.수도 없이 많은 카메라들이 내 전면 뿐만 아니라 후면과 측면, 내 마음 속까지 모두 촬영하고 있다. 내가 피사체가 되어 있는 영상의 편집자는 내가 아니다. 나는 그 영상에 손을 댈 수가 없다. 

 

회한 같은 것이 밀려 왔다. 누군가와 함께 내가 피사체가 되어 있는 영상을 본다면 부끄러운 마음에 쥐구멍을 찾을 것 같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숨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숨을 수도 없는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하나님께서 평강을 주셨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네가 찍혀 있는 영상을 네가 자를 수도 없고, 삭제할 수도 없지! 그런데, 보정은 할 수 있단다. 보정이 뭔 지 알지?' '네, 알 것 같아요. 회개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뭘까? 교인들을 향하여 '회개하라!'고, '돌이키라!'고, '버리라!'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런데, 그 말들을 자기 자신을 향하여 하는 목회자들은 얼마나 될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우상일 수 있다, 때로는 자식이 우상이 될 수도 있다'고 외치는 목회자들에게 우상은 없는 것일까?

 

하나님을 향하여 '이것을 해 주시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기도한다. '이렇게 하겠으니, 이렇게 해주십시요!'라고 기도하는 것이 바른 자세가 아닐까?

 

골프를 좋아하는 목회자들에게 욕 먹을 이야기를 한번 더 해야겠다. 건강을 위하여 골프를 친다고 한다. 맞다. 그것이 골프를 쳐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골프를 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없을까? 골프를 쳐서는 안되는 이유는 없을까? 골프를 쳐야 하는 이유만 붙들고 있지 말고, 골프를 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뭔지, 골프를 쳐서는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같이 생각해 보아라. 그 이유들이 더 많을 수도,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필자 주 : 골프 이야기를 했는데, 골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낚시일 수도 있고, 다른 취미일 수도 있다]

 

영상의 편집은 예배(방송) 전에 마쳐야 한다. 우리가 찍혀 있는 영상의 보정 작업은, 우리가 죽기 전에 마쳐야 한다. 보정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미리미리 손을 쓰지 않으면, 마칠 수 없는 작업이다. 검고, 어두운 장면으로 가득한 영상을 밝은 이미지와 내용으로 보정해야 한다. 

 

한가지 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역할에 충실했는가? 목회자답게, 장로답게, 권사답게, 집사답게 살고 있는가? 그렇게 살지 못했다면 돌이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으면, 돌이킬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서둘러서 돌이켜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보정 작업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 복음뉴스(BogEu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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