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양희선 -
*좋은 소재도 많이 있지만 제일 힘든게 아버지에 대한 글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오레곤 주 토박이 이고 아들은 결혼하여 뉴져지에 살고 있습니다.
걷기 시작한 손녀의 재롱에 화기애애한 가족들의 짧은 시간들.
지난 크리스마스 휴가때 찾아뵈온게마지막 인사가 될 줄 아들은 몰랐습니다.
평소에도 조용하고 말이 없으셨던 그의 아버지는
멀리 사는 아들 찾아오느라 고생 할까 봐
가까운 이웃조차 괜한 수고 할까봐 아무도 부르지를 않았습니다.
의사가 말하길
암이 재발하여 이미 폐에까지 전위 되었다며
그동안 굉장한 아픔과 고통속에 있었을 거라고…
아버지는 혼자 꼭꼭 누르고 감추시다가 연기가 되어 가셨습니다
아버지 닮은 아들, 자신을 닮은 어린 딸을 둔 아들은 뒤돌아 눈물을 흘립니다.
나의 아버지는 엘리트 급이었고 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미 우미 양도 있고 수는 가물에 콩나듯 있네 커서 뭐가 되려고”
학교 성적표를 받아오는 날에는 아버지는 저승사자 나는 죽은 쥐와 같았습니다
여러가지 일로 엄마에게는 회초리도 많이 맞았지만
아버지에게도 그런 기억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어쩌다 기분이 좋으시면 양손에 먹을것 들고 오시고
동네 아이들과 레슬링 시켜놓고 껄껄 웃으시던 아버지
자신의 몸은 죽어가면서도 가족을 걱정 하시던 아버지
내가 들은 마지막 말씀은 가족을 위해 건강하라는 말이였습니다
내 아내 아버지는
나를 첫눈에 보고 가족 중 유일하게 외동딸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결혼 후 바로 미국에 와서 이야기 거리는 없지만 아내 말로는
가려우면 긁어 주기도 하시고
머리 땋아 주시고 꽃리본도 달아주시고
쭈그리고 앉아서 딸구두를 열심히 광을 내시던
딸바라기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가문의 귀한 딸이라던 아버지
아내는 잊혀진 아버지가 그리워 눈물을 흘립니다.
아버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도록
기둥 돌이 모퉁이 돌로 밀려나도
미소 뒤의 쓸쓸함과 고뇌를 몰랐습니다
시대가, 누가 뭐라해도 변할수 없는 우리 아버지들
가시고기
라이언 킹
아버지의 그늘이 얼마나 좋았던지
엄마같은 사랑은 아니어도 비바람 이겨낸 돌같은 사랑
어디 계신가요
혹시나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