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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한 동네 아이들

복음뉴스 0 2022.04.14 18:34

신앙 체험 ⑧  한 동네 아이들

글 : 김용복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막내 아들이 Jersey City, New Jersey 부근에 사는 중, 고등학교 아이들 방과 후 돌봄 사역을 한다. 그 가정들은 홀 부모이거나, 가정형편상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와도 누가 돌봐주거나, 숙제나 공부를 지도해 줄 식구가 없는 아이들이다. 아들은 그 사역단체에서, 선생님들을 지도하고, 사역을 운영하고 있다. 거기 오는 아이들이 200 명이 넘는데, 90% 이상이 각종 대학으로 진학한다. 가정이 다 할 수 없는 부분을, 사역단체가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 살 때다. 우리가 사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뒤에는, 오래 된 집들도 자투리 땅에 숨어 있듯 몇 집 있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그 집 사람들은 새벽같이 과일 팔러 구루마를 밀고 나갔다, 밤이 되어야 들어오곤 했다. 그 집들 사이 골목에는 아이들이 학교 끝나면 재잘 거리며 놀고 있었다. 우리 집 아이 들처럼 아파트 사는 아이들과는 어울러 놀지를 않았다.

 

근처에 아이들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매년 두 세 번은 아이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것이 관례였다. 갈 때는 봉투에 돈 얼마를 넣어 선생님께 드리곤 했다.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뜻이 담긴 봉투였다. 그런 촌지 관행은 당연한 것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아이 교실에 들어가 뒤에서 수업을 잠시 견문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와 아파트 옆 동 우리 아이 친구들이 칠판 근처, 선생님 가르치는 교탁 가까이에 앉아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눈을 맞추며, 가르치고 있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눈 나쁜 아이들이 앞에 안고, 눈이 잘 보이거나, 키 큰 아이들이 뒤편에 앉았는데, 우리 아이는 눈도 좋은데 앞에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주로 아파트 뒷 편 낡은 집들 동네에 사는 아이들이었다, 키가 작은 데도 뒤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 주 금요일에 교회 순모임이 있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교인들이 모였다. 각 가정이 EK 그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학교 수업 참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 순 가정들은 다 아이들 선생님 찾아가고 촌지도 드렸는데, 그 낡은 집 동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길거리 장사 나가느라, 한 번 도 학교를 찾아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 잘 봐 달라고 촌지 낼 형편은 더 더욱 아니었다. 우리들 마음이 부끄럽고, 아팠다.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볼 수 없는 그 엄마들 마음이 얼마나 안타깝고 아팠을까? 눈이 잘 안보여도 교실 뒤편에 앉아 있는 아이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그 엄마 마음이 우리에게 무겁게 얹혀 왔다.

 

어찌 할꼬? 우리들은 나누고 기도했다. 우선 촌지를 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순 엄마들 마음에 촌지 안 드리면 아이들이 다른 애들한테 밀려 날까봐 불안하다고 털어 놓았다. 과자를 굽기로 했다. 선생님도 드리지만, 반 아이들 모두에게 먹으라고 나누어 주기로 했다. 눈이 좋은 우리 아이들은 자진해서 뒷자리로 가기로 했다. 소외된 아이들과 부모의 마음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들 모두의 마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순 모임이 되어 갔다.

 

미가서 6장 11-15절:

1. 내가 만일 부정한 저울을 썼거나 주머니에 거짓저울추를 두었으면 깨끗하겠느냐

2. 그 부자들은 강포가 가득하였고 그 주민들은 거짓을 말하니 그 혀가 입에서 거짓되도 다

3. 그러므로 나도 너를 쳐서 병들게 하였으며 네죄로 말미암아 너를 황폐하게 하였나니

4. 네가 먹어도 배부르지 못하고 항상 속이 빌 것이며 네가 감추어도 보존되지 못하겠고 보존된 것은 내가 칼에 붙일 것이며

5. 네가 씨를 뿌려도 추수하지 못할 것이며 감람 열매를 밟아도 기름을 네 몸에 바르지 못할 것이며 포도를 밟아도 술을 마시지 못하리라

 

[편집자 주 : 2022년 2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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