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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눈 내리는 날 함께 커피숍 가고 싶은 모세 형

복음뉴스 0 2022.04.13 21:46

러브레터 ③  눈 내리는 날 함께 커피숍 가고 싶은 모세 형

글 : 조원태 목사(뉴욕우리교회)


지난 번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3번째도 모세 형을 찾네요. 지금 창 밖은 눈이 와요.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중동에서 120년을 보냈을 모세 형은 눈 구경 한번도 못해 보셨죠? 저는 한국 3대 다설지역인 정읍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눈 구경을 실컷 했네요. 

 

여튼 눈이 내려서인지 저는 온통 낭만이네요. 문득 형의 로맨틱한 장관이 떠올라요. 미디안 광야에서 한 여인을 사랑했던 형, 가정을 이뤄 자녀를 낳고 장인의 양 무리를 거느려 광야 서쪽 끝으로 가고 있는 형의 모습이 비록 눈 없는 낭만이지만 한 폭의 그림 같아요.

 

그때 형이 운명처럼 마주한 곳이 하나님의 산 호렙이고요. 이제 막 안정적 정착을 이뤘는데 바로 거기서 여든 살의 형이 민족의 지도자로 전면에 서게 될 거라고는 형조차 상상 못하셨지요? 모세 형 눈앞에 펼쳐졌던 불붙은 떨기 나무에 관해 대화 좀 나눠도 될까요?

 

그때 형 느낌은 어떠셨어요? 떨기나무(히. 스네)는 중동사막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일종의 덤불(bush)이라 하던데요. 그 덤불에 불붙는 것도 형이 40년 동안 본 일상이었다는데 맞지요? 중동사막에서 내리쬐는 태양열이 덤불을 연일 가열하면 성냥 없이도 불이 붙는다고요.

 

불붙은 스네는 너무 연약해서 금새 타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데 맞나요? 마치 마른 지푸라기에 불 붙일 때처럼 말이예요. 이리 펑, 저리 펑, 여기저기 불붙었다가 금세 살랑바람에 사라진 광경은 형의 40년 세월동안 정말 질리게 봐온 일상이었다지요.

 

그런데 형도 저도 놀랄 광경이 그때 펼쳐졌네요.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출 3:2) 형도 보셨군요. 불붙은 스네가 사라지지 않는 장관을!“ 이에 모세가 이르되 내가 돌이켜 가서 이 큰 광경을 보리라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 하니 그 때에”(출 3:3) 스네가 훨훨 타오르는데도 타서 사라지지 않던 믿기지 않는 광경이 형의 발목을 잡았네요. 솔직히 형이 돌이켜 가서 보기로 한 그 순간이 궁금해요.

 

일상에서 비범함을 놓칠 수 없는 형의 뛰어난 관찰력인지? 형 조차 정말 우연하게 섭리로 밖에 설명 안되는 형의 반응이었는지? 물론 겸비한 형은 당연히 후자라 하시겠지만, 발걸음 돌린 그 찰나가 제게 절실히 필요하거든요.

 

일상의 매너리즘으로 마냥 지나치지 않고, 하나님 임재를 평범한 일상에서 포착할 수 있는 영혼의 명민함 말이예요. 형의 질문은 정말 감탄 연발예요.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 만약은 없는 것이지만, 형이 이 질문 없이 그 순간을 지나쳐 버렸다면?

 

태양열이 작열하면 인화작용 없이도 불이 붙고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스네는 형 자신과 형의 민족을 영상으로 보여주지요. 이집트 제국에서 태양신(Ra)의 아들로 추앙받던 파라오 왕의 명령으로 40년 전 형은 도망자가 되었고, 형의 동포는 사라졌으니까요.

 

형이 태어났을 때 형 또래의 아기들이 나일강에 던져진 것도 일종의 스네 현상인 셈이네요. 형은 누구보다 사막에서 불붙고 사라지는 연약한 스네의 운명을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2년째 세계 대유행 전염병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무려 567만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연약한 스네처럼 바이러스 열풍에 스러져 간 지난 2년을 살아오고 있지요. 이때 형처럼,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않는 스네 앞에 서고 싶거든요. 형은 이 질문으로 거의 사라졌던 하나님 꿈을 다시 품게 되셨잖아요. 우리 삶이 스네 같을 때가 참 많아요.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는!

 

어째 불붙은 스네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나님 불이 붙었기 때문이겠죠. 그 불이 냉랭한 형 가슴에 붙은거고요. 형은 그때부터 불로 살았고요. 형이 곧장 달려가 파라오 왕 앞에서 10가지 팬데믹을 선 보였을 때도 형은 이집트 태양 앞에서 더 큰 불이었지요.

 

불이 붙고 싶어요. 갈멜산에서 엘리야 제단에 붙은 불, 오순절 다락방 제자들 가슴에 붙은 성령의 불, 그 불들은 호렙산 불붙은 스네를 타고 형 가슴으로 번진 불과 같은 하나님의 불이지요. 이집트 태양은 스네를 잔인하게 태워 자취조차 없앴지만 하나님 불은 지켰지요.

 

연약한 덤불의 형체를 지켰고, 형과 형의 동포들을 지켰지요. 팬데믹 앞에서 생명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점포들이 사라지고, 심리적 불면으로 잠이 사라지고, 우리 가슴에 용기와 희망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형이 목격한 하나님의 불이 우리 유일한 희망이예요.

 

사라지게 하지 않고 지켜주는 불! 형이 맨발로 설 수 밖에 없던 그 땅이 오늘 제가 살아가는 이 땅의 교회들이 되기를 절실히 소망해요. 형 이후 1400년이 지나 비슷한 일이 골고다 언덕에서 일어났지요. 예수님이 짊어진 십자가야 말로 스네 중의 스네 아니겠어요.

 

모두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자리였던 십자가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원히 사는 부활의 자리로 바꾸어 주신 예수님 때문이지요. 십자가는 사랑이지요.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겨 자신을 던진 하늘의 사랑이 십자가이지요. 결국 하나님의 불은 사랑의 불인 거네요.

 

그 사랑의 불이 형 가슴에 붙어 민족을 사랑 했던 것처럼, 우리 가슴에도 그 불이 붙어 세상에서 고난받는 이웃들을 뜨겁게 사랑으로 살고 싶어요. 위축을 용기로 바꿔주는 사랑의 불, 끝까지 누군가 곁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랑의 불, 하나님의 불로 살고 싶어요.

 

눈 내리는 날,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불로 가슴이 뜨거워졌네요. 형 고마워요. 지난 번은 기약 없다 했지만, 이번이 형에게 보낸 마지막일 것 같아요. 천국에서 만날 때까지 이 만 총총~~

 

하나님의 불로 가슴을 데이고 싶은

하나님의 가족인 아우 조원태 드림

 

[편집자 주 : 2022년 2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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