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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성탄절의 추억과 성탄 선물

복음뉴스 0 2022.04.11 06:01

발행인 칼럼 - 성탄절의 추억과 성탄 선물

글 : 김동욱 목사 (복음뉴스 발행인/편집인)


12월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내 자동차에서도 성탄절 찬송이 흘러 나온다. 

 

희미해져 가는 성탄절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내가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고향 동네에는 두 교회가 있었다. 300가구 정도가 사는 시골 동네였는데, 교회가 둘이나 있었고, 면 소재지가 아니었는데도 분교가 아닌 정식 국민학교 - 우리 때는 그렇게 불렀다 -가 있었다. 물론 모든 학년이 한 반씩이었다.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한 반에서 같이 공부를 했었다. 면 소재지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우리 동네에는 내가 국민학교에 입학 하기 전부터 전기가 들어왔었다.

 

우리 동네에 있던 두 교회들 중 한 곳은 장로 교회였었고, 다른 한 곳은 침례교회였었다. 장로교회의 교인들이 더 많았었다. 십여 리 길을 걸어 그 교회에 출석하는 이웃 마을 사람들도 꽤 있었다. 장로교회에는 목사님이 계셨는데, 침례교회에는 전도사님이 계셨었다.

 

우리 가족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았었다. 나는 가끔 교회에 가곤 했었다. 일 년에 몇 차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학생회장을 몇 차례 하기도 했었다. 학생회장 선거를 하면, 내가 당선 되곤 했었다. 친구들이 나를 많이 따랐었다. 투표를 하면 거의 모든 친구들이 나를 찍곤 했었다. 학생회장이 교회에 나가는 주일보다 나가지 않는 주일이 훨씬 더 많았었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단 한번도 야단을 치지 않으셨다.

 

성탄절 전날 밤이면 교회에서 성극을 하곤 했었다. 친구들이 성극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내가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갔으면, 틀림없이 무슨 역이라도 맡았을 것이다.

 

내가 가끔씩 출석했었던 교회의 모습이 떠 오른다. 교회의 흰 벽 위에 줄이 쳐져 있고, 칸이 나누어져 있는, 밑에는 교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표가 붙어 있었다. “월정 헌금”, “주정 헌금”이라는 항목이 있었고, 그 항목에 빨간 인주를 뭍혀 찍은 동그라미 표시들이 있었다. 어떤 이름들 위에는 동그라미가 많이 찍혀 있었고, 어떤 이름들 위에는 동그라미 표시들이 거의 찍혀있지 않았었다. 그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은 나이가 조금 든 후였다. 한 달(주)에 얼마 씩 하기로 정해 놓은 헌금을 한 사람의 이름 위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교인들 중에 찬송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얀 종이 위에 가사를 붓으로 쓴 괘도를 보며 찬송을 했었다. 그 괘도에 적혀 있는 찬송가가 50곡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피아노는 고사하고 풍금도 없었다. 무반주로 찬송을 했었다. 곡을 모르니 부르고 싶은대로, 아니 할머니 집사님들이 부르는대로 따라 부르곤 했었다. 곡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고 불렀다. 이번 주에 부른 찬송가를 다음 주에도 불렀고, 주일에 부른 찬송가를 수요일 저녁에도 불렀다. 아는 곡이 몇 안 됐으니까... 가장 많이 부른 곡이 “갈 길을 밝히 보이시니...”였다. 저녁 예배 시간에 이 찬송을 부를 때는 더욱 간절히 부르곤 했었다. 가로등이 없는 캄캄한 시골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려면, 하나님께서 갈 길을 밝히 보여 주셔야 했다. 캄캄한 밤에 돌 뿌리에 걸려 종종 넘어지곤 했었으니 말이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더욱 많이 난다. 한 푼의 전기료라도 아끼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던 시절이었다. 윗방과 아랫방 사이에 작은 구멍을 내어 그 사이에 전등을 매달아 놓았었다. 전등 하나로 양쪽 방의 조명을 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12월 24일 밤이면, 어머님께서 마루 위에 밤새도록 불을 켜두시곤 하셨었다. “왜 불을 켜두세요?” “새벽송 하러 교회 사람들 오잖아?” 교회를 다니지 않으시는데도, 성탄절 새벽에 집집마다 다니며 “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 들 밖에 한 밤중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예수 탄생을 알리며 기뻐하는 교인들이 혹시라도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까봐 밤새도록 마루에 불을 켜 놓으셨었다. 뿐만 아니라 교인들에게 따뜻한 생강차를 끓여 대접하시곤 하셨었다. 이제 모두가 기억속에도 희미한 일들이 되어 버렸다.

 

성탄의 기쁨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들의 더 큰 관심은 선물에 가 있다. 금년 성탄절에는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그 생각들에 집중되어 있다. 누구누구에게 선물을 해야지? 내가 선물을 준비해서 전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이지? 나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지? 가족들, 나에게 고마움을 베풀어 주셨던 분들... 당연하다! 가족들은 어느 누구 보다도 우리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에게 고마움을 베풀어 주셨던 분들, 그 분들이 계셨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고마운 분들에게 성탄절에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금년 성탄절에는 누구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지? 머리 속에 하나 하나 이름(성함)과 선물 목록을 적어 가는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며 고개가 저어졌다. 선물의 목록을 바꾸자! 돈이 덜 들어가는 품목으로 목록을 바꾸고, 절약되는 금액에 조금 더 얹어서 어렵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웃에게, 그런 분들을 돕고 있는 기관에 보내드리자! 그것이 우리 기독교인들이 성탄절을 맞으며 해야 할 일이다!

 

우리들에게는 기쁜 성탄절이 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성탄절이 되게 해야 한다!

 

금년은 예년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기쁘고 따뜻한 성탄 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모두에게 기쁘고 따뜻한 성탄절이 되기를!!!!!!!

 

[편집자 주 : 2021년 12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7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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