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 이제 천국 잔치 간다
글 : 양춘길 목사 (필그림선교교회)
“나 이제 천국 잔치 간다.”
구강암으로 인해 한국으로 귀국하여 치료를 받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고 박 집사가 남긴 마지막 글이다. 온 몸이 마비되고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종을 지켜보던 동생에게 이 글을 남겼다고 한다. 만 40에 사랑하는 가족들(남편과 두 딸)과 함께 미국 이민 길에 올라 새로운 삶의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들이닥친 죽음이다. 이 곳 교회의 성도들은 물론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했던 교회의 성도들 모두가 병 낫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결국 그를 데리고 가셨다. 결혼하여 21년을 함께 살아온 사랑하는 남편, 이제 막 꽃다운 숙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열 여덟, 열 셋의 두 딸을 남기고 떠나야 했던 그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병과 투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계에 도달하고 결국 자신의 생에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 것을 인식하게 됐을 때 그는 온갖 힘을 다 동원하여 이 유언의 글을 남겼다. “나 이제 천국 잔치 간다.”
예상보다 일찍 숨을 거두었기에 임종 며칠 후에 도착한 남편과 두 딸에게 전해진 이 글은 뼈아픈 슬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가족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소망의 유언이 되었다. 투병하다 기진맥진하여 결국 쓰러져 죽은 모습이 아니라 천국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먼저 길을 떠난 아내와 어머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평상시 함께 찬양하며 기도하면서 바라보던 저 천국이 한갓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죽음 너머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임을 바라보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 이제 천국 잔치 간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남겨 놓은 이 마지막 말을 전해 들은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담대히 유가족과 모인 성도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성도들의 인내가 여기 있나니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자니라. 또 내가 들으니 하늘에서 음성이 나서 가로되 기록하라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이르시되 그러하다 저희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그들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 (요한계시록 14:12-13) 한창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고인을 추모하면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하고 있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참 살고 난 후에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라도 뒤집어 지면 삶이 죽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러므로, 결국 잘 산다는 것은 죽음을 잘 준비하고 사는 것이라 생각하며 신앙의 옷깃을 새롭게 여민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믿음 안에 살다가 죽음의 순간에 천국 잔치 자리를 바라보며 먼저 그 곳에 간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간 고 박 집사는 잘 살다 갔음이 분명하다.
* 2022년 8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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