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김용복] 부끄러운 우등상

복음뉴스 0 2022.04.15 18:19

 

신앙 체험 ⑨  부끄러운 우등상
글 : 김용복 목사 (은혜와평강교회)
 



고등학교 때 낙제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다니던 이 학교는 인천에서 생긴지 10여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한 학년에 약 300명 정도로 전교생 모두 해서 90명쯤 되는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한 학기에 3번씩, 1, 2학기 모두 6번 시험을 봐서, 평균 점수가 40점 이하이면 낙제하게 돼서, 다음 학년으로 못 올라가고, 유급해서, 올라오는 한 학년 후배들과 동기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300명 중에 보통 예 닐 곱 명은 낙제, 유급했습니다.

 

이 학교는 시험 볼 때, 선생님이 시험지를 들고 오셔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나가십니다. 시험 끝날 때, 학생들이 걷어서 교무실에 갖다 줍니다. 시험 감독이 없는 무감독 시험입 니다. 책을 살짝 꺼내 보며, 시험 본다든지, 남의 시험지를 몰래 본다든지 , 컨닝 페이퍼를 본다든지하는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감독이 없습니다. 학생들끼리 시험 봅니다. 부정하게 점수를 올리려면 얼마든지 해도 되었습니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학년이 끝날 때,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종업식을 합니다. 성적 좋은 학생들은 우등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낙제생들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학생들 표현처럼 “꿇게” 됩니다, 유급판정을 받게 됩니다. 교장 선생님이 단상에 올라와 시상식을 합니다. 제일 먼저 학생 몇 명을 호명해서 단상에 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들은 점수에 낙제생이지만, 인생에 우등생이다.”

 

그 다음에 두 번째로 공부 잘한 우등생들을 불러 올려 우등상장을 줍니다.

 

이 학교 교훈이 있었습니다. “양심은 민족의 소금, 학식은 사회의 등불” 이었습니다. 설립자 교장 선생님 별명이 ‘돌대가리 교장 선생님’ 인 것처럼, 우직한 학교였습니다.

 

나는 공부 좀 하는 편이어서 우등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낙제생들 뒤를 이어 상을 받고 났는데,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 때부터 사는 동안 그것이 좀 부끄러웠습니다.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런지를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한 말씀에서 깨달았습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이사야 53:4-5)

 

“아, 그 친구가 공부 못해서 내가 잘 한 거구나! 내가 잘해서 잘한 것이 아니구나!

 

그 친구가 낙제함으로 내가 상을 받았구나! “ 그제야 인생이 좀 보이고, 말씀도 좀 보였습 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지만, 그 친구들이 함께 있는 인생이라, 금방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들도 머리가 하얀 나이가 되어, 그냥 보고 싶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나 때문에 맞았구나, 그래서 내가 나았구나! 안쓰럽고, 부끄럽고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예수님과 그냥 보고싶은 사이가 되었나 봅니다.

 

[편집자 주 : 2022년 3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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