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오종민] 밥 값 내며 삽시다

복음뉴스 0 2022.04.15 11:44

 

살며 생각하며 ⑩  밥 값 내며 삽시다
글 : 오종민 목사 (뉴저지우리교회)



오래 전에 읽었던 유머입니다. 어느 도시에 있는 식당에서 목사, 경찰서장, 언론인, 그리고 그 도시의 시장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 함께 밥 을 먹게 되었습니다. 서로 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그들 앞에 식당 주인이 계산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누가 밥값을 내었을까요? 정답은 식당 주인이었답니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열거된 직업인들이 남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언제 부터인가 자신의 직을 이용해 오히려 섬김을 받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나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 글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위에 언급했던 사람들처럼 남을 대접하기 보다는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이 아까워서 서로 눈치를 보며 산다는 것을 풍자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세상에서 치사한 이야기이고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밥 값 내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서너 번 식사 대접 받았으면 알아서 내가 밥값을 내면 되지 하고 살면되는데 그렇지 않은 삶을 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인하여 친구 관계가 멀어지고 인간관계가 깨어지며 서운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을 보았기에 오늘은 우리가 한 번쯤 심각하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 보다 유독 우리 한국 사람은 회식 문화를 좋아하고 함께 어우러져 2 차 3차 가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하고 나면 자신이 식사비를 지불하겠다고 지갑을 열고 경쟁합니다. 참 아름답고 훈훈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여러 번 식사하는 가운데 단 한 번도 자신의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에 누군가는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런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것을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풉니다.

 

밥값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돈이 남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섬기려 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누군가를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 사람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괞찮겠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밥값을 낸 사람은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게 되고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21년 전 처음 뉴저지에 이민 와서 사역을 시작할 때 어느 목사님께서 저와 함께 하는 사역자를 위해 극진히 식사 대접해 주신 일이 있습 니다. 그 당시에는 솔직히 제가 처음 이민 와서 정착하느라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 가격의 식사를 사 먹을 만큼의 형편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 저에게 한 끼 식사로 그 값을 지불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사님과 21년을 함께 지내 오면서 여전히 그 목사님은 많은 분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며 사시는 것을 봅니다. 그때 그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해 주셨던 고마운 마음을 평생 잊지 못해서 가끔씩 목사님 부부와 식사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종종 그때의 그 일을 말씀드리면 민망해 하십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잊지 못할 감사함의 한 끼 식사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를 위해 대접하는 한 끼 식사가 평생 잊지 못할 고마움의 식사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나눔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와 사역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식사도 하게 됩니다. 어떤 분들과의 식사 자리는 행복하고 또 다시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은가 하면 적은 식사 비용이 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식사 자리가 있습니다. 작은 대접에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갖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제 나름 대로 최선을 다해 대접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운해 하시거나 뒷말이 나는 식사 자리도 가끔씩 있습니다. 그 때마다 마음 한 편 서운함과 함께 씁쓸함을 느끼곤 합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지갑을 먼저 여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줄로 압니다. 한 끼 식사의 대접이 때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삶은 어떠하십니까? 다른 사람을 대접하기를 즐겨하십니까? 식사 자리에 가면 여러분이 먼저 밥값을 계산하려고 애를 쓰시는 성격이십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밥값 내는 것을 구경하며 머릿속으로 밥값을 내면 얼마의 지출이 될 것인가를 계산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삶이십니까?

 

올 한 해 동안은 내가 대접을 받는 자의 삶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식사를 대접하며 좋은 대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 곁에 모여지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받는 것 보다 주는 삶이 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주저 없이 오늘도 밥값을 내며 살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줄 믿습니다.

 

[편집자 주 : 2022년 3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1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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