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

[김혜영] 관계, 왜 이렇게 힘들까?

복음뉴스 0 2022.04.14 11:59

일상(日常) ⑨  관계, 왜 이렇게 힘들까?

글 : 김혜영 목사 (RN@Jaisohn Medical Center)

 

 

우리는 창조될 때부터 관계를 중심으로 창조되었다.

 

하나님과 나로 시작된 관계는 나와 ‘내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인 배우자로, 부부와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탄과의 관계로 확장되었다. 

 

모든 관계가 어그러진 것은 사탄의 개입이었다. 하나님은 미리 경고하셨다. 물론 “뱀이 너희들에게 나타나 꼬일지라도 절대 넘어가지 마라 그 말은 거짓이다” 까지는 안하셨지만. 

 

선택은 결과로 이어지고, 뱀의 말을 들은 즉시 모든 관계가 엉망이 되었다. 가장 큰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졌다는 거다. 신학적으로 보면 생명의 근원이 끊어진 것이고, 아이들 말을 빌리자면 든든한 빽이 사라진 것이다. 

 

어그러진 관계의 첫 모습은 원망하고 핑계 하는 것이었다. 하와는 해산과 양육과 남편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하고 아담은 일평생 수고 하여야 소산을 얻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그를 믿는 자들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시키시며 잃었던 생명을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는 자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삶이 만만치 않다.89세의 환자가 부인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방에서 큰 소리가 계속된다. 귀를 기울이니 “그러니까 하나님 생각하셔서..” “그니까 내가 하나님 생각을 하는데... ” 큰 소리는 계속된다. 잠시 후 소리 지르는 환자 뒤를 미안한 기색 가득한 부인이 따라 나온다. “ 왜 그러신대요? 싸우시는 거예요?” 하니 “집에서도 저렇게 소리를 질러요..” 한다. 환자의 고성은 의사선생님이 아닌 부인을 향한 것이었다. 환자가 떠나고 의사선생님 왈 “저 분이 원래 소리를 잘 지르시는 분이예요. 젊었을 때 부터 소리소리 ㅎㅎㅎ”하신다. “저 분이 죽다가 살아났다고..그때 좀 조용하더니 곧 다시 소리를 지르더군” 하신다. 하나님을 믿는 분인데 부인에겐 평생 소리를 지르고 사는 셈이다. 기적이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아는 지인이 격양된 목소리로 더 이상 부인과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한다. 남편은 착하고 성실하시다. 그러나 부인은 자주 남편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뉘앙스를 비추시며 모든 일에 잔소리를 멈추지 않으시고 항상 가르치는 자세를 유지하셨다. 남편이 결혼 때부터 지금 까지 변함없이 부인을 아끼고 사랑함을 주변은 다 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부인 덕에 부부의 동선은 거의 같고, 남편은 부인에게 맞추는 삶을 살아오셨다. 부인의 말로 인해 남편이 힘들어하면서 몇 번의 고비가 있는 듯 했는데 이번에 다시 고비가 온 듯하다. 부부는 맡은 직분에 충성을 다하시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시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이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서 자신감이 넘친다. 언니는 동생을 보며 열등감도 있었지만, 동생에게 맞추어주는 결정을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미안’이라는 말을 먼저 한다. 언니는 동생의 눈치를 보며 사는데 동생은 왜 눈치를 보냐는 식이다. 동생이 잘해줌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는 알바생들은 동생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하며 언니와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남의 충고는 듣지 않기에 동생이 말하는 신앙적인 이야기는 ‘너나 잘하세요’가 되어 버린다.

 

세상살이를 줄인다면 ‘관계’일 것이다. 새로운 피조물로 살아가는데 왜 여전히 ‘관계’가 힘 든걸까? 성경을 요약하면 ‘사랑’일 것이다. ‘사 랑’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것들은 너무도 많다. 우리가 관계하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고 사랑하기 위해서다. 일로 만나는 사이마저도 관계가 좋아야 일도 잘되는 거 아닌가. 우리의 사랑이 뭔가 잘못된 거 같다.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는 바람에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 할 수 있으나 아담과 하와는 행복했다. 그들이 하나님 외의 누군가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렇다면 우리가 괜찮은 관계로 돌아가고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만 들으면 된다는 결론으로 끌어간다면 억지일까?

 

그리스도인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세상이, 믿지 않는 자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내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 개개인이 교회이다. 교회라고 서 있는 건물이 교회가 아니다. 교회인 개인들이 모여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이룬다. 그리스도는 교회 된 모든 이들의 머리가 되어 부부를, 가정을,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고 그곳이 하나님나라가 되게 하신다. 우리 모두의 머리는 그리스도 한 분이고 성경은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지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가르친다. 그런데 각자가 성경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를 따라가기에 개인도 가정도 공동체도 참되게 사랑하지 못한 채 진짜 교회가 되지 못한다. 깨어지고 꼬여버린 관계..주님, 당신이 말씀하시는 대로만 순종하게 하소서.

 

[편집자 주 : 2022년 2월 1일 자로 발행된 <복음뉴스> 제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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