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31)

조경현 0 2019.08.06 03:43

사진(구 시카고신학교 건물) 

*현재는 시카고대학교(U of Chicago)에서 인수하여 센터로 사용 중

 

 

Secondary Shop(중고품 가게) 

오늘은 일명 중고품 가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중고품 하면 사람들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 물론 여기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백인들도 종종 이곳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것을 보게 된다. 

한국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체면(영어로는 적합한 단어 없음)이다. “외출을 할 땐 옷을 잘 입어야 해” “입은 대로 대우를 받는 거야” “사람들에게 대우를 받으려면 좋은 차, 좋은 집에서 살아야지”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시장 물건보다는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서 메이커 혹은 명품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 물론 그것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경제적 수준도 되지 않는데, 명품 병에 걸리면 약도 없다는 것. 

내가 시카고에 와서 처음에는 모든 가구가 준비된 하우징(housing)에서 살았지만, 두 번째로 이사 가는 집은 집만 빌려주고, 모든 가구는 자신이 준비해야 할 상황. 이사 가기 전에 듣기로는 이사만 하면 가구는 어떻게 하든 구할 수 있다는 단순한 말에 속아 낭패를 당할 뻔 했지만, 한 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 차가운 새벽?을 넘길 수 있었다. 

내가 그날 지인에게 가구가 필요하다는 도움을 청했을 때, 그는 새벽 1-2시에 벤에다 책상, 의자, 라이트 스탠드, 매트리스, 그리고 이불까지 실어다 주어 맨바닥에서의 잠을 면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모든 물건은 중고(secondary things)이다. 여기서는 나같은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이라도 쓸만한 중고 물건이 있으면 서로 공유한다. 아마도 그 가치를 새것에 두지 않고 사용여부, 편리함(즉 실용주의)에 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교를 오고 가다 보면, 식당이나 도서관 앞에 쓸만한 물건들이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나 직원들이 집에서 더 이상 쓰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갖다 놓는 것이다. 나도 그런 물건 가운데 몇 개(선풍기, 청소기 등)을 가지고 와서 지금까지 요긴하게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곳에서는 봄부터 가라지(Garage) 혹은 야드(Yard) 세일을 곳곳에서 한다. 이것은 자기 집에 있는 물건들 가운데 깨끗한 것들을(물론 사용 가능한 것들) 내다가 싸게 판매하는 것. 그곳에 가면 그 동안 비싸서 사지 못했던 물건들; 가구, 주방 용품, 옷, 신발, 등 다양한 것들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득템(gaining) 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전기제품은 전압이 맞지 않아 이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한국으론 가져 올 수 없다는 게 단점. 

작년 8월에는 한국에 잠시 나올 일이 있었다. 해서 아내에게 선물할 물건을 구하려고 중고 가게를 다닌 적이 있었다. 아내가 가장 좋아할 만한 물건은 물론 명품 가방. 시카고 주변에 중고품 가게를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런 곳에 가면 비싼 명품 가방도 5-6불이면 구할 수 있었지만, 허탕만 쳤다. 헌데 학교 부근 어느 교회에서 야드 세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쓸만한 가방 두 어 개를 구입한 적이 있었다. 

중고품 이야기가 나왔으니 옷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이미 말했지만, 한국인들은 외모를 무척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좀 더 좋은 옷, 메이커, 그리고 명품 등을 선호한다. 어떤 이들은 명품 때문에 카드 빚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형편이 되면 무엇이 문제던가. 남들 눈치 때문에 명품 병에 걸리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거의 보지 않는 듯하다. 무슨 옷을 입고, 어떻게 입고, 더운 날 벗고 다녀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다. 머리 스타일도 가관이다. 이 사람들은 역시 개방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만, 미국 신사들가운데는 꼭 정장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후에는 미국은 참 다양한 문화를 가진 나라임을 알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나라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 문화만을 고집하면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무슨 옷을 입든, 어떤 음식을 먹든,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한국은 작은 나라이며 한 민족이기에 음식, 옷, 습관, 등에는 많은 제한 점들이 있다. 

문화(culture)란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사람들의 습관의 총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그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샤마니즘적 문화가 있다. 우리는 이 문화가 무엇인지를 잘 안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이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오랜 세월 이 문화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우리의 뼈 속 깊은 곳에는 이 문화적 흔적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양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도 이들만의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면, 음식, 옷, 말 등. 그러므로 이들의 문화를 함부로 비판하거나 예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문화를 알려면 그들과 함께 어울려야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음식문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이들의 음식을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아침에는 주로 오물렛, 계란 스크램블, 포테이토 등을 먹는다. 요리하기가 매우 간단하다. 이들은 바쁜 아침에 비교적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중고품 이야기하다가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나갔다. 아무튼 미국은 외모와 체면을 따지지 않고 개성과 편리함을 중요시 여기는 나라이다. 물론 이런 문화가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나라 상황에 맞는 적합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좋은 것은 유지하고, 나쁜 것은 점차로 바람직하게 바꾸어 나가는 것이 지혜가 아닌지. 새삼 다문화적 상황에서 문화에 대한 단상이 흥미롭다. 아무튼 중고품을 명품으로 여기는 알뜰함도 문화적 가치가 아닐지!? 

 

# 중고품, 체면, 가라지 혹은 야드세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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