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2)

Khcho 2 2018.04.25 13:02

낯선 곳과의 만남 

드디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날이다. 아내가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아내의 눈빛에는 헤어짐의 섭섭함이 묻어 있음이 분명하였다. 지난 세월 두 번의 유학을 준비하였지만, 실제적으로는 가능성이 없어 보류하였으나, 이번에는 실제 상황이었다. 아마도 내가 유학을 떠나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을 게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하게 되었으니, 그녀도 돌아갈 때는 실감하였을 것이다. 

공항에서 모든 수속을 마친 후,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나 역시 떠남의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다. 탑승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 대합실 안 커피 샵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알만한 지인들에게 나의 출국사실을 알리고, 국내 핸드폰 사용을 잠거 두었다. 이젠 비행기를 탈 일만 남은 것이다. 

시카고까지의 약 14시간의 비행 시간은 내게 좀 지루하였다. 꿈에도 그리던 미국에 공부하러 간다는 설렘이 내 마음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장시간 비행 후에 시카고 오헤오 시카고 공항에 착륙한 때는 저녁 8시 정도였다. 학교에서 나온 픽업 기사를 만나 나는 숙소를 향하는데, 바람이 얼마나 매섭게 부는지, 시카고가 바람의 도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 날은  2월 1일, 수요일, 드디어 내가 미국 땅에 떨어진 것이었다. 

나를 픽업하러 온 기사는 친절하게 약 1시간 걸려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기분이 좋아 그에게 50불을 팁으로 주니 그도 즐거워 하는 표정. 그리고 한 밤 중 내가 들어간 숙소는 CTU하우징 8층이었다. 방에 들어가 먼저 나는 우리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간단하게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었는데, 앞으로의 미국에서의 생활과 공부를 생각해 보았는데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그 분께 맡기자고 생각하며 자는 중 마는 둥, 그렇게 그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바깥을 탐색하였다. 

 10여 년 전과 수 년 전에 시카고를 이미 두 번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짧게 체류했기에 시카고에 대해선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침에 나와서 밖을 확인하니 하이트 팍(코넬 거리)이라는 동네였으며, 주로 흑인들이 밀집하여 사는 곳이었다. 내가 처음 산책한 곳은 숙소에서 가까운 미시간 호수였다. 그곳으로 가면서 사람들을 잘 볼 수 없었지만 가끔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 주었다. 참 친절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첫 인상을 받았다. 

아직 2월이라 미시간 호수는 얼어 있었다.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그리고 눈도 조금 쌓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숫가에는 오래된 나무들과 잔설들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겨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핸드폰 사진기로 여기 저기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 그러나 바람때문에 오래 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호수와의 첫 만남을 갖고 숙소로 돌아와 집에서 가지고 온 햇반과 라면을 끊여 간단하게 아침을 하였다. 

식당에 대한 이야기도 할 말이 있다. 내가 숙소로 정한 건물은 1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서 초창기에는 호텔이었는데, 지금은 하우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층마다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방들이 있었고, 일시적으로 머무는 교수들도 몇 있었다. 부엌이 있어 학생들은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나는 그곳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두리 번 거리고 있었을 때, 베트남에서 유학 온 여학생이 친절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물론 음식을 자주 해 먹진 못했지만, 간단하게 라면 정도는 가끔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아침을 먹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가 공부할 학교로 갔다. 그곳은 카톨릭 학교였지만, 내가 공부할 프로그램은 이곳의 세 학교, 맥코믹(MTS)과 루터란(LSTC), 그리고 카톨릭(CTU) 학교가 연대해서 운용되는 것이며, 수업은 주로 카톨릭 학교인 CTU에서 진행되는 것이었다. 우선, 학교를 등,하교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가 필요하였다. 하지만, 학비를 낸 후에야 발급이 되었기에 일단 보류하고, 학교 건물 안을 탐색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학교를 둘러 보면서 혹시나 한국인들이 있을까 도서관에 들어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중국인 같은 한 남자가 서고에서 책을 찾고 있었는데, 그에게 다가가 “혹시 한국인 아니세요?”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가 전 신부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첫 번째 한국인 이었다. 그로부터 이곳에서 필요한 생활정보를 얻게 되었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 장을 보는 방법, 이 주변의 상황 등등. 그 후부터 그에게 많은 도움과 조언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첫 만남은 내게 매우 강력하게 각인되었고, 하루 하루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조금씩 그곳에 적응하여 나갔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사람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겠지만, 불량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는지. 다행스럽게 나는 첫 번째 도착한 하이드 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대해 돌이켜 보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좋은 분들을 만난 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Comments

Khcho 2018.04.25 13:05
1년 6개월의 유학생활을 50가지 주제로 써 보았답니다. 기록을 위해 남기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기회 있는대로 올릴 예정입니다.
김동욱 2018.04.25 13:57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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