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18)

조경현 0 2019.03.28 12:06

시카고의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시카고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봄을 알리는 것이 꽃인 것처럼 이곳에서도 역시 많은 꽃들이 봄을 알린다. 하지만 개나리도 가끔 볼 수 있는데, 여기선 그리 흔한 꽃은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첫 봄을 만났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 왔던 것은 다른 아닌, 개나리였다. 처음 그 꽃을 보았을 때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한참동안 그곳에서 관찰 한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 개나리는 한국의 것과는 좀 다른 듯, 생동감도 없고, 화사 하지는 않았는데, 나만의 생각 인지 모른다. 

  
하기야 이곳에 꽃 말고도 다른 식물(특히 야채)들도 모양은 비슷한데 맛을 보면 한국에서의 그 맛이 아니라 잠시 의아하게 생각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마켓에 가면 각종 야채들이 있다.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브로컬리, 당근, 감자, 고구마, 각종 과일 등인데, 고구마일 경우 한국에서는 달고 단백하나, 여기서는 달달한 것도 있지만, 별 맛이 없고,  좀 이상한 맛이다. 그래서 겉 모양만 가지고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야채 종류도 한국에서와는 좀 다르다. 한 번은 소고기 값(스테이크용 1팩에 3불)이 싸서 한국에서와 같이 소고기무국을 끊이려고 했지만, 무를 구할 수 없어 당근을 넣고 끊였는데, 이상한 맛이 나서 억지로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고기를 사면 스테이크로 먹을 지언 정, 국을 끊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상하게도 미국 마켓에서는 무를 구할 수 없었으니 나로선 이상한 일이었다. 
  
여기도 요즘 새싹과 함께 꽃들이 봄을 알리고 있다. 아직 그 꽃들의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지만,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꽃들이 주변에 천지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들은 꽃들을 참 좋아라 한다. 그리고 잘 가꾼다. 한 번은 어떤 한 클래스에서 봄이라 교실 밖 수업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 과목의 교수님 집 정원이었다. 얼마나 잘 가꾸어 놓았는지. 수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꽃을 보며 10분 동안 묵상하는 시간을 갖은 후, 그 느낌을 나누는 것이 수업의 시작이었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그때 나는 그 정원 안에 있는 많은 꽃들을 찍은 후 시(Poem) 한 편을 지은 후 클래스에서 낭송해 준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나의 잘난 척). 말이 났으니 내가 시를 취미로 하는 것이 이곳에서 얼마나 잘 사용되는지 모른다. 이 사람들은 시를 좋아는 하지만 쓰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시카고에 봄이 오면 참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3월 중순이지만, 4월에도 가끔 눈이 오긴 하는데, 겨울은 이미 그 꼬리를 내리고 봄에게 자리를 내어 준 것이 확실하다. 난 가끔 길을 가다가 어느 집 정원에서 곱게 피어나는 꽃을 만나면 인사를 건넨다. “겨울 잠은 잘  잤니?”, “이제 봄이네, 앞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야 돼”라 말한다. 
  
자연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귀한 선물을 누리지 못하고 무시하거나 훼손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의도를 거역하는 것이리라. 이곳에 와서 놀라는 것은 이 사람들은 자연을 정말 귀하게 여긴다. 물론 한국에서도 생태계 문제로 자연을 보호하고, 쓰레기 분리 수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 중요시하게 여기는 듯 하다. 물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치고 있으며, 이들의 의식 속에 습관화 되고 각인된 것이다. 
  
한 번은 클레스 실습으로 어느 팍(park)에 자원봉사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곳은 골프장과 가까이 있었기에 곳곳에 골프 공이 널브러지게 박혀 있어 그것을 줍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일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마어마한 공을 수거할 수 있었다. 이어서 우리는 죽은 나무를 옮겼고, 불필요한 잔 가지를 뽑는 일을 하였는데, 그곳에는 우리 말고도 이 일을 하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함께 하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가 하면 호수를 다녀 오가가 쓰레기를 줍는 부인을 보았는데,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집 주변을 깨끗이 하기 위해 자원봉사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튼 이들은 자연보호와 자원봉사를 자연스럽게 여기며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몸에 베었다. 그리고 자연 사랑을 직접 실천하며 사는 것을 보며, 멋있는 사람들이고, 우리도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로 준다. 우선, 우리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자연이 병들면, 그 땅에서 나는 것을 우리가 먹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 몸에 이롭 진 않을 게다.  두번째는 우리의 정신과도 관련이 있다. 자연을 보며 우리는 정서적인 위안과 즐거움을 얻기도 하니까 말이다. 
  
시카고에는 한반도보다 더 큰 호수가 있다. 미시간이다. 6월부터는 이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난다. 나도 한 번 이 호수에 몸을 담근 적은 있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나이가 지긋한 남녀 노인들도 (여기서는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치 않고 Sir나 Ma’am을 사용) 먼 거리까지 수영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이곳에 사는 것은 오염되지 않은 이 호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나는 서울의 한강을 생각해 보았는데, 과연 그곳에서 수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법적으로 금지해 놓기도 했지만 말이다. 
  
자연은 우리의 친구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자연을 더 사랑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 이상의 것을 자연은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고 믿는다. 시카고에서 짧은 시간을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이다. 이들은 자연을 자신들의 친구로, 파트너로 그 관계를 규정하고, 서로 어울리는 삶을 산다. 아마 미국의 다른 지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난 봄날이 올 때마다, 자연에 대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시카고의 봄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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