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29)

조경현 0 2019.07.29 04:04

사진(미시간 호수)

 

미시간 호수(Lake Michigan)에서의 추억 

사람들은 누구나 주거 공간으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건의 도시가 카나다의 뱅쿠버나 오스트렐리아의 시드니 등의 도시라고 보도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연 환경만 좋다고 사람이 사는데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닐 터. 적당하게 일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 역시 무시할 순 없겠다. 그래서 우리들이 원하는 최적의 장소를 찾기 보다는 지금 있는 곳에서 최선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시카고가 겨울에는 우울하지만, 봄과 가을은 사람이 살기 좋은 화창한 곳이다. 그린(green)의 정원과 공원, 시원한 하늬 바람, 그리고 여행하기 좋은 지역적 특성, 특히 6월부터는 미시간 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어 좋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바람이 많은 도시(시카고는 바람의 도시)이지만 이 호수가 있어 여기에 산다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미시간 호수는 4-5개의 주가 인접되어 있는 거대한 호수이다. 사실 호수라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넓다. 마치 바다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시카고에 와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이 호수이다. 말로만 들었던 호수를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멈추는 듯 하였으니까. 그때는 눈과 바람이 많았던 2월. 이곳은 4월까지는 늦겨울과 봄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라고 보면 맞을 것.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내가 시카고에 있다고 하면 그곳은 많이 추울 텐데 라고 걱정을 한다. 맞는 말이다. 전에는 정말이지 너무 추워 겨울에는 다니기가 불편했다고 이곳에서 오래도록 사는 교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리 춥지는 않은 듯. 내가 여기서 겨울을 두 번이나 난 경험으로서 하는 말이다. 그냥 좀 추울 뿐 견디지 못할 정도로 춥진 않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따스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이곳의 봄은 파릇파릇한 새싹과 함께 온다. 또한 앙증맞은 꽃들도 함께 온다. 오늘 아침에도 도서관에 오면서 보라색과 노란색 꽃이 보여 나의 핸드폰에 담았다. 지금이 4월 초이지만, 이곳에는 지금 이렇게 봄이 오고 있다. 

5월부터는 본격적인 여행철이다. 4월까지는 집 안에만 있다가 5월이 되면 사람들은 주말을 이용하여 야외로 혹은 타 주로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우리 교회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여행을 다닌다. 아마도 중서부 지역의 유명한 지역은 다 다닌 듯 싶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곳에서 5-6년째 유학 하는 학생들의 말을 들으면, 공부에만 매달려, 그리고 재정적인 문제로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다니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거저 여행을 다녔으니 이 무슨 복을 받았는지.  

나는 이곳에 살면서 늘 호수에 마음이 갔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호수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미련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래서 여기서도 시간만 나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호수에 나가 바람을 쐰다. 그리고 시(pome)도 지으면서 산책을 하곤 한다. 

작년 7 월 혹은 8월이었을 게다. 섬머 스쿨 중에 나의 친구들과 같이 늦은 오후에 호수엘 갔었다. 날씨는 습하긴 했지만, 걷기엔 참 좋았다. 그곳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수영(swimming)을 즐기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7-8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능숙하게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닌가. 6월이 되면 관련 부처에서 호수에 선을 그어 놓는다. 안전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가끔 911차가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며 호수로 출동하기도 한다. 위급한 신고를 받고서 말이다. 

미국은 다 비슷하겠지만, 사람들의 안전에 매우 신경을 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사람 우선이다. 조그마한 사건이 일어나도 911이 출동하는데, 그 싸이렌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크다.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그 소리가 들리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그날 우리는 아무 계획도 없이 옷을 벗고 호수로 뛰어 들었다. 내게 있어 가장 궁금한 것은 물 맛이었다. 혹시 바닷물같이 짜진 않을까 하여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지만, 민물이 맞았다. 호수는 매우 깊었다. 함께 수영을 하는 여학생들에게 물 깊이가 어느 정도 되냐고 물으니 호수 가장자리가 약 2미터란다. 

미국의 학생들은 잘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영을 학교에서 배운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물 속에 빠졌을 때, 자력으로 살아남게 하기 위함이 아닌지. 물론 운동으로 배우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시카고대학교 학생들이 제법 많이 와서 수영을 하고, 바베큐(BBQ) 파티도 하고, 주말에는 그렇게 즐기는 광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후, 나는 그 다음에도 한 번 정도 더 호수에서 수영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기념이 될만한 사건이라 이곳에 이렇게 기록해 보는 것.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지나간 경험은 다 잊혀져 간다.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기에 갖는 생각일 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글을 이렇게라도 남기고 있다. 

시카고에는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 건물들, 경험들, 추억들이 스며 있지만, 미시간 호수에서의 추억(remembrances)은 또한 내게 지울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인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보낸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많기에 잘 느껴지지 않지만 반 백 년의 세월이 흐르니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런 세월 속에서 나를 잊지 않고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것은 도전과 삶의 의미를 나의 삶에서 끊임없이 발견하는 것이리라.

 

keywords/ 미시간 호수, 수영, 바베큐,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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