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27)

조경현 1 2019.07.05 21:59

(사진/ 자원봉사 현장)

 

자원봉사 

섬머스쿨에 참석하는 중에 자원봉사 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봉사할 곳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약간 북쪽(로욜라 대학교 부근)에 있는 무료급식 장소였다. 우리는 흥미를 가지고 토니(Tony)의 차를 타고 정한 시간보다 좀 넉넉하게 도착하였다. 우리 팀은 모두 십 여명 정도. 이 단체는 누가 운영하는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봉사하러 속속 모여 들었다. 

우리 팀의 대표는 토니였다. 토니는 남쪽에 사는 흑인으로서 따듯한 맘을 가진 시니어(약 65세쯤 되어 보임). 그는 섬머스쿨 내내 자발적으로 섬기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때론 라이드(Ride)로 봉사해 주는 참 좋은 친구였다. 

토니는 그곳 매니저에게 우릴 한 명 한 명 소개해 주었다. 이곳에서는 먼저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수업 첫 시간에도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눈다. 그러면 이때 자신의 이름의 의미를 가지고 설명하는데, 이후로는 그의 이름을 주로 불러준다. 나의 영어 이름은 존(John)이다. 사람들은 나를 존이라고 부른다.  “Hi, John” 

다시 자원봉사로 돌아와서, 이곳에서 우리가 할 일은 음식을 준비하는 것과 서빙하는 것. 우리는 먼저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 식당의 안과 밖을 청소하는 일을 하였다. 매니저는 우리에게 일할 곳을 찾아 각각의 일을 맡겼다. 나는, 전에 식당에서 일한 적이 있어 시키지 않은 곳까지 싹싹 닦고 청소하였더니 나보고 일을 잘 한다고 매니저가 말한다(보는 눈은 있어서…).

그렇게 약 1시간 청소 일을 마치고, 다음으로는 음식을 나누기 위해 셋팅 하는 것. 음식은 우리의 음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다른데 참 간단하다. 음식 메뉴는 빵과 스프, 그리고 과일과 간식 정도. 그곳에서 고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음식을 나르고, 셋팅하고, 적당한 양의 음식을 접시에 담는다. 그리고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먼저 매니저가 간단하게 자신들의 일을 설명하고, 토니가 기도한 후에 음식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이때는 거룩한 예식을 치루는 것 같이 엄숙하기까지 하였다. 

음식 담는 것은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였고, 우리는 주로 서빙하는 일을 맡았다. 이곳에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자리에 앉으면, 우리는 음식을 그곳에 갖다 주는 것. 나도 그 가운에 한 사람, 웨이터가 되어 각 사람들에게 배달해 주었을 때, 음식을 받은 사람들은 ‘Thank you so much!’ 라고 반응해 주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이곳에서 음식을 대접 받는 이들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 지역에 어려운 사람들, 특히 노인들(elderly)이 많았다. 물론 가끔 노인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도 섞여 있었다. 이들은 하루에 한 번 대접하는 점심은 이곳에 와서 먹는다고 한다. 이곳 무료 배급소는 여러 단체와 개인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에서도 무료 급식소가 있듯이 그런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하루지만 자원봉사하면서 새로운 체험을 하였다. 미국에도 사람이 사는 곳은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것과, 사람이 먹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임을 알았고, 또한 그런 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그 사랑을 나누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모든 봉사가 마친 후 그곳에서 우린 늦은 점심을 하였다. 메뉴는 똑같았다. 비록 우리네 음식과는 다르지만 일한 후에 그 맛은 참 좋았다. 귀가하는 길은 육과 정신이 배부른 하루였다.   

사실, 나는 병원에서 자원 봉사할 마음이 있었다.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 시카고대학교 병원이 있어 그곳에 노크를 하였으나 아직도 대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유학생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의 기회를 주지 않는 듯 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사정은 좀 다르겠지. 

우리 나라도 사정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곳에서는 자원봉사가 일상화 되어 있다. 특히 미국 노인들은 은퇴(retirement) 한 후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받기에 노후자금(복지)은 그다지 필요치 않다. 물론 젊었을 때 정부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었을 경우이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어서는 특정한 단체에서 자원봉사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물론 건강이 되었을 때를 말하는 게다. 이것이 우리네와 다른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에게 충분한 노후자금을 지급한다면 역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세금과 관련된 부분. 이런 점에서 복지문제를 다시 한 번 재 개편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주로 노인들이 봉사를 하고, 젊은이들이 하는 경우(일 해야 세금을 내니까)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만이 아니라 남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삶의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게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아 가는 것은 직업이다. 그러나 남을 위하여 무조건, 무보수, 무칭찬으로 일 할 때 어떤 보람과 의미를 느끼는 것이리라. 나이가 들면서 맘을 비워야 한다. 만일 채우기를 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과 거리가 점점 멀어질 것이다. 행복은 비울 때 채워지게 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keywords/ 자원봉사, 노인, 복지, 노후자금  

Comments

조경현 2019.07.05 23:39
저는 유학 후 지난 4월에 귀국 하였답니다. 이 글들은 유학 중에 틈틈히 써 두었던 것들인데, 약간 수정하여 연재 중에 있답니다. 혹시 시카고 소재 신학교들에 관심과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저의 이멜(khcho6212@naver.com)로 연락하셔도 됩니다. 유학 특히, 목회학 박사를 지원하시는 분들에게 유익하길 바랍니다. 저는 풀타임으로 약 2년 공부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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