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19)

조경현 0 2019.04.01 17:40

(사진) 노스웨스턴대학교 내 게렛신학교 건물

 

잊을 수 없는 핫도그 

시카고 에반스톤은 참 아름다운 도시이다. 내가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나의 바로 윗 동서가 오래 전(1980년대 후반)에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유학을 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소문으로 들었을 때는 호수를 끼고 있는 대학교 정도로 알았지, 그 밖에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앞서서 이야기 했지만, 이곳에 갔을 때 나는 그 멋진 캠퍼스에 완전히 반했다면 믿을까. 그러나 내가 다시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캠퍼스를 보고 싶어서가 아닌 기독교의 역사적인 장소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1954년 기독교 WCC모임이 개최되었던 McCaw Memorial Hall이었다. 

두 번째 에반스톤을 방문하기 전, 나는 구글 맵으로 내가 찾고자 했던 그 장소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그 부근까지 가는데, 왜 내 마음이 설레는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랄까. 저쪽에 커다란 건물이 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그쪽으로 쭉 걸어갔으나 내가 찾고자 하는 건물이 정확히 어느 것인지는 분별할 수 없었다. 그곳에 여러 개의 체육 관련 건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 시간이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저 편에 조그마한 가게가 보였는데, 바로 핫도그 가게. 건물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허름하게 보였지만, 그런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안에 드 갔을 때, 특별한 데코레이션은 없었지만, 오래된 사진들이 벽면에 가득 걸려 있었다. 아마도 100년 전 쯤으로 보이는 뿌옇게 빚 바랜 사진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왕년에 운동 깨나 했던 유명한 친구들이 웃으면서 날 반겨 주는 듯 하였다. 

가게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핫도그를 주문하거나 음식을 받아 나와 그 가게 앞마당에서 맛나게 먹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 집은 맛집 임이 분명히 맞다. 내가 주문을 하려고 하니 점원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무엇을 먹겠느냐고 하여, 이 집에서 맛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주문한 것이 핫도그 셋트(여기에는 핫도그가 기본, 감자 튀김, 그리고 콜라, 가격은 8불 정도). 난 계산을 한 후에 음식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첫 맛을 보는데, 정말 실망되지 않는 맛. 

점심을 이렇게 맛 나게 먹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어느 부인에게 내가 찾는 MaCaw건물을 물으니 그녀는 금시 그 건물을 가르쳐 주면서 지금은 리모델링 중이라고 하였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도 전에 나의 발길은 이미 그쪽을 향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순식간에 그 건물 앞에 섰는데, 나의 호흡은 멈추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한 번 더 해야 할 듯 하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내가 경험한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54년으로 날아간 경험을 하였으니까. 

여기서 다시 핫도그 이야기로 돌아가 한 마디 더 한다면, 그 뒤로 이곳에 한 번 더 방문할 기회를 만들었다. 그때는 첫 번 방문 때와 같은 느낌은 아니었으나 그곳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리고 마치 그곳의 원주민인 양 여유롭게 걸었고, 그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 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여유 있게 음식을 주문하였는데, 전과 동일한 것. 왜냐하면 그 집은 오로지 핫도그 단품만을 팔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약간의 메뉴 추가를 할 수는 있지만, 대략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는 밖이 아닌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관찰하기 시작하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를 방문하는지 숫자도 대충 헤아려 보았으나 지금의 기억으로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음식을 주문하고,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전에 생각한 대로 이 집은 핫도그 맛집 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유 있는 점심을 느긋하게 한 후에 나는 내가 찾아낸 기독교의 역사적인 장소를 다시 해후. 이번에는 주변의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바로 옆에는 농구장이 있었는데, 그때는 노스웨스턴대학교 농구 선수들이 연습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안으로 드 갈 수는 없다고 하여 아쉽게도 문 앞에서 돌아서 나와야 했다. 

McCaw 리모델링 공사가 제법 진행되었고, 다행히도 그 건물 앞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사하는 공법이었다. 미국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건물을 리모델링 할 때는 전부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부분은 그대로 살리면서 공사를 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건물 전체를 해체하고 아예 새롭게 신축하지만, 이들은 역사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라 늘 이런 식의 공사를 하는 듯 하였다. 나는 다시 핸폰을 꺼내 기념이 될 만한 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다시 핫도그 집으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다음에 다시 이곳에 방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핫도그 집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상상해 보았다. 만약 이 핫도그 집이 1954년도에도 있었다면 우리 나라 WCC 대표들이 이 집에서 핫도그를 맛보지 않았을까!? 쓸데 없는 상상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즐거우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왜 이곳에 와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되 뇌이며 전철 안에서 꾸벅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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