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 이야기

 

나의 유학 이야기(20)

조경현 0 2019.04.10 22:16

사진(휘튼대학 정문)

 

나의  사랑, 휘튼(Wheaton) 대학

 

시카고에 와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휘튼 대학이었다. 이 대학은 기독교 명문 사학으로서 등록금은 비싸지만, 기독교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길 원하는 학교이다. 이 학교 출신으로서 유명한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빌리(Billy) 그레함인데, 얼마전에 소천(2018 2)하였다. 어쩌면 이 학교가 세상에 잘 알려진 것은 그가 이 학교 출신 이어서 그런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이 학교를 방문하고자 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역사 속에서 찾았다. 1950년대 이 학교를 졸업했던 젊은이 몇이 있었는데, 그들은 선교사 지망생들이었다. 그리고 에콰도로에 선교사로 나갔다가 순교 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가운데 짐(Jim) 엘리웃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아는가. 그는 이 학교를 다니면서 선교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선교사로 나갔다가 원주민의 창에 맞아 숨졌다. 그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출판 되었을 때(전능자의 그늘)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이 책에서 나는 그가 휘튼 대학 출신 임을 알았고, 그래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작은 에피소드지만, 시카고에 왔을 때, JKM도서관에서(맥코믹과 루터란이 함께 운영) 한 젊은이를 만적이 있었는데, 그는 루터란 신학생이었다. 그는 나에게 친절을 선물하였다. 내가 찾고자 했던 한국인 학생을 소개해 준 것이다. 그의 이름이 바로 엘리웃이었고 짐 엘리웃과 비슷하게 생긴 백인 학생이었다. 그래서 난 그를 볼 때마다 에콰도르의 순교자를 기억해 내곤 한다. 아무튼 휘튼 대학은 꼭 한 번 가고 싶은 학교였는데, 과분하게도 두 번이나 갔었다.

 

나는 내가 방문했던 휘튼에 대한 기행을 여기에 기록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차가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그 학교를 가야만 했다. 하지만 다들 바쁜 유학 생활이라 누구에게 부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 그런데 하나님은 나의 소원을 아시고 그 학교를 방문할 기회를 주셨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노인들의 전도 목적으로 설립된 교회임을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외부로 야외 예배를 나가곤 하였다. 헌데 교회 담임 목사님이 나의 마음을 아시고, 야외 예배를 그곳으로 잡은 것이다. 코스는 빌리 그레함 센터와 수목원. 해서 두 번이나 방문. 지금도 돌이켜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예비 답사를 위해서 그곳을 방문 했을 때 정말 감동이었다. 사실 유학하면서 내 생활이 그리 바쁘진 않았다. 그런 나의 형편을 아신 목사님이 답사가 있으니 함께 가자고 했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휘튼을 방문하다니… 이곳에 사는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한 번 이상은 이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시카고뿐 아니라 미국에서 유명한 학교라는 것. 그런데 그들이 그 학교에 대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달랐다. 역사적인 장소에 가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데 의미와 목적이 얼마나 중요한가. 인생이 아무리 힘들고 죽을 만큼 어려워도 자신만이 가진 의미와 목적이 분명하면 어떤 환경에서도 기쁘게 살 수 있다. 짐 엘리웃, 그는 휘튼 시절, 날마다 하늘의 하나님께 에콰도르의 영혼들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한다. 그들을 위해 생명을 바치겠다고 말이다. 그런 그를 하나님은 순교의 제물이 되게 하시고, 그를 통하여 그 부족을 주께로 돌아오게 하셨던 것이다. 그는 에콰도르 어느 부족에게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부역하고 목적으로 삼았던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드디어 학교에 도착했다. 나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 온 건물은 채플이다. 그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현관에는  엘리웃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엘리웃은 휘튼의 상징이며, 자랑 거리가 된 듯 하다. 엘리웃이 죽었을 당시에 미국의 신문 기사에는 일제히 그들의 죽음을 쓸데 없는 낭비라고 보도했지만, 지금은 가장 가치 있는 죽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시 휘튼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렇게 우리는 채플을 중심으로 학교 이곳 저곳을 탐방하였다. 그러나 이 학교의 가장 백미는 역시 빌리 그레함 센터. 여기는 한국교회와 깊은 연관이 있는 1974년의 여의도 집회(엑스폴로 74)의 주 강사였던 그의 기념관이다. 그는 부흥을 위한 몸살을 앓고 있었던 한국 교회에 불을 붙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때 그는 간단 명료한 메시지로 그 광장에 모인 젊은이들에게 선교의 열정을 불러 일으켰고, 교회에 부흥을 자극하였다. 나 역시 그 역사적 현장에 있어서 그 센터는 더 흥미로웠다. 

 

우리는 그 센터를 둘러 보면서 빌리의 삶과 사역을 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나는 그 학교를 첫 번 방문하였고, 두 번째는 미션사랑방교회 어르신들과의 방문이었지만, 그때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

 

휘튼대학, 여기서 그렇게 만난 휘튼은 나의 시(poem)의 주제가 되었고, 이 학교를 배경으로 여러 편의 시를 지어 나의 벗들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이 학교는 내가 시카고에 머무는 동안 잊을 수 없는 장소 가운데 하나로 기록한다. 부디 이 시대에 귀하게 쓰임 받는 학교로서 거듭나길 바라며, 다시 부흥의 계절이 오길, 아니 임해야 할 이 미국 땅에 휘튼의 젊은이들이 다시 부흥의 불길처럼 타 오르길 간절히 기도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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